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와 역사
랜디 체르베니 지음, 김정은 옮김 / 반디출판사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날씨와 역사.

전혀 상관관계가 없을 것 같은 이 두 단어의 새로운 관계를, 세계 기상 기구 WMO에서 극한기록 보고를 담당하며 지구 전체의 기상 기록에 관한 역구와 확인을 책임지고 있는 저자 랜디 체르베니가 들려준다. 그는 22개의 chapter를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독자들에게 신선함과 지식을, 그리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재주를 발휘한다.


공룡의 멸종과 인류의 ‘멸종 위기’를 파헤치는 3장, 하라파 문명의 몰락을 다룬 4장, 모세의 기적을 다룬 6장, 사막 한가운데 번성했던 장미 도시 페트라의 신비를 다룬 8장, 콜럼버스의 대장정 중 허리케인을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이유를 밝힌 11장, 소빙하기(1500~1850년대)와 태양 흑점의 관계를 말한 12장, 그 시기에 오히려 번성했던 청나라의 비밀을 밝힌 13장, 티베트의 날씨 스파이를 보낸 영국과 러시아의 이야기는 15장에서 밝혀지고, 비행기 추락을 불러오는 공기 폭탄-순간 돌풍-은 17장에서 그 결말을 이야기하며, 일반적인 해류의 흐름과 별도로 심해층의 흐름의 비밀을 다룬 19장, 비와 코카인의 상관관계를 다룬 20장, 그리고 미래의 기후는 21장에서, 마지막으로 일곱 개의 해답을 22장에서 저자는 다룬다.


매일 뉴스 말미에 당연히 소개하는 오늘의 날씨. 우리의 일상과 너무나 가깝게 지내기에 당연시 되어 왔지만 의외로 기후학이라는 학문이 다른 학문에 비해 갓 태어난 수준으로 연구를 집대성한 사람들이 현존하는 유일한 학문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말하며, 그래서 과거와 미래의 기후는 현재도 미스터리지만 앞으로도 오랫동안 미스터리로 남을 수밖에 없음을 저자는 고백한다. 또한 우리는 언제나 일정한 기후 속에서 안정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하고 싶지만, 현재 우리는 “지구가 오랫동안 예외 없이 변덕스러웠으며 미래에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중이다.”(p318) 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결국 결론을 낼 수 없는 날씨와 역사의 이야기는 여러 가지 학설을 나열하고 그 중에서 받아들여지는 학설을 소개하지만, 기후학은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언제든지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면 변할 수 있음으로 넓은 아량을 독자가 보이길 바란다.


이 책을 통해 기후학의 연구과 발견의 과정이 지루하게 느껴지고 우리의 일상과 크게 상관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될 시점에 소개된 공기 폭탄이 불러온 비행기 추락사고와 몇 년 후, 순간적으로 짧게 발생하고 사라지는 공기 폭탄을 찾는 레이더를 개발하고 적절한 비행 수칙을 만들었다는 에피소드는 기후학이 단순히 과거와 미래의 기후만을 예측하고 추리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또한 콜럼버스의 항해일정을 다룬 부분에서는 허리케인 발생률을 통계학적인 측면에서 해결하는 것과 비와 코카인의 생산량의 상관관계를 밝혀 마약 퇴치의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게 하는 연구는 기후학의 새로운 이면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9장 사라진 태양 흑점에 얽힌 미스터리는 536년 무렵의 태양 빛의 약화와 마른 안개의 원인을 화산, 또는 행성충돌로 보면서 제목과 어울리지 않았다. 반면에 소빙하기(1500~1850년대) 시절에 북아메리카 동부와 유럽은 혹독한 추위가 찾아와서 보헤미아(지금의 체코) 인구 절반 이상이 굶어 죽고 각종 식량 재배에 문제가 발생했지만 청나라는 강우량이 증가하여 홍수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태평성대를 이루었다. 하나의 기후가 지구 전체에 똑같은 영향을 끼치지는 않으며 한 곳에서의 악재가 다른 곳에서는 호재로 발생한 경우다. 그러나 소빙하기가 지나자 그 시절 혹독한 기후에 전쟁과 식민지 지배로 눈을 돌렸던 유럽과 반면에 강우량이 줄어든 청나라는 오히려 굶어죽는 백성이 늘고 어린 황제의 즉위로 정치력은 나날이 줄어 열강에 각종 이권을 넘겨줘야 하는 형편이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또 하나의 새로운 식견을 갖추게 된다.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눈을 갖게 된다. 그것이 작가 랜디 체르베니가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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