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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큰롤 미싱
스즈키 세이고 지음, 권남희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로큰롤 미싱. 제목에서 암시하듯 이 소설은 네 명의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옷을 만드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요이치는 겐지의 오래된 친구이며, 쓰바키와 가쓰오는 요이치로 알게 된 사람들이다.
겐지는 자신이 희망했던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어 바쁜 나날을 보낸다. 그리고 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친구 요이치를 비웃는다. 하지만 취직을 하라고 재촉하는 친구에게 요이치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실제로 아무 것도 하지 않지만, 마음 속은 날마다 태풍이야”라고,,,
그리고는 얼마 후 요이치는 쓰바키, 가쓰오와 함께 자신들만의 브랜드를 만든다. 이 시기와 맞물려 겐지는 자신의 일에 대해 회의를 느끼게 된다. 선배들은 원래 그런거라며, 그게 정상이라며 위로를 한다. 하지만 겐지는 선배들의 초점 없는 얼굴에서 자신의 미래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내심 요이치네들이 하는 일을 무시했던 자신이 지금은 그들 이하가 되어가는 것처럼 느껴지게 되고 결국 회사를 그만둔다. 그리고 전시회에 참가하기 위해 바쁘게 살아가는 그들의 작업을 옆에서 돕게 된다. 그들은 전시회의 기한에 쫓겨 자신들의 열정은 잊은 채 자신들만의 디자인도 잊은 채 남의 것을 베끼기에 급급했다. 요이치는 결국 전시회에 참가하는 것을 그만둔다. 그리고 지금까지 만든 옷들을 찢어서 버린다.
“옷이 완성될 때마다 나 엄청난 거부감이 생겨, 이건 ‘스트로보 러시’의 옷이 아냐”
“난 더 나 자신을 위해 만들고 싶어. 나는 내 기준으로 옷을 만들고 싶어, 그걸 깨닫는 데까지 이렇게 시간이 걸렸지만, 너희들까지 피해를 입더라도 이번일은 없었던 걸로 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거야”
이후 겐지는 다른 회사를 들어가기 위해 면접을 보기 시작한다. 다시 한번 자신을 시험하기 위해. 그리고 요이치, 쓰바키, 가쓰오도 다시 옷을 만들기 시작한다.
이 책을 읽고 얼마 전 출간 된 김난도 선생님의 저서 ‘천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가 떠올랐다. 요이치가 자신들이 힘들게 만든 옷을 찢어서 버리는 것도, 겐지가 자신을 시험하기 위해 면접을 보기 시작하는 것도 흔들리며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일 것이다. 나 역시도 지금까지도 많이 흔들려왔다. 그리고 흔들릴 때마다 힘들고 아파했다. 하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그렇게 힘들어할 일도 아니었지만, 그렇게 아파하고 힘들어하던 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처음의 열정을 잊은 채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지는 않은지. 잘못된 길임을 알았을 때 다시 처음으로 돌아올 수 있는 용기가 있을지.
아마도 앞으로도 무수히 많이 흔들리게 될 것이며, 똑같이 아파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도 요이치와 같이 처음의 열정만 잊지 않는다면, 잘못된 길임을 알았을 때 다시 시작할 용기가 있다면 그 흔들림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