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 - 기울지도 치우치지도 않는 인생을 만나다 내 인생의 사서四書
신정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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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나이의 결혼과 더 늦은 나이의 출산으로 아직 어린 아이를 키우는 세 아이의 엄마지만 어느 덧 사십대를 넘어 오십대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우스갯소리로

“도 닦으러 왜 산으로 가? 애 셋 키우면 도 닦이는데.”

말하지만 정작 나를 돌아볼 시간은 없다.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이 인내하고 가장 많이 수용하는 삶을 살게 해준 것은 아이들이다. 그러면서 어른들이 엄마가 돼야 철든다는 소리를 괜히 한 것이 아님을 새삼 깨닫는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정작 나를 잃어가는 것은 느낀다. 이렇게 나이만 먹어 가면 될까 걱정이 앞서는 순간, 논어도 중용도 읽지 못한 내가 오십을 바라보며 신정근 작가가 안내하는 오십대의 중용이 필요한 시간으로 들어가 봤다.

총 12강으로 구성하여 각 장마다 다섯 개의 소주제를 가지고 중용을 이야기한다. 1강의 이야기는 마치 현시대를 이야기하듯 극단에 치우친 시대적 배경으로 중용을 인용하는데 작금의 시대와 다르지 않기에 역사는 반복되고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는 철학적인 고뇌 비슷한 생각도 들며 중용의 초입을 맞이했다. 한자도 공부하고 중국사도 얼핏 엿보면서 이야기를 읽어나가는데 5강부터 좀 더 집중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육아와 내 삶의 무게중심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많이 혼란스러운 나의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어서일 것이다.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어려운 삶, 엄마의 삶과 나의 삶에서, 여전히 어려운 인간관계와 내 생각과 다르게 변하는 세상, 내 의도와 다른 오해들이 꼬이는 세상에서 작가가 말하는 중용의 세상은 내게 작은 위로와 용기를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꼿꼿하게 서라, 결국 진실은 언젠가는 알게 되며, 진실함에 있어서 옳고 그름에 밝아야 함을 논하고 삶을 이야기함에 죽음을 앞에 두고 이야기한다.

오십에는 철이 들고 싶어서 집어든 중용의 세계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내 삶을 돌아보고 미리 보는 크리스마스의 꿈같은 시간을 선물해줬다. 한자 실력도 부족하고 식견도 많이 모자란 나이지만 이 책을 통해 ‘중용’이란 책을 정말 읽어볼까 하는 겁 없는 생각도 들었다.

나이는 세월이 지나면 자연스레 먹는데, 내 머리와 마음은 그 나이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는 것 같다. 어릴 때는 철없는 어른, 기성세대라 불리는 어른들의 한심한 작태에 한숨이 나왔었는데 어느덧 내가 그런 철없는 어른, 기성세대가 되어버린 것 같다. 중용이 나의 철없음을 조금은 지워줄 계기를 마련해 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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