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세계경영이 있습니다 - 가장 먼저 가장 멀리 해외로 나간 사람들의 이야기 2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엮음 / 행복에너지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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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라는 기업을 기억한다. 분식회계로 거대한 그룹이 무너져내리는 것을 보았다. 공기방울 세탁기, TV를 땅에 떨어뜨리는 광고, 탱크 시리즈가 기억의 저편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김우중 회장은 그런 기업을 자신의 욕심으로 망가뜨린 인물로 기억에 남았다. 몇 년 전에 그런 김우중 회장이 세금(벌금?)을 미납한 채 세상에 마지막을 고했다는 소식에도 나는 그리 안타까워하지 않았다. 회사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생명줄이 걸려있는데, 그런 회사를 자신의 이익의 도구로 삼고 끝내 거대 기업을 망가뜨린 인물로 내 뇌에 각인되었기에 그에 관한 후속 뉴스 역시, 세금(인지 벌금인지)미납한 채 해외에서 골프를 치는 모습, 유명 연예인의 부모 노릇 등 하나 같이 얄미웠다. 그런 내가 ‘대우세계경영연구회’에서 나온 책 <우리에겐 세계 경영이 있습니다>를 읽는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대우는 곧 김우중이고 김우중은 내게 악인으로 각인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 소개를 보면서, 부제 ‘가장 먼저 가장 멀리 해외로 나간 사람들의 이야기2’를 보고 이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이 책을 손에 쥐게 되었다.

대우라는 기업이 세상에서 사라진 지가 언젠데,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요즘엔 쌍둥이도 세대차이가 난다는데, 기업이 사라진 지 20년이 지났건만 여전히 대우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그들이 대우를 기리는 이유를 반드시 알고 싶어졌다. 내게 대우는 공기방울 세탁기, 탱크 TV 등 신선한 전자제품광고의 회사였다. 그 안의 실체를 볼 기회가 될 것 같았다.

나의 기대는 커다란 만족감으로 돌아왔다.

전 세계를 아우르는 대구맨들의 활약상은 너무나 놀라웠다. 정말 이렇게까지 고생했구나, 싶었다. 베트남 전쟁 이후 파독 간호사와 광부에 이어 중동 공사현장은 다큐나 영화의 소재로 많이 접하기는 했지만 일개 기업이 이렇게 전 세계를 아우르며 세계 경영, 시장은 곧 하나다라는 일념으로 이렇게 움직이고 있었다니, 놀라움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 안에 대우의 독특한 사내 문화에 대해서 더욱 놀라웠다. 이게 정말 대한민국 기업이었나 싶을 정도였다. 경력과 근무 년수와 무관하게 의견을 이야기하고 아이디어가 좋으면 ‘일단 해봐.’라고 추진하는 시스템, 그리고 외국에 인재를 보내 더 큰 미래를 준비하는 인재관리, 현지에 녹아들어간 대우 시스템, 분식 회계 중 하나였던 것이 조 단위의 이익금으로 여전히 입금되고 있는 사업, 대우 정신으로 새로운 리더를 기르는 GYBM.

해외 근무하면 선진국만 생각했던 내게 GYBM은 충격이었다. 만일 1장부터 4장까지 읽지 않았다면 GYBM이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먼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맨땅에 헤딩하듯, 돌진하는 대우맨들의 일상을 간접경험함으로써 GYBM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게 되었다. 내 조카와 내 아이들이 GYBM에 들어간다면 나는 두 팔을 벌려 환영할 것이다.

월급쟁이가 최고다, 안정적이다. 공무원 좋지. 요즘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에는 아주 많다. 나 역시도 그랬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나의 생각은 변했다. 남편에게 이 책을 반드시 읽으라고 했다. 우리 아이들이 조기 유학이나 외국으로 가는 것을 반기지 않았지만 이 책을 통해 해외취업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었다. GYBM에서 성장한 대한민국 미래의 경영리더들의 모습에서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함께 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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