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브레이커 - 세상과 온몸으로 부딪쳐 자신의 길을 찾는 소년의 이야기
파올로 바치갈루피 지음, 나선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용기는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두려워도 그냥 하는 것, 단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어떤 책에서 이와 같은 말을 보았고 텔레비전에서도 어떤 사람이 이 비슷한 말을 하는 것도 들어봤다. 그러나 삶을 살아가면서 용기를 내는 것, 포기하지 않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음을 알아간다.

 

 

소설 <십브레이커>에서도 이런 시험의 과정이 많이 찾아온다. 주인공 네일러의 선택은 어쩌면 가장 지혜롭지 못하고 가장 어리석은 판단으로 자신의 삶을 이끈다. 그러나 생사의 기로에서 동료의 매몰찬 배신을 경험했던 네일러는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다.

 

지구는 온난화로 많은 도시가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고 브라이트 샌드 비치는 많은 폐선들의 해체작업장인 스캐빈지의 영역이다. 몸집이 작은 아이들은 경량팀에서 구리선과 같은 돈이 되는 것들을 해체하고 힘이 센 사람들은 중량팀에서 일한다. 그러나 이도 저도 아닌 사람들은 무법천지 해변에서 살며 그 어떤 소속감도 없이 지내며 생사를 넘나들어야한다.

주인공 네일러는 나이에 비해 작은 몸집으로 아직 경량팀에서 일한다. 폭도인 아버지는 약과 술에 취해 기분에 따라 네일러를 샌드백 취급할 뿐 네일러의 의식주를 책임지지 않는다. 이제 네일러도 1~2년 후면, 아니 몸집이 조금이라도 더 커지면 경량팀에서 쫓겨날 것이고 힘이 약한 체격에 중량팀에도 들어가지 못한 채 험난한 비치에서의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매일 할당량을 채우는 지금의 삶이라도 감사한 이유다. 그러던 어느 날 도시 살인귀라 불리는 허리케인이 오기 하루 전, 더욱 부과된 할당량과 경량팀에서의 불안한 위치를 확고히 하고자 다시 폐선 안으로 들어갔던 네일러는 기름통으로 떨어진다. 부를 가져다 줄 기름이지만 지금은 죽음의 늪일 뿐인 그 곳에서 죽음의 공포와 싸우던 중 동료인 슬로스가 자신을 발견하지만 그녀는 모르는 척 떠나버린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살아난 네일러는 허리케인이 가져다 준 침몰한 쾌속선에서 브라이트 샌드 비치의 그 누구보다 많은 부를 가져다 줄 부유한 스왱크의 물품들을 발견한다. 거기서 다 죽어가는 니타 처드허리를 만나며 스캐빈지 네일러는 스왱크 니타와 함께 파란만장한 모험의 세계로 들어간다.

 

<십브레이커>를 읽으면서 나는 색다른 것을 두 개 발견하는 즐거움을 가졌다.

오해를 불러일으킨 시대적 상황과 남다른 스케일!

첫 번째 발견한 시대적 상황은 소설의 초반부를 다 읽는 동안 계속 내 어리석은 판단이 가세한 덕분이다. 예전에 폐선 해체 작업을 하는 가난한 나라의 노동자들 이야기를 다큐맨터리로 본 적이 있기에 소설 초반부 네일러의 근무 환경은 그 곳을 연상시켰다. 그러나 소설 중간중간 등장하는 스캐빈지, 반인, 리넨 중적화, 도시 살인귀라는 허리케인 등 생소한 단어들의 심심찮은 등장으로 의구심을 품게 되었다. 애초에 소설이든 영화든 최소한의 정보만으로 직접 대면하기에 이런 일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이렇게까지 혼돈이 오래 가는 것은 판타지소설로 굳이 장르를 구분하지 않아도 될만큼 작가가 현실 같은 미래를 표현한 덕분이다. 그러나 결국 ‘반인’의 정체로 인해 내 오판은 끝이 났다. 이런 미래의 모습은 영화 속 그 어떤 미래의 모습보다 가장 현실적이었다.

두 번째 남다른 스케일은 단순히 청소년 소설이려니 생각하며 읽는 이들에게 사건의 중심이 브라이트 샌드 비치에서 올리언스로 그리고 다시 망망대해로, 티스로 향하며 다양한 캐릭터와 가난한 스캐빈저가 부유한 스왱크의 세계의 음모와 혈투에 참여하며 개인적으론 아버지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그 아픔과 미련까지 다룬다.

 

이런 즐거움 외에 <십브레이커>는 그 어떤 소설이나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세상을 묘사하며 신선함을 보여주었고 그 안에서 미래 속 작금의 현실을 이야기하며 독자의 몰입도를 높이고, 미래가 지금 우리의 현실의 결과물이기에, 지금 우리 삶에 대한 고찰과 주인공 네일러를 통한 물질 만능주의, 자본주의 폐단의 시대에 사는 우리네 삶을 뒤돌아보게 한다.

어린 네일러의 삶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미래를 책임져야 할 우리의 현실에 대한 책임은 결국 우리가 아니라 우리 후손들이 떠안게 된다. 한 편의 소설을 통해 재미를 느끼고 고민을 하게 되는 경험, 아주 오랜 만에 느껴본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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