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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들의 비밀 생활
수 몽크 키드 지음, 최정화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어린 소녀 릴리에게는 비밀스런 벌 친구들이 있다. 앞으로의 그녀 삶을 예견이라도 하는 듯 벌들은 매일 밤 릴리의 방에 나타난다.
1964년 미국의 한 복숭아 농장에는 열네 살의 예쁜 백인 소녀 릴리가 외롭게 살아가고 있다. 엄마 없이 지내는 릴리에게 누구보다 소중한 아빠 티 레이는 사랑으로 딸을 대하기보다는 거친 옥수수 위에 릴리를 벌 세우는 것을 즐기고 딸 보다는 강아지를 더 아낄 뿐이다.
흑인 참정권이 결정되면서 시끄러운 사회적 변환기를 맞은 시대에 흑인 유모 로잘린이 인종차별적 상황에서 경찰에 투옥된다. 투옥된 상황에서도 가해자 백인들에 의해 또다시 구타를 당하고 병원에 입원한 로잘린, 그런 유모의 목숨을 구하고자 릴리는 그녀와 함께 도망을 하고 엄마의 소지품에서 발견한 한 장의 사진(검은 성모마리아)에 의지해 티뷰론으로 향한다. 그 곳에서 (검은 성모마리아 사진을 상표로 쓰는)블랙 마돈나 꿀을 만드는 보트라이트 가의 세 명의 흑인 자매, 오거스트, 준, 메이 보트라이트와 함께 지내게 된다.
벌들의 비밀생활은 제목처럼 벌들의 삶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열네 살 소녀 릴리의 성장소설도 아니다.
그렇다고 아버지와 딸의 화해 드라마도 아니다.
작가 수 몽키드의 ‘벌들의 비밀생활’은 소녀의 시각에서 소녀의 시각으로 끝이 나는 작품이지만 성장소설의 느낌보다는 삶에 대한 철학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시대적 배경을 적절히 융합한 캐릭터와 사건, 탁월한 소재 선택 감각과 그 소재와 어울리는 캐릭터, 그리고 그 캐릭터들간의 관계도는 치밀하다. 신선한 아이디어와 캐릭터들이 나와도 그 신선함과 독특함 때문에 오히려 작품의 개연성이 떨어지게 만드는 억지스런 구성들이 난무하는 다른 작품들과 차별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부부싸움 현장에서 어린 딸 릴리는 총을 들고 자신도 모르게 총을 발사한다. 그 결과 엄마는 죽었다. 그러나 정확한 사건의 정황은 작품 내내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티뷰론에서 티 레이와 릴리의 재회 장면을 봐도 열린 결말 같은 느낌이 든다. 그것은 바로 작가의 바램이 아닐까?
작가 수 몽키드는 섬세한 감성을 지닌 듯 보인다.
캐릭터 보트라이트의 세 자매의 삶과 릴리와 로잘린, 티 레이까지….
작가는 모든 캐릭터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있다.
절대 악도 절대 선도 존재하지 않는, 모든 사람들의 아픔과 상처를 어루만지며 서로 기대는 삶을 작품에서 보여주며 스스로 일어서는 용기를 독자에게 말한다.
마치 ‘우리들 모두에게는 각자의 여왕벌을 가슴에 품고 있으며 어떤 고난과 역경, 아픔이 있어도 결국엔 새로운 우리들의 왕국을 일으킬 용기가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