#굴드의물고기책 #리처드플래너건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문장은 만연하고 묘사는 몽롱하다. 화자는 1인칭과 3인칭의 가면을 번갈아 쓰며 말로 할 수 없는 무언가를 최대한 근사하게 말해보려 애쓴다. 나 자신인 나와 내가 아닌 나와 세계 그자체인 나에 대한 이야기, 불교의 공 사상에 유사한 무언가에 기반해 세계 전부를 묘사하려는 노력. 책의 한대목을 빌려 이 책의 스토리를 요약해본다면, '가-나-다-라-마-(중략)-하'랄까.그럼에도 차례로 등장하는 열두마리 물고기의 상징에 값하는 이야기는 차근차근 앞으로 움직인다. 남반구의 새로이 발견된 땅 오스트레일리아, 그곳에 막 정착하려는 유럽인들이 바이러스처럼 지니고 온 구체제 '문명'은 그 황량하고 낯선 땅에서 생경한 민낯을 드러낸다. 새삼 스스로를 뒤돌아보게 만드는 거울 앞에서 이주민과 원주민들은 물고기 열두마리의 특징적인 외양으로 현현하고, 이들의 이야기는 언뜻 세련된 유럽 문명에 내재한 부당한 우월감, 혹은 고약한 악취미를 계속해서 폭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