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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맨 & 플레이어
조안 해리스 지음, 박상은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오랜 전통의 명문 사립학교 세인트오즈월드.
하층 계급의 어린 스나이드가 아빠가 수위로 근무하는 세인트오즈월드의 세계로 몰래 들어간다. 그의 모험은 나날이 갈수록 대담해진다. 세인트오즈월드 교복을 입고 그 학교 학생들과 수업도 듣고, 체육대회에도 참가하고, 심지어 그들과 사진도 찍는다. 스나이드는 그렇게 세인트오즈월드에서 줄리언 핀치벡으로의 삷을 살아가고 있었다. 이제 어른이 된 스나이드는 세인트오즈월드에 교사로서 다시 돌아오는데….
Gentlemen & Players.
신사와 장난꾸러기들?
어른이 된 스나이드가 세인트오즈월드에 돌아와 학교를 상대로 벌이는 전쟁을 통해 단순한 에피소드 정도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스나이드가 사용하는 ‘살인’이라는 어휘, 점점 드러나는 음모들을 통해 단순히 신사와 장난꾸러기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제목의 유래는 책의 주석에서 볼 수 있다.
2차 대전 이전의 영국 정상급 크리켓경기에서는 경기자들을 ‘젠틀맨’과 ‘플레이어’로 구분했는데, ‘젠틀맨’은 보수 없이 경기에 참가하는 유한계급의 아마추어 선수를 일컫는 말이고, ‘플레이어’는 보수를 받고 뛰는 직업 선수를 지칭한다.(p376)
이 작품에서 젠틀맨을 대표하고, 세인트오즈월드의 정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캐릭터는 로이 스트레이틀리다. 그는 칠년 전 담당 학생(리언 미첼)의 죽음과 어떠한 기록에도 존재하지 않는 유령학생 스나이드를 유일하게 기억하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어른이 된 스나이드는 세인트오즈월드를 공격함에 있어서 로이 스트레이틀리는 위험한 요소이자 스나이드의 존재를 유일하게 기억하는 존재이다.
결말에 이르러 기막힌 반전과 어른 스나이드의 존재가 밝혀지며 이 소설의 백미를 장식한다. 단순히 학교폭력, 성폭행, 성추행 같은 일이 소재로 많이 소개되는 다른 작품들을 접했지만 <젠틀맨 플레이어>는 학교를 소재로 한 이전의 작품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는 칠년 전 어린 스나이드가 세인트오즈월드를 처음 침입하고, 유령학생의 신분으로 학교를 들락날락 거리고, 리언 미첼이라는 학생과 남다른 친분을 나누는 과거 이야기와 동시에 현재 시점에서 어른 스나이드가 학교를 상대로 전쟁(공격)을 하는 모습을 다루며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치게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이야기를 말하는 화자 역시 스나이드와 로이 스트레이틀리가 과거와 현재 시점을 이야기하며 시간적 배경은 칠 년전과 현재, 화자는 어린 스나이드과 칠년 전 스트레이틀리, 현재의 스나이드와 스트레이틀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기 때문에 적당히 복잡하고 적당히 간결한 구성으로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안내한다.
<젠틀맨 플레이어>를 통해 작가 조안 해리스의 작품을 처음으로 접한 나로서는 놀라울 따름이다. 이런 구성과 이런 문체로 작품을 쓰는 작가를 이제야 만났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 소설을 통해 작가 조안 해리스를 만났으니 이제 그녀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며 그녀의 전작들을 두루 섭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