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궁금해 미치겠다 - 지구상에서 가장 무모한 남자의 9가지 기발한 인생 실험
A. J. 제이콥스 지음, 이수정 옮김 / 살림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작가 A.J. 제이콥스는 한마디로 괴짜(NERD)다.

백과사전을 A부터 Z까지 읽고 브리태니커를 한 권에 담은 책을 내고, 미친 척하고 성경 말씀대로 1년을 살아 본다는 것이 가히 정상적인 보통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무리다. 작가의 이력을 보기 위해 첫 페이지를 여는 순간부터 나의 예상은 적중한다.(궁금하다면 작가의 사진을 봐라!)

이 책 ‘나는 궁금해 미치겠다’에서도 그런 괴짜로서의 작가의 모습은 전작에 이어 계속 비춰진다. 총 아홉 가지의 그의 인생 실험은 ‘이걸 굳이 실험이라고 해야 하나?’, ‘왜 이런 짓까지?’, ‘이런 걸 잡지에 실었다고?’ 하는 각종 의문이 뒤따르는 요상한(?) 짓들이다.

먼저 서두에 앞서 이 책을 아내인 줄리에게 바치고 그 밑에 괄호로 코드니 홀트에게 바치기에 단순히 자식이나 큰 도움을 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진실은 부록을 통해 게임기 위피트와 연계가 되었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어진다. 역시 제이콥스는 평범한 놈(너무 심한 표현인가?)이 아니다. 이런 사실을 알기위해 부록까지 반드시 읽어야 한다. 나 역시 우연히 3장을 다 읽고 나서 부록을 발견하고 읽으면서 이런 깨알 같은 재미를 발견하게 되면서 책의 진도에 맞춰 부록을 찾아 읽어나갔다.


작가의 요상한 실험을 열거한다면~

온라인에서 아름다운 여성인 척하기,

모든 것을 아웃 소싱하기,

획기적인 정직 실천하기,

스타로 살아 보기,

일상에서 모든 편견과 오류 몰아내기,

누드모델 되기,

조지 워싱턴의 원칙대로 살기,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기,

한 달 동안 아내로 살기이다.

유난히 아름답고 예쁜 보모 미셸에게 남자 친구를 구해주기 위해 시작한 첫 번째 미션은 아름다운 여성의 권력(?)을 행사하면서 작가는 남성과 여성을 오가며 온라인 모임에서 데이트 신청을 한 남자들을 평가한다. 남자는 대양을 넘어서도 다 같은 모양이라는 한탄이 나오는 대목이며 작가라도 남자들이 여자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여자들이 좋아하는 남성상에 대한 오해)들을 깨우쳐서 그나마 다행이다.

두 번째 미션에서 작가는 모든 자질구레한 일까지 처리해주는 먼 나라에 있는 비서들을 고용하는데 인도가 인터넷을 통해 미국 아이들에게 수학 과외를 하는 사업이 번성하고 있다는 해외토픽을 봤었는데 여러 가지 다양한 방면으로 미국 인력 시장의 커다란 한 축을 (미국에 살고 있지 않는) 인도인들이 차지하고 있음에 놀라울 뿐이다.

세 번째 미션인 획기적인 정직은 ‘참 피곤하겠다.’라는 예측과 더불어 거짓말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갖게 되었고 네 번째 미션은 ‘이런 사기는 바로 고소감이 아닐까?’하는 걱정이 앞섰다. 영화 샤인의 노아 테일러를 대신해서(물론 사전 양해 없이) 영화제에 참석해서 레드카펫을 밟다니, 그것도 잡지사가 지원도 하다니 놀라웠다. 바로 몇 해 전 세탁소를 상대로 어마어마한 금액의 소송을 거는 미국이 아닌가! 이런 미션을 해도 되는 것인지 오히려 독자인 내가 잡지사와 작가의 미래가 걱정되었다.

다섯 번째 합리성 프로젝트에서는 자신이 굉장히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을 대표하여 이런 생각을 하는 작가 A.J. 제이콥스에게 작가의 처남(컬럼비아 대학 행동경제학 교수인 에릭)은 ‘워비곤 호수 효과(우리 뇌가 주제도 모르고 건방을 떠는 증상)’라는 판단을 내리는데 이에 찔끔한 독자들이 있다면 그나마 조금은 증세가 덜한 것일 것이다. 이 미션을 읽는 내내 나 역시 편치 않았다.

6장은 작가가 아홉 가지 미션 중 작가가 유일하게 수동적으로 임한 미션이 아닐까 싶다. 잡지 인터뷰에 응한 메리 루이스가 ‘알몸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포즈를 취할 때의 느낌’에 관한 이야기를 쓰기위해 본인이 누드 사진을 찍는 조건으로 편집자인 작가 역시 누드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조건은 요즘 어린 친구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대박’이었다. 메리 루이스가 누군지 전혀 몰랐던 내가 그녀를 검색하게 된 이유이다.

7장 조지 워싱턴의 원칙은 110가지의 원칙 부록을 보면서 지금 시대와는 맞지 않은 부분들이 많지만 나만의 원칙 110가지를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든 장이었다.

8장은 현대 사회에서 많은 일들이 동시에 벌이는 모든 이들에게 정말 뇌의 효율성과 뛰어난 감각을 다시금 되살리는 자극이 되는 장이었다. 평소에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 나는 오히려 8장의 행동규칙을 40%는 실행하고 있었기에 더욱 매진해야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9장은 유일하게 마무리를 작가가 아닌 아내 줄리가 썼다. 9장의 미션은 바로 작가가 한 달 동안 아내로 살기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한 달 동안 가장 행복했던 줄리아가 처음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힌 부분이었고, 그렇기에 신선했으며 이런 남편과 사는 여자에게 한없이 동정심을 느끼는 많은 독자들의 걱정을 조금은 덜어주는 마무리였다.


보통 사람이 보통의 가치관을 가진 상태에서 이런 아홉 가지 미션을 치룰 수는 없다. 작가 제이콥스의 남다른 철학과 그의 직업이 한 몫을 한 결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작가의 독특한 생각과 생기 가득한 필력은 그의 글을 읽는 내내 웃음을 유발하며 또한 철학도 발견하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의 실험들이 단순히 웃음꺼리로만 평가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그의 실험이 지극히 평범하지 않았듯이 그의 철학 역시 지극히 평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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