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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종료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7-1 ㅣ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7
빈스 플린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빈스 플린의 <임기종료>, 거듭된 출판사의 거절로 결국 자비로 출간된 소설. 그러나 시작은 초라했으나 결과는 창대했다. <임기종료>는 입소문으로만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권력의 이동’으로 시작된 미치 랩 시리즈를 탄생시킨 원동력이 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끈 미드 ‘24’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 모든 것은 어찌 되었든 미국의 이야기. 미국에서 인기가 있다고 한국에서도 꼭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보장은 없는 법. 그러나 미치 랩 시리즈를 소문으로 들었던 내게 동명 작가의 데뷔작은 언제나 큰 흥미를 끈다.

정치 소설답게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통에 나는 수첩 가득 등장 인물들의 이름과 특징을 메모하며 소설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스티븐슨 대통령, 비서실장 스투 게리, 국가 안보 보좌관 마이크 낸스. 그들이 펼치는 예산안 통과 방법은 역시나 비열하고 추접스러웠다. 정치인들이 사랑 받지 못하는 이유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일련의 에피소드들(정치인의 약점을 이용하여 예산안 동의 요구, 대통령이 백안관 출입 기자들을 질의하는 장면 등)이 시작된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마이클 오루크 의원은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데도 등장함에 소설에 중요한 인물임을 짐작케 했다.
요주의 인물 아서 히긴스.
내가 이 소설을 통해 얻은 새로운 정보 중 하나가 바로 CIA와 FBI의 정확한 차이를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서 히긴스는 바로 그 중 CIA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어둠의 인물로 소설에서는 악의 축을 대변한다. 일련의 정치인 살인 사건을 담당하는 FBI 요원 스킵 맥마흔은 여느 소설 속 형사 캐릭터들 못지않은 정확한 추리력과 권력 앞에서도 뒤로 물러서지 않는 담대함을 소유한 멋진 캐릭터이며 악을 추격한다. 수사에 동참한 CIA의 아이린 케네디 박사는 맥마흔과 다른 방면에서 멋진 수사를 이끌어가는 캐릭터다.
이 소설의 중심 사건은 연이어 일어나 네 정치인(대니얼 피츠 제럴드, 로버트 다운스, 잭 코슬로우스키, 톰 배섯)의 살인사건과 그 뒤를 이어 일어난 두 건의 살인사건(에릭 올슨, 턴퀴스트 하원의원)이다. 추잡한 네 정치인만을 죽인 집단과 정치인과 경호를 맡은 주변인까지 살해한 집단. 범인이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미 특수요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충격은 배가 된다.
이 작품이 기존의 작품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하면 사건의 특성이다. 네 정치인을 살해한 정의의 사도는 어찌되었든 살인이라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그렇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추잡한 정치 놀음의 대표인물들이기에 독자들은 거기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거기에 악의 축의 모방범죄가 발생하고 그 과정에서 이전의 사건에서 볼 수 없었던 무자비한 살인과정은 독자들의 미움을 한 몸에 받을 악의 축을 정해준다. 또한 모든 사건의 비밀이 밝혀지고 악의 축이 사망한 이후 모든 것이 끝났다고 믿을 때 쯤 다시금 벌어지는 납치 사건이 일어나고, 그 결과 통쾌한 결말을 보여주며 작품을 드디어 끝이 난다. 결국 우리네 현실에서 못마땅한 정치인들을 향한 통쾌한 소설인 셈이다.
데뷔작이라고 하기엔 작품의 몰입도가 아주 좋다. 작가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고 말할 수 있을만큼의 좋은 퀄리티를 지닌 작품이다. 본격적으로 정치를 다룬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불러일으킨 소설로서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해낸 소설이다. 당분간 빈스 플린의 다른 작품들을 검색하며 그의 소설을 몇 권 더 읽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