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작가 배명훈의 등장을 알리는 작품

타워
배명훈 지음 / 오멜라스(웅진) / 2009년 6월

674층 2,408미터 높이에 수 킬로미터를 넘나드는 거대한 건물, 빈스토크.

그 스스로가 독립된 개체, 독립된 나라로 존재하는 빈스토크.

바벨탑에 비유되며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저주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빈스토크.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타워.

연작 소설 타워는 여러 가지 단편이 모여 세상 이야기를 펼쳐낸다.

동원 박사 세 사람, 자연 예찬, 타클라마칸 배달 사고, 엘리베이터 기동연습, 광장의 아미타불, 샤리아에부합하는, 부록으로 곰신의 오후, 520층 연구, 미친 인터뷰로 이어지는 타워는 한 마디로 ‘멋지다’라고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이야기이다. 작가 배 명훈의 유머러스한 상상력과 세상을 통렬히 비판하는 그만의 능력이 철철 넘쳐흐르는 최고의 작품인 것이다. 데뷔작이 곧 아듀 작이 되기도 하는 작가의 세계에서 배 명훈은 단편으로 이루어진 타워를 통해 그가 그렇고 그런 작가가 아님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소재를 단순히 나열한 이야기는 넘쳐난다. 흥미위주의 상큼 발랄한 이야기도 지천에 널려있다. 그러나 배 명훈이 펼쳐 보인 타워 속 이야기들은 ‘풍자’다운 ‘풍자’와 ‘유머’다운 ‘유머’가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표현해내며 그렇고 그런 이야기들 속에서 남다르다는 것을 증명해낸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작가의 외모가 오히려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타워는 독특하다. 핑퐁의 작가 박 민규는 독특하고 기발한 그의 작품처럼 독특한 안경과 비범한 차림새와 외모를 하고 있다. 그에 반해 배 명훈의 순수한 웃음을 진 얼굴은 도대체 이 작품과 어울리지 않을 정도이다. 그만큼 타워는 독특한 소재에서 기발한 이야기, 그리고 세상을 풍자하는 예리함마저 갖춘, 장편소설 하나 내지 않은 작가의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의심이 들 정도로 멋진 책, 멋진 녀석이다.

세상의 부조리와 권력 구조, 처세술을 이야기하다가 인생파탄의 결말로 치닫는 정 교수가 있고, 인간미 안 느껴지는 타워에서 기계적인 인터넷을 통해 오히려 인간미 넘치는 에피소드가 등장하는가 하면, 권력의 중심지 P는 재력을 갖춘 인간의 소유물이 아닌 영화배우 개(진짜 DOG)이고 세계적인 금융 위기 속에서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는 최고의 땅값을 자랑하는 도시가 존재하듯 빈스토크의 부동산 가격은 강남불패를 능가한다. 타워 속 많은 이야기들은, 빈스토크에서 벌어지는 많은 이야기들은 깊게 생각해보지 않아도 우리들의 이야기를 우리들의 세상을 펼쳐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작가의 상상에서 만들어 낸 빈스토크 지만 우리들의 세상으로 쉽게 동화되며 마지막까지 읽을 수 있는 매력을 지닌 책이다. 그리고 유쾌함과 기발함, 그리고 그 무엇보다 작가의 날카로운 관찰력을 바탕으로 한 세상을 향한 날카로운 비판은 이 책이 가볍지만은 않음을 이야기한다.

배 명훈.

오늘 나는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기쁘다!

멋진 작가의 등장을 함께 한다는 것, 그의 비상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멋진 행운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