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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ㅣ 어른이 읽는 동화
정호승 지음 / 열림원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표지의 그림에서 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인물의 눈동자, 눈빛이다. 약간 쳐진 눈썹, 꼭 다문 입술에 비해 눈빛은 많은 것을 표현한다. 얼핏 슬픔을 이야기하는 것도 같고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것도 같고, 말없이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바라보기도 거부하기도 쉽지 않다.
‘그녀는 나에게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일까?’
‘우리의 삶을 완성시킬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뿐’이라는 작가의 말이 전 작품에 걸쳐 흐른다. 눈이 하나밖에 없어서 혼자서는 헤엄을 못 치다가 동반자를 만나 두 마리가 함께 하면 자유롭게 헤엄을 친다는 비목어부터 어리석은 남편을 일깨우는 아내의 사랑과 그 사랑에 눈을 뜬 남편의 사랑이 느껴지는 못자국에 이어, 사랑하는 그녀를 기다리는 계절을 잃은 떡갈나무까지 짧은 동화지만 그 여운은 결코 짧지 않은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그러나 모든 동화가 사랑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비록 종이로 만들어졌지만 바다를 꿈꾸는 종이배 이야기에서는
“이 세상에 위험을 감내하지 않아도 되는 곳은 없어. 문제는 그것을 얼마나 감내할 수 있는가 하는 용기만이 필요한 거야.”(본문 128쪽)
라며 다독여주고, 코앞에 오아시스를 두고도 목이 말라 죽은 사람을 다룬 이야기에서는 선입관에 똘똘 뭉친 현대인을 비꼬며, 실개천에 살던 송사리가 우연히 소발자국에 고인 웅덩이에 빠진 이야기에서는 맡은 바 소임을 알고 죽게 되어 그나마 행복하다는 우제어의 말에 가슴이 뭉클….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경험이 늘며 많은 것을 알게 되지만 선입관과 편견이 생기고 자기가 만든 틀에 벗어나지 못하기도 한다. 몸이 성장한 만큼 정신도 성장하면 좋으련만, 아무래도 우리들의 정신은 몸의 성장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
이것은 바로 숫자뿐인 나이가 들어 어느 새 어른이 되어 버린 우리 시대 모든 사람들을 위한 동정심이 아닐까한다. 작가의 동정심을 듬뿍 받을 수 있는 우리들의 동화, <의자>.
서른 가지가 채 안 되는 짧은 동화가 우리에게 남기는 여운은 짧은 이야기에 반비례하며 자못 크게 우리네 가슴에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