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박연 - 하 - 벨테브레, 역사가 기억해주지 않은 이름 ㅣ 조선인 박연
홍순목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조선에 표류한 네델란드인을 생각하면 우리는 하멜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조선에 표류하여 조선으로 귀화하여 조선에 뼈를 묻은 이가 있다. 얀 얀스 벨테브레. 그러나 그 이름을 기억하는 이는 드물다. 네델란드나 조선 양국 모두에게서 잊혀진 이름 ‘얀 얀스 벨테브레’ 이제 그가 소설 속에서 잊혀진 그의 삶을 이야기한다.

팩션소설이나 역사소설을 읽는 재미 중 하나는 바로 역사 속 인물들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 인물이 이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 재미는 더욱 증가된다. 바로 소설 <조선인 박연>이 그렇다.

 

1권

네델란드 동인도 회사 선원이었던 얀 얀스 벨테브레는 해적에 의해 물품을 빼앗기고 빚더미에 오르게 된다. 같은 처지의 사람들은 고국으로 돌아가 빚쟁이가 되느니 해적이 되기로 결심하고 그들은 하루아침에 선원에서 해적들이 되었다. 벨테브레는 붉은 머리를 휘날리며, 욕심 많던 선장을 내쫓고 붉은 야차라는 명성을 휘날리며 해적선의 선장이 되었다. 그러던 중 엄청난 폭풍우에 휩쓸려 조선에 표류하게 된다. 함께 표류한 소년 우달과 함께 얀 얀스 벨테브레, 갑판원 히아베르츠, 요리사 피에테르츠는 일본의 스파이라는 혐의로 잡혀가게 된다. 그러나 무예가 뛰어난 훈련도감 낭청 이완의 눈에 띄어 목숨을 건지게 된다.

이로써 네델란드인 얀 얀스 벨테브레의 조선에서의 삶이 시작된다. 우여곡절 끝에 훈련도감 내 외인아병대로 부속된다. 그러나 특별한 외모의 그들은 고관대작의 연회에 불려나가 광대같은 놀음을 해야하고, 각종 비아냥과 멸시를 온 몸으로 견뎌야한다. 그러나 같은 외인아병대 아오야마와 아카기, 부르카(위구르족출신) 등과의 삶은 견딜만하다.

그런 중에 우연히 만난 조선 여인 옥정과 특별한 감정을 나누지만 훈련대장 구연수의 딸이며 까막과부로 후원 별채에서 적막하게 살아가는 그녀의 삶을 일개 외인아병대 박연이 어찌할 수 있을까!

2권

지는 해 명을 바라보던 조선은 결국 전쟁 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치욕의 역사를 맛보게 된다. 사대부의 나라 조선은 무인을 멸시한 값을 톡톡히 치르며 왕이 강화도로 피신하고, 또 한 번의 전란은 그마저도 여의치 않게 되어 결국 오랑캐 앞에 엎드려 굴복하고 만다. 왕세자와 신하들이 포로로 청으로 끌려가고, 외인아병대 역시 전쟁 중에 박 연의 동료 히아베르츠와 피에테르츠도 전사한다. 사랑하는 연인 옥정과 혼인하여 행복만을 꿈꾸던 박연의 삶도 그렇게 전쟁의 아픔을 온 몸으로 느껴야했다.

임금이 바뀌어 북벌을 꿈꾸던 효종이 즉위하자 박 연은 아내의 도움으로 준비하던 무과에 급제하고 이완과 더불어 북벌의 꿈을 함께 꾼다. 그러나 나날이 피폐해져가는 백성의 현실을 무시한 전쟁 준비에 효종이 조언을 구하는 시점에 그는 가감없이 작은 나라 네델란드가 강성했던 이유가 상업에 있음을, 바다에 있음을 이야기하는데…

소설 <조선인 박 연> 속에는 박 연만 존재하지 않는다.

주인공 박 연을 내세웠지만 그 안에서 보여주는 각 캐릭터들별 사건을 다양하게 포진하여 독자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박연과 함께 표류했던 도망친 노비 우달을 보자. 제주로 팔려간 어미를 보고자 배에 몰래 타고, 해적을 만나고 그들과 표류하다 다시금 노비로 잡혀간다. 요행으로 도망친 후 다시 그들과 만나면서 우달의 인생은 제 2막을 향해간다. 그들의 투자로 상업을 시작하여 경제력을 갖춘 그 앞에 사랑이 피어나고, 가슴 아픈 현실, 신분의 차이를 절감한다. 그리고 조국을 버리고 네델란드로 떠난다. 이 모든 과정이 박 연의 기구한 삶에 비해 어디 하나 부족하지 않다.

같은 외인아병대 출신의 아카기와 아오야마의 삶도 그러하다. 똑같이 왜인이라 놀림받으며 살아가는 삶에서 아들에게까지 이어지는 자신들의 처지가 기구하다. 아카기는 분노를, 아오야마는 회피를 선택하지만 둘 다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효종의 북벌론의 가장 큰 힘이었던 송시열. 그가 막판에 뜻을 바꾼 계기로 백성의 현실을 바라보는 것도 좋았고, 그로 인해 효종과의 독대로 이어진 결말까지, 모든 인물들과 사건이 어느 하나 쉽게 결론되지 않고 가슴 아프지 않은 것이 없다.

 

작가는 참 많은 인물을 무던히도 연구했고 사랑했다.

그로 인해 작품 속 인물들은 제각기 생명을 담고 살아있는 이야기를 품었다.

한동안 이 시대의 작품을 섭렵하고픈 욕심이 생기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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