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가는 비둘기 똥구멍을 그리라굽쇼? - 디자인, 디자이닝, 디자이너의 보이지 않는 세계
홍동원 지음 / 동녘 / 200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날아가는 비둘기 똥구멍을 그리라굽쇼?




독특한 제목.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러나 이 책을 기억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독특한 제목 때문이 아니다!




제목으로 사람들의 호기심이나 이목을 끄는 책들은 많다. 그러나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제목에 낚인 경험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이 책도 제목에 일단 호기심을 가졌지만 그럴수록 더 찬찬히 살폈다. 독특한 일러스트, 그리고 디자인, 디자이닝, 디자이너의 세계를 다뤘다는 내용을 보고 결국 선택하게 된 책이다. 홍동원이라는 저자의 이름이 생소함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은 나의 지나온 삶의 경험상 무대 디자인, 의상 디자인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었기에 때마침 눈에 뜬 이 책은 어쩌면 운명이었으리라!




그렇게 내 손에 들어 온 이 책은 두께에 비해 300페이지가 안 되는 적은 분량과 저자의 살아있는 경험담과 재기 발랄함, 그리고 작가 주변의 개성 강한 인물들의 이야기들로 빠르게 읽게 되는 책이었다.

역시 디자인 하는 사람이라서 그럴까?

디자인 하는 사람들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선입관이라고 욕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들의 뇌는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다양한 생각들로 꽉 찼다는 생각이 이 책을 읽고 더욱더 확신에 차게 된다.

제목을 봐라!

‘날아가는 비둘기 똥구멍을 어쩌고 어째?’

헉!

집으로 말하자면 대문인 책의 표지에 과감히 ‘똥구멍’을 들이댄다.

유교까지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어르신 보시면 뒷목 잡고 쓰러질 제목이다.

그러나 어르신이 뒷목 잡고 쓰러지실 제목으로 무장한 책이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다. 디자인에 대한, 디자이너에 대한, 디자인계에 대한 저자의 살아있는 경험담들은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독자들에게 책장을 넘기는 활력이 되고, 날카로운 (디자인, 디자이너, 디자인계) 현실에 대한 저자의 의견은 날카롭다. 위트 넘치는 필력은 20대의 젊은 감각을 갖고 있고, 다양한 경험은 60~70대의 노련함을 풍긴다. 작가의 이력을 보지 않고는 작가의 나이를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또한 이 책은 많은 ‘꺼리’를 제공한다. 재미있는 ‘이야기꺼리’, 다양한 캐릭터들의 ‘삶의 개똥철학 꺼리’(더군다나 독특한 자기 세계관이 투철한 디자이너들이다), 무엇보다도 디자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꺼리’들은 마치 신세계를 발견한 콜럼버스의 행로를 밟고 있는 듯하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 너무나 아쉬웠다. 홍실장님의 끝없는 디자인 이야기가 더 궁금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내내 홍실장님과 같은 사무실에서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그들과 함께 한 듯한 느낌이 강렬했기에 책을 다 읽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지금 마치 해야 할 일을 못하는 것처럼, 가야 할 곳을 못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직은 아닌데, 이건 아닌데… 더 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것이 끝이 아닌 시작이었으면 한다.




지금도 어디선가 우리의 홍실장님이 돈 안 되는 일을 물고 오셔서 팀장들 눈치 보며 몰래몰래 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