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비밀서적
프란체스코 피오레티 지음, 주효숙 옮김 / 작은씨앗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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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1년 5월. 십자군 전쟁 중 십자군의 몰락을 다룬다.

1321년 9월. 단테 알리기에리는 사망한다.

시대도 어색하고 이름도 어색하고 장소도 생소한 곳을 다루며 소설은 초반부를 이끌어간다. 단테의 시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역자가 걱정한 것처럼) 이런 설레발을 치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추리소설 마니아들을 위한 새로운 다빈치코드라는 말이 무색하리만큼 여기저기 어색함으로 작품에 몰입도 못하고 점차 눈커풀이 무거워질 뿐이다. 그렇게 힘든 초반부를 한 시간을 넘게 달리다보니 드디어 비밀이 등장한다.

단테의 신곡은 미완성이다. 시편 어딘가에 쥘리엄 드 보쉬(1291년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십자군을 지휘하던 영웅)가 제라드에게 맡긴 새로운 십자군의 비밀지도가 있다!

단테의 신곡 자체도 어색한 나지만 어찌되었든 비밀이 등장하고 드디어 본격적인 수사로 들어가면서 십자군 전쟁시 전멸한 상황 속에서 홀로 살아남은 베르나르드와 단테의 딸 안토니아 알리기에리(베아트리체 수녀)와 조반니가 만나면서 주인공 세 명이 앞으로 시작될 모험을 함께 한다. 시대적 배경도 사건도 모두 어색한 상황에서 세 주인공은 그나마 덜 어색하게 다가오며 드디어 작품 속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좀 늦은 감은 있지만 독자는 그렇게 단테의 비밀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세계 경제, 정치를 흔드는 그림자 시장을 다룬 음모론과 관련된 도서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세계 경제, 정치를 흔드는 것은 어느 한 세력이 아니라 얽히고설킨 실타래 같은 복잡한 세력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며 현재에도 미궁 속으로 진실이 숨어버린 죽음이나 음모는 존재하고, 어느 시대에나 그런 것은 존재했다. 그리고 작가는 그것을 14세기 단테의 죽음을 모티브로 소설을 만들어냈다. 한 시인이었던 단테의 죽음을 다루면서 작가는 정치, 경제적으로 혼란스러웠던 14세기의 이탈리아와 유럽을 작품의 배경으로 다룬 것이다. 어찌 보면 지금의 이탈리아와 별반 다를 것 같지 않은 시대, 역사는 반복되는 것이다!

 

말라리아로 죽은 단테는 살해당한 것이다. 그가 숨겨 놓은 비밀로 인해 위협을 느낀 세력이 있었다. 결국 단테는 죽임을 당했고 비밀은 심연 속으로 가라앉은 듯 했다. 그러나 죽음을 목도했던 십자군 베르나르드와 베아트리체 수녀, 단테의 숨은 아들 조반니는 환상적인 트리오를 이루며 비밀을 파헤져간다. 사건이 읽어가는 내내 얕은 나의 지식으로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등장하고, 조금은 소설로서 너무 버거운 지식을 다룬 것 같아 힘에 부쳤지만 결국 마지막 장까지 사건을 이해하는데는 큰 문제가 아니다. 다빈치코드는 지극히 상업적인 소설로 기독교도가 아니더라도 많이 노출된 부분들을 다룸으로써 좀 더 친근했다면 <단테의 비밀서적>은 좀 덜 친근한 소재들을 다룸으로써 힘들었다는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지루함과 덜 친근함으로 다가오지만 마지막 장을 덮을 때는 독자에게 남다른 성취감을 선사한다. 게다가 단테에 대한 지식적인 갈증을 느끼며 좀 더 깊은 심연으로 들어가고픈 욕망을 덤으로 선사한다. 히딩크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지식적 갈증’으독자는 여전히 ‘배고프다!’

 

책의 후반부에 부록으로 단테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지식적 배려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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