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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로하는 글쓰기 -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자기를 발견하는 글쓰기의 힘
셰퍼드 코미나스 지음, 임옥희 옮김 / 홍익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셰퍼드 코미나스, 임옥히 역,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 홍익출판사, 2018.
오디오클립 한주한책 서평단 이헌입니다.
나는 독자다. 이런 저런 책을 읽는 나름의 독자다. 아이들 책부터 어른들이 읽는 어려운 도서까지 나름 자주 기웃거리는 독자이다.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던가. 그래서 몇 번씩 끄적대는데 그게 생각처럼 잘 안된다.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는 내가 왜 글을 못 쓰고 있는지 힌트를 보여줬다. 일단 끊임없이 자신을 검열하는 태도이다. 이렇게 쓰면, 저렇게 쓰면 같은 이유로 혹은 뭘 더 알아야만 할 것 같은 강박이 내가 글을 더 못쓰게 만든다. 결국 책이 말하는 것처럼 나 자신과 온전히 대면해야만 글을 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책에서 권하는 쓰기 방식은 일기이다.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독자로 하는 일기. 그것이야말로 솔직하게 자신을 대면하고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통로라고 주장한다. “글쓰기”라는 테마로 도서명을 잡았기 때문에 이 책이 글을 잘 쓰기 위한 조언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막상 보니 “잘 사는 법”이라 해도 무방할 듯 하다.
책을 읽고 보니 글쓰기에 있어 “잘”이라는 것을 재정의 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교과서에 “글은 솔직하게 쓸 것”이라는 대목이 있긴 하지만 그 층위가 어디까지인지 고민할 때가 많았었다. 왜냐하면 선생님이 혹은 부모님이 나 몰래 가끔씩 들춰본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여기서도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니 동서양을 불문하고 “솔직하게”가 “잘”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잘” 쓰기 위해서 열쇠가 세 개인 자물쇠가 달린 함이라도 하나 구비해야 하려나...
“당신 안에서 잠자고 있는 직관을 일깨우게 됨은 물론이고
더 낫고 더 완전한 삶으로 나아 갈 수 있다.”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 96쪽)
“글쓰기는 이 작업을 통해
늙음의 공포 대신 위안을 찾아내는 일이고,
인생의 카탈로그가 들어 있는 서랍을 열고
자신의 경험을 면밀히 재검토 하는 일이다.”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 108쪽)
“잘” 쓴 글은 글을 다 쓰고 난 후 글쓴이가 “위로”받은 글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부정적인 감정에 빠져 있는 경우 보통은 그런 고통을 피하기 위해 자기부정을 해서 불쾌한 것을 피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신을 위한 정직한 글은 고통과 직면하게 해서 자기부정으로부터 탈출하는 에너지와 방법을 얻게 된다는 것이 글쓰기의 효용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글쓰기를 위한 사전 준비와 쓰기와 관련된 구체적인 작업 진행 순서, 그리고 무엇을 목표 혹은 목적으로 가야 하는지 설명해 나간다.
“잘” 쓴 글을 위해서는 몸과 마음의 건강에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의 삶에 균형을 가져야 할 뿐 아니라 타인이나 세상과도 적극적으로 대면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음식 이야기는 구체적인 사례일 것이다. 구체적인 음식을 기억하고 그와 관련된 만남 그리고 사회적인 질문을 곁들여 본다. 거기서 유추할 수 있는 가치관과 연결해 보면 훌륭한 글이 된다는 것이다. 여행을 글로 옮기거나 유언을 남겨 보는 것도 자신을 멀리서 보는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소개한다. 그래서 얻는 것은 해방이다. “아직은 아니야” 증후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목록을 만들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자신에게 집중했을 때 우리들에게 일어나는 작거나 큰 변화들은 이성의 한계를 넘나든다.
글쓰기에 관한 전문지식을 얻기를 바라는 독자라면 실망하겠으나, 인생을 어떻게 행복하게 살겠느냐는 질문을 가진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말 그대로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에 충실한 도서이다. 타인을 위한 글쓰기가 아님에 주의하자. 저자가 지병을 앓으면서도 글쓰기를 지속했던 경험이 지면에 가끔씩 나온다. 저자의 경험에서 얻은 감정이 담긴 글이라 그런지 내용은 나름의 거리두기를 하고 읽겠다는 나의 교만함에 벽을 허문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독자로서 앞으로도 계속 즐거울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한다. 저자가 말했듯이 그게 바로 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