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서아 가비 - 사랑보다 지독하다
김탁환 지음 / 살림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백탑파 시리즈 이후 김 탁환 작가님의 작품에 흠뻑 취했다.

그리고 그의 작품을 기다리는 것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그런 즐거움의 또 다른 기대 <노서아가비>

새로운 소재, 새로운 이야기꺼리를 찾아내는 작가의 직관에 박수를 보낸다. 역사적인 사실과 흥미로운 이야기를 절충하는데 남다른 재주를 가진 작가의 또 다른 이야기 <노서아가비>는 얼마 전, 한 드라마에서 처음 접한 ‘바리스타’라는 용어를 새삼스럽게 생각나게 한다.

고종을 모신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 이야기, <노서아가비>는 역사적인 사실을 살짝 비틀어 작가만의 상상력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강한 아버지와 뛰어난 아내 사이에 우유부단한 아들, 남편이었던 고종.

약한 조국의 황제로 아내도 나라도 지키지 못한 채 아관파천을 감행했던 임금.

조국을 떠난 임금을 위로했던 노서아가비(러시아 커피).

그 노서아가비를 준비하는 여인 따냐!

그러나 지금껏 우리가 봐왔던 그런 여자가 아니다.

남자에게 모든 것을 기대어 목매달지 않는다.

사랑에 목숨을 걸었다고 모든 것을 포기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여성의 모습을 송두리째 벗어던지지도 않는다.

역관의 딸로 태어나 우여곡절을 겪고 러시아에 입성, 사기꾼의 길을 걸으며 또 다른 사기꾼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사랑에 배신당했다고 슬퍼할지언정 울부짖지 않는다.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

고 했던가!

광고카피처럼 그녀는 프로였다.

“아이는 아이고, 사기는 사기다.(본문227쪽)”

라고 말한다.

고종의 총애를 받으며 편안한 길이 있음에도 그녀는 그녀의 길을 걷는다. 그녀의 뒷모습마저 프로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이번에 작가가 만든 캐릭터 따냐는 그래서 새롭다.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가 임금에게 올릴 커피를 탄다.

그러나 커피를 타는 그녀는 사기꾼이다. 커피를 사랑하는 마음을 제외한 모든 것이 거짓이다. 거짓으로 입성한 ‘임금의 곁’, 그것을 그녀는 거짓으로 지키지 않는다.

온 마음을 다해 임금을 지켰고, 온 몸을 던져 임금을 구했다.

그리고 그녀는 떠난다.

그녀의 길이 임금의 곁을 지키는 길과 다르기에.




작가의 상상력에 박수를….

소재만으로도 신선한 이야기를 그는 멋진 캐릭터와 멋진 구성으로 “수작”을 만들어냈다. 물론 김 탁환이라는 이름 자체가 브랜드인 현 시점에서 이런 수준의 작품은 당연한 듯하지만 매번 멋진 작품을 내 놓은 그의 머리와 손이 신기할 뿐이다.

글쓰기 노동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이렇게 멋진 작품이 나온다면 나는 작가의 피 흘리는 노동을 계속 독려하고 싶다. 멋진 수작을 기다리는 독자의 이기심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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