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뻬 씨의 시간 여행 열림원 꾸뻬 씨의 치유 여행 시리즈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이재형 옮김 / 열림원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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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적부터 특별한(?) 고민을 가진 소녀였다.

너무 이른 나이에 노파심이 생겼다고 해야 할까.

초등학생이 되어서부터 나이가 먹는 것을 싫어했고, 죽음을 두려워했다.

시간의 흐름이 야속하다는 것을 너무 빨리 알았다고나 해야 할까.

 

부질없는 걱정이라고, 걱정한다고 바뀌지도 않는 거라고 아무리 마음을 다 잡아도 여전히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언제나 두려움으로 가득하다.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고 더없이 행복한 생활을 지내게 되면서 지금의 행복이 어느 순간 깨질까 신혼 초에 얼마나 떨었던지, 그런 내게 남편은 내가 오래 전 마음을 다독였던 그 말을 그대로 해줬다. 긍정적인 남편도 나름 고민을 했었던 것일까! 아니면 이 세상 모든 사람은 이런 마음을 갖고 있는데 숨기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도달할 수 없는 결론에 결국 포기하고 잊으려고 노력하는 것인가.

생명을 갖고 태어난 인간의 숙명이라 생각하며 매 순간 열심히, 후회 없이 살려고 하는 삶의 자세는 어쩌면 이런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꾸뻬씨의 시간여행>은 이런 나를 조금은 안정시켜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선택한 책이다. 그의 전작들이 우정, 행복, 인생을 다루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시간을 선택한 것은 당연한 내 본능이다.

16년 동안 파리에서 정신과 의사로 근무했던 저자 프랑수아 를로르는 세상에 처음으로 내놓은 소설, 꾸뻬시리즈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위안을 주고 있다.

그가 의사로서 경험하면서 가장 오랜 고민을 들었던 부분이 바로 시간, 행복, 인생, 우정이 아니었을까! 그렇기에 그는 이 네 단어를 가지고 네 권의 책을 만들어 그가 직접 만나지 못한 가녀린 영혼의 소유자들을 향해 그만의 치유의 방법을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결국 이 책의 결론 역시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내용의 반복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 두려움에 마음이 불안한 우리가 새롭게 도전(?)하는 생각의 전환방식을 보여주기도 한다.

꾸뻬의 작은 수첩에서 인상적인 부분을 발췌해봤다. 물론 지극히 나의 주관적인 부분이다. 때로는 어이가 없어서, 너무 위트가 독보여서 선택한 방법도 있다.

 

1. 자신의 남은 수명을 개의 마릿수로 계산해본다.

5. 일생이 옷감을 말아놓은 커다란 두루마리라고 상상해본다.

우리는 이 옷감을 마름질해서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입고 다닌 모든 옷을 만들었다. 이제 아직 남은 옷감으로 어떤 옷을 만들 수 있을지 상상해본다.

10. 만일 당신의 삶이 다른 누군가의 꿈에 불과했다면? 이 경우에 그 누군가는 어디서 잠을 자고 있는 것일까?

13. 나이든 사람을 만나거든 그 사람이 젊었을 때는 어땠을까를 늘 상상한다.

17. 흘러가는 시간에 대해 읊은 아름다운 시들을 모은다. 그 시들을 외우고, 나보다 나이가 더 많거나 더 적은 친구들과 함께 암송한다.

18.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려고 애쓰며 시간을 보내는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려고 애쓰는가?

이 두 가지를 구별하며 시간을 보내는가?

이 세 가지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25. 음악을 들으며 그것이 시간 같다고 생각해본다. 그리고 자기 삶과 비교해본다.

번호가 없는 방법. 현재가 곧 영원이며, 그것이 전부인 동시에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느끼도록 애써본다.

 

소설로서 <꾸뻬씨의 시간여행>을 평가한다면 위트 있고 재미있는 소설이다. 그런데 그 안에 담긴 인간들이 고민하는 ‘시간-죽음, 늙어감, 젊음에 대한 갈망’은 어둡지만 결코 어둡지 않게 밝게 표현하는 스타일이 독자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한다. 전 세계를 아우르며 에스키모 부족 마을의 샤먼이 등장하고, 중국의 노승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바로 꾸뻬 자신이다. 그는 자신이 정신과 의사지만 환자들에게서도 배우고, 꿈을 통해서도 배운다. 열린 마음의 작가임을 소설 속 캐릭터 꾸뻬를 보며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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