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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론을 읽어야 할 시간
이케가미 아키라 지음, 오세웅 옮김, 김공회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강대국에 의해 세계인의 축제라는 올림픽도 반쪽자리 축제가 되기도 했던 냉전시대는 소련의 몰락으로 끝이 났다. 그리고 뒤이어 공산권 국가의 몰락은 공산주의는 잘못된 것으로 판명되며 자본주의의 승리로 끝이 났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글로벌, 세계화의 부르짖음 속에 세계 경제는 발전했지만 그 결과는 공황에 버금가는 금융위기의 잦은 출몰로 자본주의 역시 정답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런 시기에 다시금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어야한다는 저자 이케가미 아키라의 주장은 처음에는 어리석어 보였다. 내게 마르크스는 공산주의와 동의어다. 그런데 이미 실패로 판정 난 공산주의에 대한 저자의 주장은 일종의 개똥철학을 부르짖는 학자 중에 한 명이려니 생각했다. 그러나 첫 장을 읽고 나의 이런 생각은 바뀌었고 마르크스와 공산주의는 별개라는 것, 공산주의 혁명을 일으켰던 소련과 중국은 물론 모든 공산권 국가들의 공산주의는 마르크스가 주장했던 공산주의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145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할 만큼 날카롭게 자본주의의 출현에서 미래를 예시한 마르크스의 ‘자본론’의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이케가미 아키라의 <자본론을 읽어야 할 시간>은 마르크스가 생전에 쓴 자본론 1권의 엑기스를 쉽게 풀이한 해설서 같은 책이다. 마르크스가 성경, 그리스로마신화 등 해박한 지식으로 무장하여 쓴 자본론은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에 기초 지식이 부족한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핵심문장에 대한 풀이와 당시 시대적 상황 등을 설명함으로써 자본론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도와준다.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즐거움 가운데 새로운 지식의 습득, 잘못된 지식의 수정 역시 큰 희열을 느끼게 한다. 이 책은 그 희열의 내게 맘껏 선물했다.
노동자를 물건 취급하던 자본주의 국가들은 사회주의 국가의 탄생을 계기로 복지에 힘을 쏟게 되었다(p23). 현실 불만 팽배, 노동자가 스스로 세상을 바꾸려고 사회주의 혁명을 시도하여 공산주의 국가에서처럼 자본가를 추방(死)시킬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로써 유럽의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복지제도는 시작된 셈이다. 또한 동서냉전시대에 비해 잦은 금융위기의 출현은 글로벌, 세계화 정책으로 신자유주의, 신자본주의로 일컬어지는 작금의 현실이 잘못되었음을 보여준다. 오히려 동서냉전시대에는 국가가 시장에 개입함으로써 두 차례의 공황을 제외하고는 큰 사건은 오히려 없었다.
또한 마르크스가 주장하는 ‘자본주의 경제 발달로 사회가 풍족해지지만 노동자는 빈곤해지고 그로 인해 노동자 중심의 혁명이 일어난다.’고 한 것에 반해 오히려 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노동자가 없는 러시아와 중국에서 농민 중심(농민에 의해 발발하지는 않았다. 몇몇 주동자가 농민을 가르치고 인도했을 뿐)의 사회주의혁명이 일어난 것은 마르크스의 사회주의 국가와는 태생부터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에서는 혁명을 일으킨 후 가장 먼저 ‘민주주의 확립’, 즉 노동자 대표를 투표로 선출하라고 되어있지만 러시아나 중국 그 어디에서도 이런 모습은 보여지지 않았다. 이것은 오히려 자본주의 국가에서 마르크스의 말을 따르고 있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자본이 인격화 된다는 것(자본은 자본을 계속 부풀리려한다)과 인간의 노동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줬다. <자본론을 읽어야 할 시간>에서 저자는 이해하기 쉬운 비유와 설명으로 이 모든 내용은 아주 쉽게 독자에게 전달한다. 나 역시 책 한 권으로 마치 수학적 원리를 찾아가듯 자본주의에 대한 전반적인, 제대로 된 이해를 할 수 있었던 아주 소중한 경험을 이 책을 통해 선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