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탄생 - 시대와 대결한 근대 한국인의 진화
최정운 지음 / 미지북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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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그리고 한국인은 어떻게 생겨먹은 나라일까. 일본이나 중국 같은 주변국가와 견주어 볼 때라거나 한국의 독특한 발전경로와 그 부작용들을 따져볼 때 부딪히게 되는 궁금증이다. 조센징은 매가 약이라느니 헬조선은 답이 없단 식의 혐오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어느 민족보다 뛰어나단 식의 간지러운 상찬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늘 막연하게 그쯤에서 멈춰버린다. 답은 전혀 찾지 못한 채 경악과 감탄과 의문이 반복될 뿐이란 거다.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을 찾기 위해 저자는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 역사적 궤적을 좇아보려 한다. 조선이 망할 즈음, 그리고 망한 후에 어떤 집단적인 고민과 자기규정을 통해 근대 한국인이 탄생했는지 되짚기란 쉽지 않다. 이를 확인할 사료도 부족하고 사상적인 원류라 할 사상가도 부족하다는 게 저자의 고민이다. 그 결과 주목하는 것이 소설.

근대소설의 등장인물의 생각과 말, 그리고 전반적인 사회상에 대한 묘사와 논평을 빌어 당대 지식인들인 작가들의 문제의식과 사상을 엿볼 수 있는 거다. 초기의 근대소설 주인공인 파우스트, 돈키호테, 로빈슨크루소 등이 중세와 결별하며 새로운 근대적 인간상을 서구에서 확립한 것과 같이, 한국의 초기 근대소설도 조선이 망한 자리에서 새롭게 불려나와야 할 근대 한국인상을 주조하고 있다는 게 저자의 핵심적인 생각이다.

무엇보다 접근법이 너무 참신하고 흥미로운 책이다. 이광수, 신채호, 이상, 홍명희 등이 쓴 소설들로부터 그들이 현실진단과 한국인이 갖추어야 할 바를 추출해내는 점이 그렇고, 그 작품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한국인 근대화 프로젝트'를 읽어낸다는 점이 그렇다. 결국 저자는 춘원의 소설 '무정', '유정'의 주인공과 벽초의 임꺽정을 대비시키며 당대 좌우파가 담아내려한 한국인의 원형적인 정체성에 도달한다.
소설로 우회한다는 접근법의 한계로 정밀하거나 쫀득한 느낌은 떨어진다. 소설 속 주인공을 그대로 한국인의 원형으로 상정하는 것도 리스키하다.

더 아쉬운 점은 우선 지식인 중심의 접근으로 놓친 부분들에 대한 것이다. 지식인 작가의 소설이 얻은 인기가 당대 민중의 반향을 시사하는 바로미터일 수도 있겠지만, 지식인 계층이 아닌 자들에게도 직접 목소리를 추출했다면 더 좋았겠다. 그래서 두번째 아쉬운 점, 당대 지식인이 전부 개화민족주의자 아니면 저항민족주의자였던 것처럼 단순화됐다. 요컨대 이광수는 한결같이 개화민족주의자로서 그의 소설에 일관된 문제의식을 녹였다고 봐도 될까.

마지막으로 계속 정리못하고 자문하게 되는 질문. 앞선 서양의 근대소설이 자본주의 시대 인간상을 먼저 그려냈다고 해서, 주변부 한국의 근대소설 역시 같은 역할을 기대해도 되는 건지. 개인주의화된 인간이 주체로 선 근대에 새삼 서양과 한국, 각국에 각기 다른 국적의 근대인이 디자인될 필요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 저자는 책을 통해 한국인의 역사적 특수성 이상을 말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조금 생각을 달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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