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환상문학전집 10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안정희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학을 읽는데 있어서 고전을 읽는다는 것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바로 미래를 공부하는 것이며 미래를 대처할 수 있는 힘이 되듯이, 고전은 문학을 공부하거나 문학을 좀 더 깊게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거쳐야 할 필수코스인 셈이다.

SF라는 장르를 처음 접한 것은 영화였고 근래에 들어 많은 작품을 읽게 되면서 새롭게 내 관심을 끄는 분야이다. 그렇게 만나게 된 작품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은 SF의 고전이라 칭할 만하다. 이 책을 읽게 되면 이 작품이 많은 영화화된 SF원작소설의 모티브가 되었는지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1967년,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 작품은 태어났다. 그러나 단순히 오래 전에 써졌다는 이유만으로 고전이라 칭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 작품의 전반에는 인간의 문명, 집단 이기주의, 그리고 국내외 정치 등 많은 이야기가 흥미롭게 진행된다. 역자는 1776년 미국의 독립, 1917년 러시아 혁명을 합쳐놓은 듯 한 달의 독립운동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나는 러시아 혁명은 둘째 치더라고 미국의 독립 운동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뭐라고 평할 수는 없지만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참 많은 이야기를 밀도 있게, 깊이 있게, 개연성 있게 표현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2076년 달은 지구에서 유배된 범죄자들의 행성이다. 그들은 유배가 끝나도 이미 지구 중력의 6분의 일밖에 안 되는 달의 중력에 익숙해졌기에 지구로 돌아올 수 없다. 유배자들과 그 후손, 이렇듯 타의로, 또는 스스로 달에 온 사람들은 그들만의 관습에 의해 살아가고 있다. 비이상적인 남녀비율로 일처다부제, 다중 결혼, 가계 결혼 등이 존재하고 여성은 남성들에게 무조건적인 대접을 받는다. 그렇기에 여성에 대한 범죄(강간은 고사하더라도 성희롱, 아니면 여자가 눈만 흘겨도 상대는 주변의 있는 남자들에 의해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다)는 자살행위이고, 법관은 커녕 법전도 없는 달에서는 누구나 법관이 될 수 있으며 사형집행관이 되기도 한다. 관광으로 달에 왔던 스튜가 이런 달의 관습을 모르고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 한 것도 행성 ‘달’의 관습을 몰랐기 때문이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기 전 1967년에 발표된 이 소설은 100% 작가의 상상력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냈으나,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상 국가를 만들어 낸 것은 아니었다. 유배자들의 행성 ‘달’은 강대국의 눈치를 보는 소국보다도 못한 위치에서 일방적으로 지구에 식량을 대는 속국, 노예 행성일 뿐인 것이다. 그 행성에 우연히 자아를 깨우친 갓 태어난 슈퍼컴퓨터 마이크와 그의 최초의 남성 친구 마누엘, 그의 최초의 여성 친구 와이오, 그리고 세 번째 친구 교수. 마이크를 중심으로 B세포(책을 읽은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용어) 세 명의 친구가 힘을 합쳐 달의 독립 운동을 시작한다.




이 책의 소재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달의 독립운동’일 것이다. 독립운동이란 한 단어를 가지고 사람과 사람, 강자와 약자, 집단과 집단, 지구와 달의 관계로 이야기를 펼치고, 슈퍼컴퓨터 마이크와 마누엘의 종족(?)을 벗어난 우정(? 딱히 표현할 말을 못 찾겠다)을 그리고 치밀한 독립 과정과 행성 전쟁을 그렸다. 작가 하인라인의 전작 스타십 트루퍼스(비롯 소설을 읽지 못하고 영화로 보았지만)에서 외계 벌레 우두머리를 위대한 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이 잡듯이 영웅 스토리에 의존하지 않고, 하인라인만의 독특한 이야기 구성을 만들어냈듯이 이 작품 역시 인간의 독립이지만 인간의 독립을 계획하고 결정하며 실행하는 이는 인간이 아닌 컴퓨터다. 당시 슈퍼컴퓨터의 등장과 우주 사업 초기 시절에 작가 하인라인은 백 년을 앞서는 상상력으로 이 소설을 완성했다. 그리고 20세기를 살았던 독자들뿐만 아니라 21세기를 사는 우리들도 매료시켰다. 하인라인은 20세기에 태어나 살았지만 21세기를 우리보다 더 잘 알았던 것 같다.




그가 떠난 세상에, 그가 남긴 작품들을 읽으며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미리 여행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