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줘
길리언 플린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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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갈수록 동양의 결혼도 서양의 결혼처럼 왠지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 매일 같이 들리는 유명인의 결혼․이혼 소식은 결혼도 이혼도 이제는 너무나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인 것처럼 들리게 한다. 그래도 인륜지대사인 결혼인데….

여기에 색다른 부부 이야기를 하나 있다. 아니 무서운 부부 이야기다.

예전에 ‘마누라 죽이기’라는 코믹 영화가 생각나는 서두에서 끔찍한 계획, 충격적인 결말까지.

 

작가 질리언 플린이 들려주는 닉과 에밀리의 이야기 <나를 찾아줘>는 ‘충격’이라는 단어를 연상시키는 소설이다. 총 3부로 구성되어 600페이지를 꽉 채우는 분량의 <나를 찾아줘>는 독자의 몰입도를 자유자재로 이용하면서 마지막 장까지 이야기를 끌고 간다.

 

소설의 반이 넘는 분량의 1부에서는 남편 닉의 이야기를 다룬다. 닉과 에이미는 모두 작가다. 아니 작가였다. 그러나 인터넷의 확장으로 두 사람은 모두 실직했다. 아내 에이미의 부모는 진짜 작가다. 어린 에이미를 통해 ‘어메이징 에이미’ 시리즈를 출간하며 엄청난 부를 쌓았다. 그러나 에이미가 커가면서 자연스레 시리즈는 시들해졌고 멈추지 못한 사치스런 생활의 끝은 딸 에이미의 식탁예금까지 거덜내버린다. 닉과 뉴요커 에이미는 어쩔 수 없이 닉의 고향으로 돌아가 실직자의 삶을 산다.

결혼 5주년 기념일. 에이미는 매년 그랬듯이 아침을 활기차게 시작하며 그녀만의 이벤트를 준비했다. 바로 보물찾기. 그러나 그녀는 사라졌다. 거실은 몸싸움의 흔적을 남겼고 나중에는 지운 혈흔의 흔적을 찾아낸다. 결국 닉은 아내를 죽인 남편으로 몰리게 된다. 1부에서는 실종일로부터 닉의 이야기와 7년 전부터 써내려간 에이미의 일기를 교차적으로 들려준다. 그러면서 닉의 1년된 젊은 정부의 정체가 탄로나고 에이미는 닉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총을 장만하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보물찾기를 모두 마친 닉은 이 모든 것이 에이미의 덫이라고 깨닫게 되는데….

2부에서는 사라졌던 에이미가 등장하며 닉을 향한 그녀의 덫의 실체가 밝혀진다. 또한 소시오패스 성향의 에이미와 맞닥뜨리게 된다. 열다섯 살 때부터 그녀 주변에서 주목을 받았던 이들을 향한 그녀만의 잔인한 방법을 알게 되는 닉은 점점 조여 오는 법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녀를 위한 공연을 펼친다. 에이미는 닉의 동영상을 통해 다시금 그와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꿈꾸며 귀환을 계획한다. 그러나 그녀의 장난감 데시의 뜻하지 않은 반항(?)으로 감금된 상태에 있게 되고 결국 그녀는 또다시 그녀만의 방법으로 탈출한다.

3부에서의 결론은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어느 독자도 결코 예상할 수 없었던 결말로 놀라움을 넘어선 충격으로 한동안 책을 내려놓을 수 없을 정도다.

 

어메이징 에이미를 뛰어넘은 에이미의 실체는 결코 동화스럽지 않다. 사이코패스를 지나 소시오패스를 검색하면서 그녀의 정신 상태와 닉의 이후의 삶에 대해 나는 두려움이 일었다. 어떻게든 보니에 의해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랐지만 결코 작가는 닉에게 행복을 선사하지 않았다. 아니, 닉에게 가장 큰 선물을 선사한 결말일까?

작가는 캐릭터 닉과 에이미를 비롯해서 그 누구에게도 관대하지 않다. 결코 이 이야기는 희극도 비극도 아닌 그들만의 이야기라는 듯이 ‘신경 꺼!’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 충격적인 결말은 한동안 내 꿈자리를 힘들게 할 것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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