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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피스토 클럽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6-6 ㅣ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6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스릴러 소설에 좀처럼 볼 수 없는 여형사, 제인 리졸리.
몇 해 전 그녀는 희대의 살인마 ‘외과 의사’를 잡으며 나타났고, <메피스토 클럽>으로 다시 돌아왔다. 2년이라는 시간동안 그녀는 싱글에서 아기엄마로 변해 있었을 뿐, 여전히 남자들의 세계에서 뛰어난 형사로서 잘 해내고 있었다. 좀처럼 견디기 힘든 강력 사건 현장에서 같은 여자로서 믿을만한 사람은 마우라 아일스 박사 정도, 새로 배치된 여형사 이브 카소비츠는 살인 현장에서 오바이트를 하며 처음부터 여자 형사 망신을 주고 있다. 모든 형사들에게 그녀는 평생의 오점을 남기게 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그 평생이 너무 짧았지만…. 바로 두 번째 살해 현장에서 그녀는 차가운 주검이 되었다. 이로써 이 사건은 모든 경찰들에게 꼭 해결해야 하는 사건이 됐다. 모두 그녀에게 빚을 졌기 때문이다.
연속적인 살인, 그러나 범인은 동일 인물이다. 매 현장마다 피해자의 상태는 달랐지만 현장에 남긴 상징은 같은 범인임을 스스로 알리고 있다. 게다가 첫 번째 현장에서 범인이 살해 후 신경 심리의학자 조이스 오도넬에게 전화한 사실이 밝혀지고, 두 번째 살인 현장, 저택에서도 그녀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제인은 편치 않다. 왜냐하면 조이스는 각종 강력 사건 범죄자들의 구형을 모두 정신병으로 몰고 갈 뿐만 아니라 외과의사, 워런 호이트와도 친분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와 함께 있던 신비스런 인물 앤서니 산소네의 특별한 행동은 눈에 거슬린다. 그러나 그의 재력인지 권력인지 제인의 손에서 그를 조사하기는 힘들뿐만 아니라 오히려 매 사건 현장마다 그는 함께 하게 된다.
작가 테스 게리천은 언제나 잔혹한 살인현장을 즐겨 쓴다. 마치 ‘여자 작가라고 누가 깔보기나 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서일까, 그녀의 전작 의사 시리즈에 이어 이번에도 살인 현장엔 피가 낭자하고 토막 시체가 널브러져 있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신비로운 모임 <메피스토 클럽>이 순수한 ‘악’의 실체를 논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절대 악’과의 한 판을 예고한다.
그래도 그녀(작가)는 여성이다. 그리고 그 점을 포기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여성의 섬세함을 살려 인물의 심리묘사를 세밀하게 그려내고 자잘한 인물들의 사건을 만들어 작은 캐릭터에게도 숨을 불어 넣어준다. 물론 그 인물들의 이야기와 자잘한 사건들은 캐릭터 제인 리졸리의 인간적인 매력을 살려주는 역할도 수행함으로써 작가 테스 게리천의 능력을 보여준다. 제인 리졸리는 소설 속 주인공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인간적이다. 완벽한 주부와 완벽한 형사의 슈퍼우먼과는 거리가 멀다. 남편 게이브리얼의 전적인 외조가 그녀를 지탱해주고 있다. 또한 그녀의 주변도 시끄럽다. 그녀에게 같은 여자로서 험난한 현장에서 위안이 되었던 마우라는 어리석은 사랑을 시작했고, 그녀의 아빠는 다 늙어서 짙은 화자에 늙은 창녀 같은 여자와 바람이 났으며, 그녀의 엄마는 이에 맞바람으로 대응한다. 그리고 그녀에겐 아직 해결해야 할 사건이 있고, 잡아야 할 범인이 있다.
사건의 해결이 좀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모든 범죄 소설의 공통점. 이번에도 좀 맥없이 해결되는 기분이었지만, 마치 다빈치 코드를 보는 듯 범죄 스릴러와 다빈치 코드를 섞어 놓는 것은 색다른 시도였으며, 독자의 예상을 적당히 맞춰주고, 또한 적당히 빗나가는 범인의 실체는 좋았다.
앞으로 그녀는 또 어떤 사건으로 다가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