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가 잠들기 전에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6-1 ㅣ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6
S. J. 왓슨 지음, 김하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7월
평점 :

매일 아침에 눈을 떴는데 나의 시간은 20대에서 멈춰있다면 어떨까?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눈가에 주름이, 머리엔 서리가 앉았지만 머리로는 20대라고 인식하고 있다면….
기억(memory)은 언제나 내 머리와 가슴을 울리는 소재다. 그리고 그 소재를 활용하는 작가들 역시 많은가보다. 소설, 영화 등 장르를 불문하고 기억은 많은 분야에서 언제나 환영받는 소재이다. 그 중에 기억나는 캐릭터가 있다면 일본소설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서는 기억이 80분밖에 지속 못하는 박사다. 그에 비하면 <내가 잠들기 전에> 나오는 여주인공은 하루 동안 지속되니 그나마 낫다고 해야할까? 그러나 소설을 읽으면서 매일 아침마다 낯 설은 곳에서 깨어나는 그녀의 아침 역시 두려웠다. 게다가 그녀가 기억을 잃게 된 것이 단순한 병이 아니라 폭행사건으로 뇌가 다쳐서 후천적으로 발생했다는 사실은 더욱 동정이 가는 부분이다.
이런 류의 소설을 읽을 때면 언제나 결말에 대한 궁금증에 페이지를 빨리 넘기게 되고
‘내가 예측한 것과 얼마나 맞아 떨어질까?’
‘작가는 과연 어떻게 개연성이 유지되면서도 독자들의 예상을 보기 좋게 빗겨나가는 수단을 만들어낼까?’
하는 궁금증이 발동하며 거기에 대한 평가로 재미있는 작품, 재미없는 작품으로 나누게 된다. 그 점에 있어서 이 작품은 ‘재미있다’에 한 표를 던져야 할 것이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단 하루에 발생한 일이다.(물론 주인공이 모든 사건이 해결된 이후 병원에서 치료한 시간도 있지만~)
그리고 그 사이에 일기 형식으로 구성된 본문은 극의 긴장감을 꾸준히 발하며 독자가 일기를 다 읽기 전에 에필로그를 먼저 보고 싶은 유혹을 잘 견뎌내야 할 정도다. 본문에서 매일 일기를 숨겨 놓은 곳을 알려주는 낯선 남자의 전화를 받고 남편을 믿지 말라고 쓴 일기장과 달리 주변 사람들은 하루밖에 기억 못하는 아내를 돌본 남편 벤의 사랑을 의심하지 말라고 한다. 물론 이 부분에서부터 독자들은 작가가 심어 놓은 복선을 통해 때 이른 결말을 예측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독자들의 예상을 어느 정도는 받아주고 어느 정도는 보기 좋게 빗나가며 어느 유명한 뮤지컬 작가가 좋은 작품에 대한 정의를 ‘80%는 관객들의 예상과 맞게, 20%는 관객들의 예상을 빗나가야 한다.’고 정한 바에 따르면 <내가 잠들기 전에>는 딱 그 정의에 맞는 작품으로 이야기를 끝맺는다.
결말에서 모든 사건의 비밀이 풀렸지만 열린 결말로 여주인공의 내일이 어떻게 펼쳐질까 하는 궁금증을 선사하는 것은 자신의 데뷔작을 읽어준 모든 독자들을 향한 작가의 특별한 선물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