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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등 제작소 ㅣ 책 읽는 교실 29
임소영 지음, 임윤미 그림 / 보랏빛소어린이 / 2025년 6월
평점 :

요즘 저희 아이는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있어요. 특히 현실적인 고민을 담으면서도 상상력을 자극해주는 이야기들을 참 좋아하더라고요. 그런 아이가 이번에 정말 몰입해서 읽은 책이 바로 《일등 제작소》예요. 제목만 봤을 땐 ‘일등을 만들어주는 신기한 공장 이야기인가?’ 하고 가볍게 생각했는데, 읽고 나니 생각보다 훨씬 깊고 의미 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놀랐어요. 저도 아이와 함께 읽고 나서 오랜만에 마음이 울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책의 주인공 현승이는 공부, 운동 뭐 하나 빠지지 않는 친구 지호와 비교되며 늘 열등감을 느끼는 아이예요. 그런 현승이 앞에 어느 날 ‘일등 제작소’라는 곳이 나타납니다. 이곳에선 단 한 가지 조건만 있으면 어떤 분야든 일등이 될 수 있다고 해요. 그 조건은 바로 자신의 ‘시간’을 내어주는 것. 처음엔 단 몇 분, 몇 시간 정도로 시작하지만 점점 시간이 늘어나면서 현승이는 중요한 것들을 하나둘 잃게 됩니다. 결국 현승이는 일등이 되는 것보다 더 소중한 무언가를 깨닫게 되죠.
책을 덮고 나서 아이와 이런 대화를 나눴어요. “일등이 되기 위해 시간을 바꾼다면 넌 어떻게 할 것 같아?” 그랬더니 아이가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할래. 내 시간은 내가 쓰고 싶어.”라고 대답하더라고요. 저는 그 순간 이 책을 함께 읽길 정말 잘했다고 느꼈어요. 누군가와 비교하거나, 결과로만 자신을 판단하지 않고 나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의 소중함을 아이가 조금이나마 느낀 것 같아서요.
책의 내용도 알차지만 그림 역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 줘서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여줍니다. 특히 현승이의 혼란스럽고 불안한 감정이 눈빛 하나, 표정 하나로 잘 표현되어 있어서 아이가 감정을 따라가며 공감하기 좋았어요. 글밥도 적당하고, 내용 전개도 매끄러워서 초등 중학년부터 고학년까지 무리 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즘은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경쟁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죠. 학원, 수행평가, 비교, 성적... 자연스럽게 ‘일등’이라는 단어가 목표가 되어버리기도 해요. 그런 아이들에게 《일등 제작소》는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내가 원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스스로 생각해보게 해주는 좋은 계기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건, 이 책이 훈계처럼 “이건 하면 안 돼”가 아니라, 재미있는 판타지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 찾게 해준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아이도 거부감 없이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읽고 나서 아이가 “또 읽고 싶다”는 말을 했어요. 한 번으로 끝나는 책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 다시 읽으면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그런 책인 것 같아요. 책을 좋아하는 초등 아이를 둔 부모님이라면, 아이와 함께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려요. 아이에게 ‘일등보다 더 소중한 것’에 대해 이야기해볼 수 있는, 참 따뜻한 책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