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바이, 블랙버드
이사카 고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호시노 가즈이코는 다섯 명의 여자와 이별을 한다. 물론 그가 원하는 이별은 아니었지만 동시에 다섯 명의 여자에게 마음을 품었기에 그로서는 반드시 해야할 일이다.(그러나 호시노는 가능하면 오랫동안 그녀들과 오래 있기를 원했다. 남자는 다 나쁜 놈이란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히로세 아카리, 시모쓰키 리시코, 기사라기 유미, 간다 나미코, 아리스 무쓰코.

처녀에서 이혼녀, 유명 배우까지 다양한 여성들을 사귄 호시노를 부러워 할 남자들이 많겠다싶다. 그러나 다섯 명의 여자와 호시노의 만남의 에피소드는 호시노라는 사람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이고, 그만큼 작가의 뛰어난 캐릭터 창출 능력과 그럴듯하게 꾸며낸 에피소드가 개연성 있게 느껴지는 것 또한 작가의 능력으로 독자들은 충분히 작품에 빠져든다.


각각의 여성과 만남에 관한 에피소드를 말한 후 거구의 보디가드 겸 감시자인 마유미와 더불어 그녀들과 이별 이야기를 펼쳐 놓는 구성도 새로웠고, ‘두 달 동안(정확히 두 달 반 동안) 호시노의 삶이 어떻게 변했기에 돈도 잃고 모든 삶을 빼앗긴 채 종착지도 모르는 미지의 버스를 타야하는 상황이 되었을까? 그리고 마유미와 그 조직은 무엇일까?’하는 궁금증이 독자들로 하여금 생기게 하는 구성도 좋았다.


또한 남편의 불륜으로 갑자기 이혼녀가 되어 어린 아들(가이또)을 홀로 키우는 시모쓰키 리시코에게 산타클로스를 대신하여 선물을 보내는 에피소드는 따뜻했다. 또한 무엇보다도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 속 캐릭터들의 독특함이 눈에 가장 띈다. 어린 가이또가 명함을 교환하려는 행동이나 ‘다 떨어졌네~’하며 어른들의 말투를 흉내 내는 것도, 백화점 할인 행사 전날 줄을 서기 보다 로프를 타고 옥상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는 기사라기 유미, 숫자로 모든 것을 생각하는 간다 나미코, 그리고 180cm, 180kg의 거구이면서 자신만의 (배려, 도움 이런 단어들이 없는)사전을 들고 다니는 마유미까지 하나하나 다른 작품에서는 전혀 만나지 못했던 새로운 인물들이었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것은 남을 배려할 줄 모르고, 남이 상처 받는 걸 오히려 즐기는 마유미라는 캐릭터가 마지막 책장을 넘기자 오히려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되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어느 세대에서나 작가들은 더 이상 쓸 이야기가 없다고 하소연을 한다.

셰익스피어가 태어나기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새로운 이야기, 소재가 없다고 하소연을 하는 작가들은 어느 세대에나 언제나 있었다.

그러나 캐릭터들은 시대가 변하면서 언제나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다.

그것을 가장 잘 활용하는 작가가 이사카 고타로다.

가볍지만 결코 여운마저 가볍지 않은 주제를 갖고 항상 새로운 인물들로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작가, 이사카 코타로. 그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것은 결코 나 혼자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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