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인생 - 2002 제26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정미경 지음 / 민음사 / 2002년 5월
품절


한편의 광고를 만들 때마다 자신의 영혼을 5센티미터씩 잘라서 넣는 것 같은 이 생활..-43쪽

민 : 몇시예요?
영주 : 여덟시
민 : 이제 돌아가요
영주 : 지금은 상인의 시간, 장사치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죠

민 : 돌아갈 시간이에요, 벌써 여덟시 삼십분에요
영주 :지금은 수학자의 시간이죠

민 : 언제 가시려구요?
영주 : 시인의 시간이에요
민 : 그건 언젠가요?
영주 : 알수 없는 일이죠, 난 지금 이순간 시간이 됐으니까.-49-50쪽

..레시피를 알려드리긴 했지만 양념의 분량은 손끝으로 가늠하세요, 사랑하는 이의 취향에 맞추어서. 요리를 먹을 사람에 대한 사랑이 강할수록 손가락 끝은 예민해지고 정확해지거든요. 저울보다도 더 ......

그럴 것이다. 사랑은, 내 혀에 와 닿는 입술의 느낌으로 그 분량을 측정할 수 있는 저울일 것이다.-57쪽

정애 : 한번도 만난 적 없는 누군가를 순식간에 납득시키고 설득시키고 마는 당신이 왜 가장 가까이 있는 나 하나를 설득시키지 못하는 거야?

영주 : 집에 와서까지 또 누군가를 설득해야 돼? 힘들여 설득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필요해, 내겐?

정애 : 그게 왜 나여야 하는 거지?-59쪽

사랑이란 교환에 대한 광기가 아닐까. 사랑하는 두 사람이 그토록 강박적으로 교환하고 싶어하는 건 왜일까? 서로의 존재를 꿰뚤어보려는 눈길, 손끝에 느껴지는 갈증, 너 없이 혼자 지냈던 날들과 퇴적과 내 기억의 편마암에 새겨진 그림을 너에게는 보여주고 싶어지는 것, 그러고 보면 인간은 얼마나 외로운 존재인가. 누군가 바라보아 주어야 하는, 누군가 내 전두엽에 새겨진 기억을 공유해주어야만 하는,누군가 내 체온을 점자처럼 읽어주어야만 안도하는 그토록 연약한 존재.-87쪽

서로의 존재의 바닥에 닿고야 말리라는 간절함.그에게 내 기억을 이식해 놓으려는 간절함. 그리하여 누군가의 영혼속에 내 영혼의 일부를 저장해 놓으려는 그 안타까운 몸짓-89쪽

매혹의 뒤에는 늘 권태가 오고 그 뒤에는 환멸이 오며 꾹 참고 그 기간을 넘기면 사디스트가 된다. 한때는 놀라운 열정을 가지고 매달렸던 이 일. 나는 어디론가 달아나고 싶어 떠나온 길이었고, 강호는 자신이 막 발을 담그기 시작한 세계에 미쳐 따라온 것이었다.-93쪽

나는 도대체 민의 어떤 점에 빠져버린 것일까. 일할 때의 무표정함,발레리나처럼 긴장된 표정을 풀지 않는 척추의 고집스러움, 혹은 이토록 소란스러운 공간에 혼자 있는 듯한 초연함? -100쪽

시냇물처럼 빠르게 달려오다가 갑자기 망망대해로 진입한 거 같아. 내가 올라타야 할 조류는 어디 있는지 막막할 때가 많아.-119쪽

너에게 난 무엇이었나.

그 저녁 흔들림 없던 민의 표정이 한 여자가 기를 쓰고 붙들고 있던 단단함이란 걸 나는 이 저녁, 먼 대륙의 한복판에 서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그날 저녁 민의 정서가 두 겹이었고 세 겹이었음을 나는 처음 보는 이 여자의 얼굴을 보고서야 알게 된다. 감각의 극점 위에서 춤추는 듯한 광고판에서 일하면서 내가 그토록 아둔한 남자였다는 사실을 지구의 반대편 땅 위에 서서야 깨달았다.-124쪽

영원한 것은 사랑이 아니다. 사랑이란 그저 행복한 한 순간일 뿐. 소멸되지 않는 것은 기억이다.시간 속에서 바래지 않고 간절함 속에 후광마저 얻게 되는 것은 기억이다.그러므로 영원한 것은 사랑이 아니다. 추억만이 영원할 뿐.-185쪽

영주 : 너 오늘은 청바지 찢어진 거 안 입었구나

강호가 돌아서더니 엉덩이 바로 아래가 가로로 찢어진 곳에 장난스럽게 손가락을 넣어 보이며 웃었다.

영주 : 야, 그 찢는 기준은 뭐냐?
강호 : 새로움. 파격.거기다 휴머니티-211쪽

오늘의 가장 중요한 건 가리비의 우아한 핑크빛 느낌이라고 정애가 말했다. 이 핑크빛 가리비의 껍질을 여는 순간에도 당신의 사랑을 깨닫지 못하는 남자라면 당신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겠죠? 오늘밤 사랑하는 이를 위해 이 요리를 준비해 보세요.

사랑받을자격이 없는 사람. 정애는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메세지를 보낼 줄만 알고 받을 줄은 모르는 사람. 광고속에서 사랑하는 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이 사람.사는 일은 광고와 다른 거야. 인생은 30초에 끝나는 게 아니지.

나에겐 30초만이 의미 있한 것이라는 걸 몰랐다.....그 무렵 내가 집중할 수 있는 30초 바깥의 편안한 일상이 되어 있었다...인생은 30초를 지나서도 꿈틀거리고 끈적거리고 소금 냄새를 풍기며 자꾸만 감겨오는 지독한 것이라는 걸 몰랐다.-212쪽

나는 고개를 저었다.
누군가 날 좀 꺼내줘, 이토록 현란한 화면 속에서 날 꺼내줘. 오프 버튼을 누르고 환하게 불을 켜줘. 이 어지러운 화면 속에서 나가고 싶어. 그러고 싶어. 불을 켜줘.환하게.-2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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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캐나다 문화읽기- 아름다운 땅, 깍쟁이 나라
이해성 지음 / 학민사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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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완료


캐나다내에서소수민족한국인의입장으로쓴진솔한글,그래서아주많이공감가는현실적인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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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 도스또예프스끼 전집 17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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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4쪽,부담스런쪽수와내용이지만 188*120mm 사이즈라 보통책보다 작아 손에착달라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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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디악 (1disc) - 할인행사
데이비드 핀처 감독,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8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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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답지않은,핀처감독의절대수작, 제이크질렌할존재감은물론,보석마크러팔로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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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리시 페이션트
마이클 온다치 지음, 박현주 옮김 / 그책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소유/소유당하는것싫어했던,헤로도토스역사를끼고다녔던,항상나즉이노랠불렀던알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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