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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여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자꾸 눈이 가는 책이 있다. 책장에 꽂혀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꾸만 내 시선이 주책없이 가는 책이 있다. 이번에 읽은 기욤 뮈소의 <종이 여자>가 그런 책 중 하나다. 또한 이 책은 내가 읽은 기욤 뮈소의 모든 책들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책이기도 하다. 지극히 기욤뮈소답지만 기욤뮈소스럽지 않은 구성으로 새롭게 내 시선을 잡았으며 전혀 예상치 못한 결말은 역시 이 전의 기욤 뮈소의 여느 책들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빈민가 출신으로 유명한 작가가 된 톰 보이드. 그를 한 순간에 유명하게 만들어 준 ‘천사 3부작’의 저자로서 풍요로운 삶을 살던 그가 피아니스트 오로르 발랑꾸르와 사랑에 빠지면서 실연의 상처에 허덕이게 된다. 이로 인해 출판사와 계약한 천사 3권의 집필을 해야하지만 백지공포에 가까운 상태에 빠지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그의 절친한 친구이며 그의 재정을 도맡은 밀로가 투자실패로 밀로 자신은 물론 톰마저도 도산에 빠졌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그러나 이런 현실도 그의 집필 무기력증과 백지공포증을 없애주지 못한다.
또한 천사 시리즈 2권이 인쇄 실수로 인해 10만권을 모두 폐기처분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문장도 마치지 못한 채 266쪽에서 내용이 갑자기 끝나버린 것이다. 그러나 더욱 당황스러운 것은 어느 날 밤 책 속 그 문장에서 빌리 도넬리가 그의 거실에 나타난 것이다. 책 속의 여 주인공 빌리 도넬리가 책의 저자 톰 보이드 집에 출현한 것이다. 이후 작가와 소설 속 인물의 동거가 시작된다. 빌리는 톰에게 오로르와의 사랑을 이루어줄테니 작품 속 자신의 사랑을 이루게 해달라는 빅딜을 제안한다.
이 소설의 가장 뛰어난 점은 기욤 뮈소의 전작을 읽었던 애독자들과 아직 그의 작품을 읽지 못한 독자들 모두를 만족시키는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이 만들어낸 캐릭터들과 사건들, 바로 작품 그 자체다. 어떤 작가가 말했다. ‘가장 뛰어난 작품은 사람들이 예상한 80% 만큼 이루어지고 20%는 그 예상을 빗겨가야 한다’고. 80%보다 높으면 작품이 식상해지고 그 보다 낮아지면 작가 본인만 만족시키거나 전혀 개연성이 없는 작품이 되기 때문이다.
그 점에 있어서 이번에 기욤뮈소가 보여 준 <종이 여자>는 그 80%(꼭 수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의 힘을 제대로 보여줬다라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