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곁의 화가들 - 서로의 연관검색어로 남은 미술사의 라이벌 16
박미성 지음 / 책밥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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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성, 당신 곁의 화가들, 책밥, 2018.

 

(오디오클립 한주한책 서평단 '이헌'입니다.)

 

파트롱이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예술을 후원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니 예술가들은 후원자들을 위해 작품을 만든다. 예술은 노동집약적이며 그를 위한 현실적 필요는 절대적으로 자본의 힘을 빌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예술가들은 자신들의 파트롱을 위해 일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예술가들에게 파트롱은 모순일 수 밖에 없다. 파트롱은 물심양면으로 예술가를 후원하는 존재이지만, 예술가들은 그들의 지배적 이념에 저항한다. 방법은 파트롱의 권력에 수긍하거나 그 권력을 교묘히 비웃거나 아니면 파트롱의 후원을 거절하는 것. 그런데 현실적인 필요를 생각하면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다.

 

당신 곁의 화가들은 오래전부터 미술가들이 어떻게 그들의 파트롱과 대결했는지, 어떻게 그들을 교묘하게 속이며 자신의 세계를 구축했는지를 보여준다. 또 어떤 미술가들은 자신들의 파트롱이 없이 어떻게 힘들게 작품을 창조했는지도 보여준다. 미술사와 미술이론을 전공한 저자라 그런지 책도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두 작가를 선정해 그들이 어떤 관계인지 설명하고, 작품에 대한 안내와 그 뒤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그리고 예술사적 관점에서 요약과 두 인물의 연표를 간결하게 보여준다. 일종의 미술사 박물관처럼 꾸며 놓아 그림을 보고 지식을 얻고, 어떤 영감을 얻어야 하는지를 쉽게 풀어가고 있다.

 

가장 돋보이는 미술가들의 행위는 저항이라 봐야겠다. 신을 구사하는 작품에서 인간적인 모습을 구현하려고 했던 노력을 주로 소개한다. 백색에서 유색인종이 된 예수의 그림이 압권이다. 술꾼이 된 왕족들은 개그의 한 장면과 오버랩 된다. 가장 높은 신의 얼굴과 표정에 가장 낮은 이들의 고민을 옮겨 놓은 예술가들은 예술이 현실의 삶과 함께 해야 진정한 의미가 있음을 말하고 있다. 또 예술은 이상을 갈구하지만 현재에 문제를 탐구할 때 그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설명한다. 아울러 구체적인 형상에서 점점 순간의 느낌을 살리고 나중에 관념을 표현하는 미술사의 통시적 변화도 볼 수 있다.

 

도서의 장점으로 들자면 오래 전 학창시절 미술시간에 봤음직한 작품들이 등장해서 낯설지 않다는 점이다. 책 제목이 당신 곁의 화가들인 까닭이 여기서 연유한 듯싶다. 덧붙인 설명들도 어딘가에서 들어봤음직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었다는 것이 새로운 지식욕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단점으로 작용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우리가 세종대왕을 안다고 해서 막상 세종대왕에 대해 고작 훈민정음정도만 읊을 수 있는 것처럼 고흐의 해바라기를 안다고 해서 그것에 대해 잊고 있거나 몰랐던 것들이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저자가 우리가 익히 들어본 미술가를 선택한 의도가 예술을 좀 더 우리 삶에 깊이 관여하게 하고 싶은 의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들려주는 것보다 이미 아는 것을 들려주는 것을 더 좋아하니 말이다.

 

인문학 도서를 읽는다는 건 뭘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예술과 나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인간이라 할 수 있다고 믿어온 사고는 이성인데, 그 이성이 이기적으로 쓰일 때는 감성이 다시 말해 예술가들이 나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예술가들의 예리한 촉이 문제를 포착하고 미래를 전망한다. 그리고 교묘한 방법으로 문제를 비웃는다. 그림으로 조각으로 스스로의 고민을 털어놓은 예술가들이 있을 때 우리는 감동이 있을거라는 생각도 든다. 책에 소개된 인물들이 자신의 파트롱을 배신했을 때 그들은 당대에 그런 처사가 환영받지 못했지만 그것때문에 지금껏 높이 평가된다. 우리 자신에 대한 성찰이 그 감동에서 지속되도록 예술가들이 제 역할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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