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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에덴 2 - 용의 나라
김선도 지음 / 돌판 / 2011년 11월
평점 :
빈센트 반 고흐가 사랑하는 여인이 조선의 노예였다. 우여곡절 끝에 그 여인의 아이는 조선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지옥의 판타지.
새롭고 신선한 만큼 생경한 이야기.
성경의 구절을 인용하며 작가가 구상한 이야기들은 치밀하게 배열해 나간다.
<미치광이 화가 인 에덴1>에서 고흐의 이야기를 서두로 잡고, 그 후손의 이야기가 펼쳐지며 무엇인가 음모가 내포되어 있음을 독자들에게 암시한다.
<용의 나라 인 에덴2>에서는 그 후손들이 지옥의 문을 열기위한 세력에 의해 본격적으로 이야기 중심에 나타나지만 새로운 경제세력들(악한 영들)도 등장하며 또 다른 이야기로 독자를 안내한다.(결코 만만치 않은 에피소드들이다!)
작가가 자신의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썼다는 이 시리즈는 마치 해리포터를 쓴 조엔 롤링을 생각나게 한다. 그 무엇보다 아이들의 시선, 선과 악에 대한 뚜렷한 구분이 그렇다. 그러나 판타지라는 장르를 빌리고 성경구절을 인용하며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등장과 이야기가 이어지고 끊어지는 것이 책과 거리를 둔 어른들도 쉽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아이들을 위해 글을 썼다는 작가의 마음이 그렇듯 아무래도 작가의 아이들은 이야기를 많이 접하며 지낸 것이 아닌가 싶다. 때론 아이들의 이해력은 어른을 훨씬 뛰어넘기도 하니까.
사무엘과 인애의 아이 지우와 민우는 신비한 능력을 갖고 태어났고, 사무엘의 코트를 빌려 입었던 노숙자 창경궁 할아버지는 (바론의 궁전에서 모세의 말을 전했던) 아론이고, 인간의 몸에 영으로 존재하는 다곤과 루시퍼, 인사동 신비의 마을, 스랍, 니므롯, 바벨탑 등등.
많은 캐릭터들이 존재하고 많은 사건이 쉼 없이 이어지는 책이다. 흥미롭고, 박진감 넘치는 재미를 선사한다. 반면에 강 건너편에서 상면을 알아봤던 사무엘과 상면일행이 상면이 아이를 태우고 강을 건너오다 화살을 맞고, 사무엘과 인애는 반대편에서 쫓기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스데반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이 작품에서 좀 눈에 거슬리는 것은 모든 것을 설명하는 문장(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거나, 사건을 유추하거나 암시하는 듯한 문장)의 반복성이 보인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작가의 데뷔작이기에 보이는 작은 문제인 듯싶다. 다행스러운 것은 1권보다는 2권에서는 그런 문제가 훨씬 적다는 것이다. 이미 작가는 한 작품을 마치기 전부터 발전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2권 중반부터는 확실히 이런 문제가 많이 줄고, 3~4권에서는 더욱 더 이런 문제가 없어졌다). 그러나 그보다 아쉬운 것은 편집적인 측면이다. 총 네 권의 시리즈로 연결된 도입부로 1,2권을 굳이 두 권으로 나눴어야 했나 하는 것이다. 엄청난 줄 간격을 줄이고 활자크기만 조절하고 편집에 조금만 손을 댄다면 충분히 한 권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내어 독자들도 저렴한 가격에 이 책을 손에 담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수많은 오타들과 더불어. 개정판에선 이런 문제들이 사라지길 바래본다.
이 책은 한국 판타지의 멋진 도전의식을 보여준다. 단순히 가벼운 가십거리 소설도 아니고, 작가만의 독특한 상상력으로 인해 한국 판타지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볼 수도 있다. 3,4권을 마저 읽고 느낀 점을 추가한다면 작가 김 선도가 또 다른 소설을 내 놓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그의 머리에서 탄생해서 그의 손에서 쓰여져 나갈 다음 소설이 어떨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우리가 해리포터를 능가하는 한국 판타지를 그에게서 기대하면 안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