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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의 배반 - 뒤집어보고, 의심하고, 결별하라
던컨 와츠 지음, 정지인 옮김, 황상민 해제 / 생각연구소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최근 몇 년간 읽은 책 중에 가장 신선한 느낌이 드는 책이며, 또한 정독하는 데 가장 힘든 책이었다.
2년간의 집필기간이 말해주듯 작가는 여러 번의 퇴고를 거치고, 엄청난 참고문헌과 그의 방대한 지식으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상식이라고 인식하고 있던 것들을 갈갈히 찢어발긴다.
“상식은 세상을 의식하는 데는 훌륭하지만 세상을 이해하는 데는 그렇지 않다.(본문 51쪽)”
이 문구와 제목만 보면 단순히 잘못된 상식에 대해 쉽게 풀어쓴 가십거리 책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차례만 봐도 얼핏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결코 차례에서 이 책 내용의 1%도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언어유희에 가까운 일화, 사건의 소개나 여러 가지 이론을 반박하거나 동조하는 저자의 글 한 단어 한 단어를 정독하지 않으면 내용을 잘못 이해하는 실수를 범하기 십상이기 때문에 통독하는 독자들은 무슨 내용인지 자꾸 읽었던 페이지를 다시 읽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할 것이다.
<상식의 배반>은 최후통첩 게임, 뮤직 랩 실험, 테틀록 실험 등 이름만 들으면 무슨 실험인지 짐작조차 하기 힘든 각종 실험 등으로 인간들이 당연하다고 지레짐작하는 것들에 대한 깐깐한 고찰을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잘못된 결과를 말해주면 사람들은 ‘그럴 줄 알았다.’하며 그에 타당한 변론을 제시하지만 사실 결론을 거꾸로 말했다고 밝히면 사람들은 당황했다. 또한 장기기증 의사표시 수치가 어떤 나라는 10%, 어떤 나라는 99%라는 현저한 차이에 대해 두 나라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많은 사람들은 종교, 문화, 관습의 차이, 정부의 규제와 혜택에 대한 각종 이유들을 제시하지만 사실 그 두 나라가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대륙에 존재하는 이웃한 나라인 오스트리아, 독일이라는 사실을 밝히면 적잖이 놀란다. 이렇듯 사람들 마음속에 상식이라는 형태로, 선입관이라는 형태로 많은 잘못된 유추론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 책을 보지 않았다면 나 역시 그런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반응을 보인, 마치 어린 왕자에서 코끼리를 잡아먹은 보아뱀 그림을 모자라고 부르짖는 사람 중에 하나였을 것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정독의 늪에 빠져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겼을 때 메모한 몇 가지를 제외하곤 뚜렷하게 기억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번역서들 같은 경우 나만의 느낌을 잊지 않기 위해 역자 후기도 읽지 않는다. 그런데 이 책의 경우 망설이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에는 역자 후기 외에 황상민 교수님의 해제가 있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이 책을 읽은 내 느낌을 정리하는데 이 해제가 없었다면 (메모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무엇을 읽었는지 어렴풋하게 기억할 뿐 확실히 내 머리 속에 깔끔하게 정리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상식이라는 단어의 정의에 있어서도 다시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일반적인 사회적 규범, 습관, 문화 이런 모든 것들과 대중들의 심리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바라보는 상식은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과 그 범위가 다르다. 물리학 규칙에서 벗어나 사회학 규칙을 밝히려는 움직임에 대한 생각과 그 안에서 다양한 실험을 통하여 그 진실을 파헤치려는 작가. 이렇듯 <상식의 배반>이 초반에 말했듯이 잘못된 상식에 대한 가십거리 책이 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을 한 문장으로 말한다면 뭐라고 해야 할까? 작가는
“성문화되지 않은 사회 속의 규칙(상식)에 대한 고찰론,
상식을 뒤집어 보고, 의심한 후, 여차하며 그 상식과 결별할 것을 권하는 책.”이라고 말한다.
독자들은 뭐라고 생각할까? 이 책의 독자로서 나 역시도 멋지게 표현하고 싶지만, 이 책을 뭐라고 한 마디, 한 문장으로 섣부르게 판단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이 책을 읽고 난 후 무엇이든 섣부르게 판단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