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엄마 1 - 영주 이야기, 개정증보판
최문정 지음 / 다차원북스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미친 듯이 울었다!

소설을 읽으며 이렇게 울어본 것이 얼마만인지…, 한참을 울고 휴지를 산처럼 쌓아 놓고는 그대로 잠들었다.

'이 원망스러운 책이여!'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니 퉁퉁 부은 낯선 이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절대 저녁에 이 책을 읽으면 안 되리라. 저녁을 먹고 읽기 시작한 후 마지막 장까지 멈출 수 없었고, 그렇게 책을 다 읽고 울다 잠들어버리면 나처럼 아침에 웬 낯선 이가 거울을 마주보고 서 있는 경험을 하게 될테니까.

 

 

우연히 보게 된 드라마 <바보엄마>는 잠깐잠깐 보았을 뿐 기다려서 보는 드라마는 아니었다. 그런데 우연히 소설원작이라는 말에 그러면 일단 주먹구구식 작품은 아니겠다는 믿음이 갔다. 김 현주씨가 하 희라씨가 싸온 도시락을 어쩔 수 없이 먹는 장면을 보았는데, 알고 보니 오빠가 현주씨가 다달이 보내 준 대출금을 갚지 않아 돈이 더 필요해 바보언니 하 희라를 데리고 온 것이었다. 일단 책을 다 읽고 싶은 마음과 이왕 볼 거면 처음부터 보자는 마음에 텔레비전을 껐다. 그렇게 시작된 <바보엄마>는 미친 듯한 몰입도로 나를 매료시켰다.

어린 영주는 태생부터 저주 받았다. 정신 연령이 낮은 선영은 그에 반해 뛰어난 외모를 갖췄다. 그러나 그것이 선영을 저주로 옭아매었다. 어느 날 갑작스레 당한 일에 가족들도 눈치 채지 못한 어린 선영의 임신으로 탄생한 영주. 그래서 법적으로 선영과 영주는 자매지간이다. 이런 출생의 비밀은 어린 영주를 더 악착스럽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영주는 가족들에게 외면당했다. 새로운 가족을 일구며 행복을 꿈꾸었지만 영주에게 그런 행복은 존재하지 않았다. 남편의 바람, 어린 딸의 자해, 자살시도. 너무 바보 같은 엄마, 너무 똑똑한 딸 닻별이 사이에 낀 영주의 삶은 뭐 하나 녹녹한 것이 없는데 그 앞에 그녀의 심장은 이상신호를 보내고 시한부 인생을 선고한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캐릭터 이름, 스토리를 어느 정도 메모한다. 평소에도 사람 얼굴과 이름을 잘 외우지 못하는 얼굴맨인 나는 책을 읽을 때도 등장인물들의 이름과 스토리를 어느 정도 메모하지 않으면 마지막 장을 넘길 때 도무지 무슨 내용을 읽은 것인지 기억조차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선영과 영주, 닻별이의 이야기를 모두 기억하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등장인물이야 워낙 적으니 외울 래야 외울 것도 없지만 각 사건의 에피소드들을 모두 기억하는 것은 작품의 몰입도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한 템포에 모두 읽을 수 있었고, 내 머리에, 내 가슴에 이야기가, 감동이 남았다.

출판사도 작가도 내겐 모두 생소한 작품인 다차원북스의 <바보엄마>는 내게 기대하지 않은 감동을 주며 내게 강한 여운을 주었다. 그렇기에 바보엄마 속편 '닻별이야기'는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챙겨봐야 할 드라마까지 생겼다. 책과 달리 영주의 남편과 외삼촌의 등장 등 새롭게 보완된 부분(캐릭터, 이야기 등)들이 드라마를 더욱 맛깔스럽게 표현해줄 것 같은 기대감을 갖게 한다.

잠깐 보았던 하 희라씨와 김 현주씨의 눈빛이 자꾸 생각난다. 그녀들이 앞으로 보여줄 가슴 아픈 이야기들을 알기에 더욱 애처롭게 다가온다.

나는 이제 드라마를 통해 소설 <바보엄마>를 다시금 느끼며 또다시 눈물을 흘리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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