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 1 - 부익부 빈익빈 뱅크 1
김탁환 지음 / 살림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김 탁환.

이 이름 석자는 내게 굉장히 익숙하다. 그의 작품은 내 책장에 이미 꽤나 많이 진열되어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김 진이 나오는 백탑파 시리즈, <방각본 살인사건>, <열녀문의 비밀>, <열하광인>은 물론 그를 통해 알게 된 역사 속 인물 <파리의 조선 궁녀, 리심>은 그 중 으뜸이다. 모처럼만에 다시 만난 작가 김 탁환의 신작 <뱅크>.

조선 최초의 국제 금융 전쟁을 다룬 <뱅크>. 작가도 소재도 믿음이 가는 이야기이기에 빠르게 읽어 나갔다.

 

총 2부로 구성된 <뱅크 1>은 1876년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송상으로 유명한 개성의 장 훈, 한양의 홍도깨비, 인천의 서 상진, 그들은 앞으로 다가올 개항을 준비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세 명의 아홉 살 동기가 등장한다. 장 훈의 아들 장 철호, 제물포 어부 박 만식의 아들 박 진태, 개항을 준비하라 당부한 벼슬아치 최 용운의 딸 최 인향.

그들의 아홉 수는 바란만장하게 시작된다.

서 상진의 밑에서 거간일을 하던 권 혁필이 일본의 사주를 받고 제물포 어부들을 모아 일본군함으로 돌진한다. 이 과정에서 박 만식이 아들 진태의 눈 앞에서 사망하게 되고, 이를 두고 진태는 복수를 다짐한다.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을 보며 권 혁필은 물론 최 용운, 장 훈, 홍 도깨비, 서 상진 모두가 연관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에 진태는 장 훈의 삼 밭과 집에 불을 지르고 때마침 도둑질을 하던 혁필에게 칼을 휘두른다.

철호는 몽유병으로 삼밭을 향하게 되고, 이를 지켜보던 인향도 함께 한다. 불이 삽시간에 번지고 장 훈의 등장으로 철호와 인향은 죽을 고비를 넘겨 안전하게 도망치지만 장 훈은 사망한다. 게다가 화제 사건의 범인으로 지명되며 법적 책임은 최 용운의 배려로 벗어났지만 집 안은 말 그대로 풍비박산되는데….

2부는 1892년이 되었다. 장 철호와 권 혁필은 서 상진 밑에서 일을 배우고 있다. 감독관 자리를 두고 인천에서 먼저 자리를 잡은 혁필과 철호의 시합은 얼핏 철호에게 불리해 보이나 철호는 뛰어난 지략으로 결국 승리한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처럼 감독관 취임 파티자리에서 실종됐던 동생 현주를 만나게 된다. 그러나 기생 서운이 된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현주는 혁필에게 또 다시 잡히고 위험의 순간을 맞닥뜨리는데….

 

뱅크 1의 소제목 ‘부익부 빈익빈’의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장 철호와 박 진태가 아닌가 싶다.

가장 파란만장한 삶을 살게 된 장 철호. 그를 파멸로 몰고 간 박 진태. 무조건 잘못됐다고 악하다고 판다할 수 있는 인물은 권 혁필 뿐. 박 진태 역시 그의 미래를 미리 짐작한 스님이 있었다고 하나 그의 상황이 이해가 되고, 그의 아픔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처럼 권 혁필의 마수에 걸려 서 상진을 버리고 그에게로 갈 박 진태의 미래가 짐작되고, 또 한 번 나락으로 떨어지는 철호의 미래가 걱정된다. 그러나 인향에게 고백했듯이 공부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대로 조선 최초의 국제금융전쟁, 화폐전쟁의 선두주자가 될 그를 기다려본다.

 

뱅크는 대서사시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그러면서 독자를 매료시키는 소재와 더불어 뛰어난 캐릭터 창출. 거기에 이야기의 힘을 실어, 작품에 대한 몰입도 역시 배가 시키는 필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3부작이라는 짧지 않은 이야기지만 작가 김 탁환이라면 걱정 없이 끝까지 읽을 수 있으리라. 그의 필력이 여전함을, 아니 오히려 더 뛰어나졌음을 <뱅크 1>권만 읽어도 독자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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