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연한 고양이
최은영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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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책의 제목을 보면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의 경우 <공공연한 고양이>라는 제목과 요즘 애묘인들의 증가로 고양이를 소재로 한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나오는 추세에 걸맞게 여러 작가들이 고양이를 소재로 하여 단편들을 담았다는 걸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표지에서 느껴지는 작고 귀여운 고양이의 모습이 담긴 표지와 달리 가볍게 느껴졌던 이 책은 굉장히 무겁고 긴 여운으로 남았다.

나는 소설을 읽을 때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게 이야기다. 영상이 멋있고 캐릭터가 아무리 멋져도 이야기가 너무 식상하거나 뻔한 전개는 별로였다는 느낌으로 남는다. 그래서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를 볼 때 작가를 최우선 살핀다. 그런데 신인작가이거나 전에 들어본 적이 없는 작가의 경우는 언제나 설렘과 기대, 걱정으로 두근거리며 이야기를 보게 된다. <공공연한 고양이>의 경우 여러 작가의 단편집이라서 골라 먹는 아이스크림을 맛본 기분이다. 여러 작품 중 나의 예상과 달리 고양이를 그저 스쳐지나가는 존재로, 소재라고 할 것도 없이 다룬 작품들도 있다. 또한 나의 예상대로 애묘인의 삶을 그대로 엿보는 듯한 ‘임보 일기, 테라스가 있는 집, 세상의 모든 바다’와 같은 단편들도 있었다. 나의 가슴에 큰 파장을 보낸 작품은 네 번째 실린 이나경의 “너를 부른다”다. 가볍게 고양이를 소재로 한 소설을 읽고 있었는데 갑자기 뭔가 훅 하고 들어온 이 작품은 언니를 통해 전해 들었던 고양이 그림자를 부르는 동생의 이야기다. 구성도 신선했고 스토리도 신선하면서 동생의 감정 역시 강하게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읽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며 작품의 여운을 충분히 느껴보기도 했다. 이어진 덤덤한 식사에서는 수혈묘의 이야기와 인간(수의사)의 탐욕이 너무나 담담하게 담겨져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세 작품은 아주 독특했다.

유메노유메는 고양이가 갑자기 인간이 되어 주인과 함께 하는 삶을 보여주는데 이야기가 신선하면서도 감동의 결말이 좋았다. 묘령이백과 유니버설 캣샵의 비밀은 판타지로 장르로 신선하게 대미를 장식했다.

책을 좀 읽기 시작하면서 언젠부터인가 대서사시, 장편의 매력에 흠뻑 취했었는데 종종 이런 단편들을 만나면 행복하다. 게다가 여러 작가들의 색다른 작품 스타일을 한 권의 책으로 즐길 수 있어서 마치 다양한 음식을 맛본 기분이 든다.

좋았던 단편들의 작가들을 하나둘 검색해 봐야겠다. 이들의 다른 작품이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건 나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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