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재밌게 생물학에 접근하기

권오길의 괴짜 생물 이야기
권오길 지음 / 을유문화사 / 2012년 10월

책을 고르는 기준으로 작가, 출판사도 있지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제목과 표지가 그 책의 첫인상을 좌우한다. 그 다음으로 내용, 작가가 누구인가, 출판사, 서평 등 다양한 요인들이 따라올 것이다. 거기에 <권오길의 괴짜 생물이야기>은 단연 제목의 역할이 컸다. 달팽이 박사 권오길님의 대한 사전 지식이 없던 내게 생물학을 다루는 책이라는 호감에 괴짜라는 단어가 왠지 모르게 신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작가도 출판사도 모르지만 제목만 보고 홀딱 반해버린 <권오길의 괴짜 생물이야기>. 그 안으로 들어가 보자.

1장 내 몸을 이루는 모든 생명들

2장 이 땅의 기이하고 매력적인 동물들

3장 우리 주위의 재미난 이웃들

4장 산과 들에 퍼져있는 말없는 친구들

5장 묵묵히 한구석에 자리한 생존의 달인들

6장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존재들

총 6장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장의 제목을 보면 ‘무슨 재밌는 내용이 있을까’ 궁금할 수도, 반면에 ‘아, 요런 내용들 다른 데서 좀 봤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의 경우를 든다면 두 반응의 중간쯤이었다. 원래 이런 류의 이야기를 좋아하기에 다큐프로그램을 즐겨 보다보니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내용들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같은 내용을 다뤄도 재밌게 풀어놓는 작가의 필력에 생물을 갓 배워야 하는 어린 학생들부터 지금 한창 배우는 학생들은 물론 어른들에게까지 추천하고 싶다. 그 말은 저자가 서두에 밝혔다 시피 ‘원숭이도 읽을 수 있게’ 생물학을 재밌게 쓰고 싶었다는 저자의 바람이 이루어진 것 같다는 내 개인적인 평가이기도 하다. 생물학에 대한 학문적인 지식을 단순히 나열하지 않고, 재밌게 풀어놓은 방식이 좋고 다양한 분야를 두루 다루면서 다양한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는 것도 좋았다.

1장에서 특별히 기억나는 부분은 우리 모두 알고 있지만 원인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은 속손톱 모양이 왜 하얀 반달 모양일까 하는 부분이다. 겉으로 보기엔 초승달 같은데 그것이 사실은 반달이라는 사실과 그 원인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재밌게 다뤘다.

2장은 1장보다 재밌게 읽혀진다. 빈대, 이, 벼룩은 물론 파리, 개미귀신, 반딧불이는 물론 거머리, 해삼, 키조개, 곰장어는 다양한 동물을 다뤘다.

3장은 2장과 더불어 재미있었지만 거기에 신기함까지 더해진 장이다. 개구리 엄지에 돌기가 자란다?, 얼었다가 녹았다가를 반복하는 청개구리, 놀라운 번식력의 박쥐 등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을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4장은 고사리부터 완두콩까지 다양한 식물을 다뤘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동물에 비해 관심이 적은 부분이라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느려진 부분이기도 하다.

5장과 6장은 관심분야에 따라 호불호가 정해진다. 나의 경우 아주 재미있게 읽었지만 지인에게 재밌는 부분이라고 읽어보라고 했더니 재밌다, 재미없다는 반응이 엇갈리게 나왔다. 아무래도 이것은 개인적인 관심분야와 취향의 문제일 것이다.

여기에서 재미있게 읽은 부분에 좀 더 깊은 내용은 학문적인 책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일반 독자라야 학문을 공부하기 위해 이 책을 선택하지 않으리라.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생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자연스레 학문적 호감도를 높이는 역할도 할 수 있으니 학생과 부모님이 함께 읽기를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