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은 놀이공원이다 - 두근두근, 다시 인터뷰를 위하여
지승호 지음 / 싱긋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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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에서 실을 뽑아올리듯 인터뷰어 지승호는 인터뷰이를 조심스레 밀고 당긴다. 의도가 다분한 질문들이지만 억지스럽거나 꿰어맞추려는 게 아니다.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다면 전후좌우 맥락까지 함께 설명하며 제대로 해보는 게 어떠한가, 아직 속으로만 품고 정리되지 않은 감흥이나 생각이 있다면 이김에 한번 말로 정리해보면 어떠한가, 하는 솔깃한 제안이다.

말하자면 간첩조작 사건으로 복역한 강용주에게 영화 '1987'에서 미화된 교도관의 가혹행위를 지적할 자리를 주는 거다. 민주인사에겐 관대했다지만 간첩 혐의를 받는 이에겐 개백정과 같았는데, 이건 옳은 일인가 하고. 그런가 하면 페미니스트 진영 중 워마드 같은 일부의 극단적인 남혐 발언에 대해,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보라고 말할 기회를 주는 거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라는 게 어떤 것이어야 할지 같이 생각해 보자며.

독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청산규리'라는 단어만으로 담기지 않을, 배우 김규리의 지난 십년의 공백기가 어떠했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미투의 서지현 검사는 이제 어떤 삶을 살고 있고 무슨 생각을 할까도 궁금하다. 인터뷰어는 편안한 산골길을 걷듯 자연스럽게 궁금증을 해갈해주고, 그 과정은 아마도 김규리와 서지현에게도 무언가 치유가 되었을 듯 하다.

책제목처럼 타인이 놀이공원이라면 어떤 놀이기구에 비길 수 있을지, 청룡열차나 회전목마 같은 것들을 떠올려보다가 문득 그것들은 다소 일방향적이고 수동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놀이터란 표현이 맞지 않을까. 서로의 합과 죽이 맞아야 더욱 즐거워지는 그네라거나 시소, 그런 놀이기구에 인터뷰이와 독자가 함께 타볼 것을 제안하는 놀이터 마스터, 지승호라고 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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