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 브로드 1
팻 콘로이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예쁜 양장 두 권으로 이루어진 사우스 브로드.

표지를 보면 “2009년 뉴욕타임즈 종합 베스트셀러 1위!”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이런 문구에 혹~한다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던 나이기에 덤덤하게 페이지를 넘겨갔다.




프롤로그에서는 찰스턴이란 도시를 예찬한다(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타라’가 있다면 사우스 브로드에는 찰스턴이 있다). 그리고 1969년의 과거로 돌아가, 어린 시절 다수의 주인공들의 운명적인(?) 만남이 이루어진다. 마치 한 편의 ‘성장소설’을 보는듯한 등장인물들의 나이와 캐릭터, 그리고 구성(이야기)에 식상해질 쯤 이야기는 전혀 새로운 시간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는 1990년에 끝이 난다.




시대극이 아닌 보통의 소설들이 현재의 시점을 추구하는 것은 독자들의 원활한 감정이입을 위해 꼭 필요한 필요충분조건이다. 그러나 이 책은 과감히 그런 선입관을 버렸다. 왜냐하면 이 책의 꼭 필요한 소재(인종차별의 과도기)가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하기에 시대적으로 1969년이 필요했고, 그 시대의 청소년들이 성장해서 모든 사건이 자연스럽게 일단락되기 위해 이야기는 1990년에 끝나야했다.

작가는 철저한 계획에 입각해 적당한 배경과 인물, 캐릭터들을 모아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완벽한 구성과 개연성’을 ‘제대로’ 보여준다.




외아들이 아닌 외아들이 되 버린 레오 킹.

수갑에 채워진 채 의자에 묶인 고아 남매, 나일즈와 스탈라.

어느 날 앞집으로 이사 온 쌍둥이 남매, 트레버와 시바.

요트크럽에서 맛난 상류층 남매,  채드워스와 프레저, 그리고 채드워스의 여자친구 몰리.

고등학교 미식축구팀의 흑인 코치 하워드 드로디의 아들 아이크.

각각의 캐릭터들은 각각의 사연을 갖고 있고 그 사연들은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결코 다양한 인물들의 각각의 이야기는 복잡하거나 정렬이 안 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것은 바로 작가의 힘이다.

사람의 성격이 어느 날 갑자기 형성되지 않듯이 각 캐릭터들의 지나 온 삶의 궤적은 소설의 주된 사건의 배경이 되고,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사람들이 ‘친구’라는 이름으로 하나로 뭉쳐 이야기를 만들어낸다.(그들의 진한 우정을 바탕으로 한 농담은 언어폭력의 경계를 넘나들지만, 이내 곧 그들의 우정이 얼마나 진한 것인지를 반증하는 것이 되기도 한다)

트레버의 실종으로 다시 뭉친 친구들이 트레버를 찾고, 다시 나타난 공포, 시바의 아버지, 그리고 자연재해…. 모든 사건이 끝났다고 생각할 때쯤 흥미진진한 다른 이야기들로 인해 독자들의 뇌리에서 잊혀진, 레오의 형의 자살 사건의 이유가 드디어 밝혀진다.




많은 인물들을 가지고 중심을 잃지 않고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해 나가며 독자의 시선을 완벽한 구성으로 몰입시키고, 다양한 이야기와 사건을 처음에 그렸던 그대로 완벽하게 하나의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작가의 힘은 완벽하다 못해 무섭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다양한 사건들이 벌어지며 각종 장르를 넘나드는 이야기, 그러나 중심을 잃지 않는 구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이 책의 강력한 매력이다!







**짧은 문장, 강렬한 느낌

2009년에 읽은 많은 책 중에서 베스트오브베스트였다.

그리고 내가 지금껏 읽은 책 중에서도 베스트 30 에 그 이름을 넣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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