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환경에서 함께 성장을 해도 같은 일을 보고 반응하는 것이 다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쌍둥이도 외모는 똑같을지언정 반응이 전혀 다르다. 유전적인 이유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가 되면서 나는 고민이 무척 늘었다. 한 사람을 책임진다는 것에 대한 무게감을 절실히 느낀다.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 육아지옥에서 하루하루를 견디는 것이 고작인 내가 아이들의 인생을 망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일 때도 많다. 내가 엄마 자격이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기도 한 날이 있는가 하면, 마냥 행복한 나날이 이어지기도 한다.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행복한 나날을 가꾸며 미래를 일구는 오늘이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똑같은 상황에 세 아이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인다. 세 아이를 똑같이 사랑하고 대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아이들의 성향이 다르기에 무조건 같은 방식을 고집하는 것이 아님을 지난 오년이란 시간을 통해 깨우쳤다. 이런 나에게 무심코 눈에 들어온 책이 있었다.

<무의식 생명의 지배자>,

결국 내 안에 내가 모르는 것에 의해 내 행동이 정해지는 것이 아닐까?

특히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공감할 것이다. 엄마의 삶을 시작함으로써 나는 사라지고, 엄마만 존재하는 일상의 어려움, 엄마의 역할이 처음인 상황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그냥 살아가야하는 나날들, 그 안에 자신만을 바라보는 아이들.

나를 키워준 엄마의 시대와 나의 시대는 다르다. 누가 더 편하고 쉬운 것은 없다. 우리 딸이 엄마가 되었을 때도 그럴 것이다.

때론 모든 것을 포기해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다. 산후 우울증이 왔고, 육아스트레스가 나를 집어삼키기 직전까지도 갔다. 다른 사람들은 안 그런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럴까? 나는 왜 쉽게 넘어가지 못할까?

나를 알아보고 싶어졌다.

<무의식 생명의 지배자>란 책을 보는 순간, 나의 무의식이 궁금해졌다.

작가 윤정은 무의식을 총 3부로 나눠 이야기한다.

1부 프로이트, 충동의 무의식 - “무의식은 쾌락을 향한 욕망이다”

2부 라깡, 상징의 무의식 - “무의식은 소외와 결여로 생명을 욕망한다”

3부 윤정, 현상의 무의식 - “무의식은 죽음을 향한 생명의 욕망이다”

프로이트는 심리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익히 들어본 이름일 것이다. 철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프로이트의 이론은 종종 담겨있기에 친근하다. 하지만 라깡은 처음 들어본 사람이었다. 그래서 2부를 읽기 전에 검색부터 해보았다. ‘언어를 통해 인간의 욕망을 분석하는 이론을 정립한 프로이트의 계승자, 무의식은 말을 통해 나타나므로, 인간은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말해진다고 주장한 프랑스 철학자, 정신분석학자.

이렇게 검색하고 2부를 읽으니 훨씬 읽기가 수월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두 학자의 이론에 윤정은 자신의 이론을 3부에 담음으로써 자신의 이론이 더욱 견고하고 확실하다는 이미지를 독자에게 피력한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무의식의 세계가 궁금해서 펼친 책이 내가 원하는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자꾸 이론적인 이야기로 넘어가는 것이 재미있지가 않았다. 그런데 무의식의 세계가 결국은 인간의 욕망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가 되었을 때는 내가 인간의 내밀한 부분을 훔쳐본 듯한 느낌이 들고 마치 심리학을 전공한 학생이라도 된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작은 사이즈에 비해 가볍게 읽히는 심리학책이 아니다. 좀 더 이론에 집중한 책이다. 하지만 나 자신의 은밀한, 나 자신조차 알지 못하는 저 내밀한 어두운 곳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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