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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린 로빈슨 지음, 유향란 옮김, 김성곤 해설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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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집이라는 단어는 그 말만으로도 아련함이 느껴진다.

어린 시절, 철이 없던 철부지였을지언정 고향이라면 집이라면 무엇이든 다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기 때문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시절이 그렇게 아름다운 추억이었나 싶다. 지금 현재가 그렇듯 그 때도 각자 나름대로의 문제를 껴안고 살던 시기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고향, 집’에 ‘편안함’을 대치시키는 것일까?

신앙심 깊은 목사 아빠와 엄마, 그리고 다복한 형제자매들이 집안을 온 집안을 시끌법적하게 하던 시절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엄마는 십 년 전에 돌아가셨고 다른 형제들은 각자 바쁜 삶에 고향을 떠났다. 연로하시고 편찮으신 아빠는 이제 몸도 마음도 허약하고 그 보호자로 막내딸 글로리가 고향으로 돌아온다.

작가, 메릴린 로빈슨이 <홈>에서 보여주는 이야기는 잔잔하다. 돌아온 탕아라고 하기에는 작가가 보여주는 잭의 에피소드는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물론 1950년대에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아빠가 되었고(잭은 아빠이길 포기한 채 떠나버렸다.), 교도소에도 다녀왔지만 간접적으로 다가오는 몇 줄의 이야기는 독자들은 오히려 잭이라는 인물에 동정심과 연민마저 느껴질 뿐이다. 그런 오빠까지 고향 집에서 갑자기 돌아온다. 자신을 책임 질 수 없는 오빠 잭의 보호자 역시 글로리다.

이렇게 상처를 안은 영혼들은 결국 고향집에 모였다.

 

이 책은 마치 가랑비나 이슬비 같다.

잔잔하게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 우리는 그 어떤 자극적인 요소를 배제한 채 오히려 너무나 담담하게 읽히는 문장을 지나칠 뿐이다. 마치나 우리네 삶이 그렇듯이 그저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것처럼.

그러나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우리는 어느 덧 메릴린 로빈슨의 이야기 세계로 깊숙이 들어가게 된다. 풍전 속 등화처럼 불안한 잭의 모습이 비쳐질 때면 그의 남다른 아픔이 무엇인지, 집마저도 편안히 들어갈 수 없었던 그의 어린 시절의 문제는 무엇이었는지 너무나 안타까웠다. 이제라도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사랑하는 연인과 행복한 내일을 지낼 수 있기를 바랬다. 사랑의 아픔을 뒤로 하고 나이 든 아버지를 병간호하는 와중에 어린 시절부터 다가가기 어려웠던 잭마저 챙기는 극중 화자인 글로리보다 오히려 잭에게 연민을 느끼게 되는 것은 작가의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지막 책장을 넘기는 부분까지 안타까움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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