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갱의 모든 것을 알게 되는 작은 힘

고갱 : 원시를 향한 순수한 열망 ㅣ 마로니에북스 Art Book 15
가브리엘레 크레팔디 지음, 하지은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3월

화가 고갱.

그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은 거의 없다.

드문드문 다큐에서 보았던 이미지가 고작일 것이다. 빈센트 반 고흐를 다룬 다큐시사 프로그램에서 고흐의 귀를 자른 것은 고갱일 것이다 라는 내용에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고흐와 함께 지내던 동료이자 질투의 대상이었다던 고갱을 나는 그렇게 다른 화가, 고흐를 다뤘던 프로그램을 통해서 알게 된 화가일 뿐이었다.

우리의 두 번째 만남은 바로 출판사 마로니에 북스의 힘이었다. 평소 마로니에 북스에서 이런 종류의 책들이 제법 괜찮게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선택하게 된 책 고갱! 이번에는 고흐가 아닌 고갱을 알고 싶었다. 마로니에 북스 책의 백과사전풍식(백과사전에서 한 분야만을 집중적으로 다룬 듯한 스타일)의 책을 미뤄 짐작하길 고갱의 전반적인 작품들과 해설이 풍부할 것이라는 기대를 해보았다.

결과는 예상보다 더 탁월하고 좋았다!

단순히 고갱의 작품과 해설에 그치지 않고, 그의 삶, 행적을 따라가며 그 주변의 인물들과 작품(그림, 조각), 그가 살았던 삶의 궤적에 따라 이동하는 배경과 사회적 동향까지 백과사전에서 단순히 고갱을 찾아보고 읽을 수 있는 내용들이 아니었다. 고갱의 일생에 따른 작품을 다루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을텐데, 그 안에 담겨진 많은 인물들과 그들의 작품, 사회적 배경을 다룸으로써 전방위적으로 화가 고갱을 인간 고갱, 그가 살았던 그 시절의 그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게다가 작품들을 밀도 있게 다루면서 책의 사이즈가 작은 대신에 사진을 클로즈업 해서 부분을 확대해서 그것의 의미, 화풍에 대한 설명은 미술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나에게는 작품을 이해하고 시대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대학 때 미술을 전공했지만 지금은 일반 회사원으로 다니고 있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의 집에서 나는 마로니에 북스라는 출판사를 처음 알게 되었다. 아직도 미술에 대해 미련을 버리지 못한 그 친구는 형편상 그림을 포기했지만 그림에 대한 책들은 장르를 불문하고 소장하고 있다. 그 친구 집에서 보았던 시리즈 중에 빈센트 반 고흐를 얼핏 본 적이 있다. 평소에 나 역시 시리즈로 나온 책을 보다가 괜찮으면 시리즈를 모두 구비해두는 버릇 덕에 친구가 소장하고 있는 시리즈에 관심이 갔기 때문이다. 다른 시리즈는 미술을 잘 모르는 나에게 너무나 버겁고 가격적인 면에서도 부담스러웠기 때문에, 그 친구 책장에서 제일 얇은 책 시리즈 1권이 바로 빈센트 반 고흐였다. 유일하게 이름도 작품도 낯설지 않았던 그 책을 보고 친구에게 달라고 했다가 아주 호되게 혼났던 기억이 난다. 그 시리즈가 바로 ART BOOK이었다. 그렇게 우연히 알게 된 시리즈 ART BOOK, 그리고 내 손에 들어 온 고갱. 이 시리즈는 미술에 대해 관심은 있든 없든, 화가와 작품에 대한 선지식이 많든 적든, 화가이기 전에 한 사람에 대한 이해와 그가 남긴 작품들에 대한 총괄적인 이해를 도와줌으로서 중고등학교 시절 시험지에서 벗어난 나만의 새로운 미술세계를 펼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내 머리 속에 고갱의 파일이 남겨졌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