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은 산사태처럼 온다
박관용 지음 / KD Books(케이디북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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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북한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북한이 매번 밖으로 내뱉는 말들은 거짓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말을 믿었던 우리와 전 세계는 배신감에 이를 갈고 있다. DJ정권 때 부터 햇볕정책이라는 이름하에 정부는 북한 포용정책을 펼쳐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 때마다 '퍼주기만 하고 받지도 못한다'라는 비난을 받기 일 쑤 였고 북한에 어마어마한 지원을 해주었던 정부의 비밀스러운 정책들이 부끄럽게 드러나고 있다. 이 책은 두 얼굴을 가진, 아니 이제는 대놓고 어리석은 짓을 하는 북한과 그런 북한을 은근히 지원해주는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그 비판이 지나치게 정치적인, 감정적인 내용이라서 약간 꺼림직 하기도 하지만..
 
# 한 손에 주체사상을 들고 다른 한 손에 핵무기를 들고 벼랑 위에ㅓ 추고 있는 김정일의 춤은 비극적이며 또한 희극적이다. 그가 딛고 서 있는 벼랑이 무너지려 한다. 무너지지 않으면 스스로 비틀거리다가 떨어질 것이고 그래도 아니면 누군가 등을 떠밀어줄 것이다.
 
북한은 벼랑으로 가고 있다. 김정일 자신도 느끼고 있을 것이고 그 밖의 다른 국가들 역시도 감지하고 있다. 물론 각 국가의 입장에 따라 북한 정권의 존속을 바라기도 하겠지만.. 이 책에서는 북한 내의 밝혀지지 않고 있었던 비밀들을 하나 둘 씩 이야기해주고 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북한을 드나들면서 보았던 참상들을 이 책이 잘 엮어주었다. 하지만 단지 이야기들을 모으고 엮었을 뿐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내어 이야기해주지 못했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물론 북한이 폐쇄적이고 내부의 참상을 밝혀내기가 어렵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미 알고있는 것들의 모음들은 그저 논문으로서의 의미 이상이 되지 못할 듯 하다.
 
# 한국으로부터 '민족공조'라는 이름 아래 정권유지에 필요한 자금의 지원을 받아내는 것이 유일한 탈출구로 보인다. 역대 한국의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가기만 하면 당장 김정일과 만나지 못해 안달하는 등 '통일병 환자'가 되는 증상을 파악했으므로 이를 적절하게 이용하면 제법 짭짤한 수익을 거둘 수는 있을 것이다.
 
흠... 나도 우리나라 정부에 일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정권 비난 어조로 이어가는 이 책을 읽는데 굉장히 불편했다. 저자가 대통령의 탄핵을 도왔던 전적을 이미 알고 있는 터라 그 점에 유의하면서 읽어나갔지만 그래도 조금은...
하지만 정권의 실패는 피할 수 없는 지적이다. 북한 지원의 이면에는 도대체 어떠한 비밀이 숨겨져있는가. 도대체 무엇을 바라고 미국과의 손을 자신있게 뿌리치고 북한과의 손을 잡으려 애를 쓰고 있는가. 미국과는 밉든 곱든 어쩔 수 없이 손을 잡고 나아가야 하는 강대국이다. 국민들의 반미감정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한들, 미국의 일방적인 대처가 밉다한들 어쩔 수 없는 동료국가인 것이다.
나는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나는 진보네.. 보수네.. 떠들고 다니는 것이 예수를 믿으라고 억지를 부리는 답답한 사람이 되는 것같아 조심스럽다.
 
# 북한과 김정일은 핵과 미사일을 가지면 강한 나라로 대접받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너무 과신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하고 핵실험을 할 때마다 내 주위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었다. '도대체 뭐를 믿고 막나가는 거야?' 북한이 도대체 뭐를 믿고 그런 어리석은 행동들을 행하는 것일까. 정말 단순히 벼랑끝에서 발버둥을 치는 것일지, 아니면 뭐 믿고 있는 든든한 빽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답답할 노릇이다. 내가 다른 건 모르겠지만 북한이 이대로 나가면 어찌될 지는 알고 있다. 핵과 미사일이라는 극단의 조취를 행하고 있는 북한은 강제적인 조취를 받게 될 것이고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전 세계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는 북한은 언젠가 영원히 나가 떨어질 것이다.
 
# 눈 밝은 독자들은 벌써 눈치를 챘겠지만 한국의 지성인들에게 성실한 비판력을 회복시켜주려는 것이 이 글을 쓰는 나의 일차적 목표이다.
 
저자가 밝힌 자신이 이 책을 쓴 이유이다. 이 한문장에는 약간의 오류가 포함된 듯하다. 한국의 지성인? 읽고 있는 독자를 한 순간에 지성인으로 격상시켜 끌리게 하려는 미묘한 단어이다. 성실한 비판력? 자신이 객관적이고 옳다고 주장하는 부분이다. 이런 말은 굉장히 조심스럽지만 나도 대통령의 정책들과 행동들을 그리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국민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은 읽고 있는 내가 부끄러웠고 불편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 책 재밌어? 나도 읽어볼까?' 라는 말에 나는 비추를 던져 주었다. 잘못 읽었다가는 한 쪽으로만 바라보는 통일을 생각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조심스런 마음때문이었다.
 
통일은 올 것이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 올지, 내가 죽은 이후에 올지는 모르지만 통일은 산사태처럼 올 것이고 그 사건이 전 세계의 경제, 외교 등 모든 분야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TV를 보다가 일본인들과 한국인들에게 인터뷰한 것을 보았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이었다. 한국인들은 '그 놈들이 그렇지 뭐..' '그다지 큰 일은 아닌듯..'이라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굉장히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이대로 둬서는 절대 안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우리나라가 북한이라는 상대를 그저 함께 통일해야하는 상대로만 보는 것이 없잖아 있다. 현실을 바라보는 능력을 키워야 할 것 같다. 이 참에 나는 외국인이 지은 통일에 관한 서적을 대출하였다. 원서라서 읽는 속도는 굉장히 늦을 것 같지만 통일이 되기 이전까지는 읽을 수 있을 듯 하다. 통일에 대한 객관적인 관점을 키우고 싶다. 그리고 그 산사태처럼 올 통일을 잘 대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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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 - 눈을 감으면 다른 세상이 열린다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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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간 책표지.. 예쁘기는 하지만 공포스러움을 그닥 즐기지 않는 나에게는 약간의 거리낌이 있는 책이었다. 하지만 호러 소설의 낙원인 일본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 그 유명한 나오키상 후보작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빨간 책 표지를 떼어내고 단숨에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밤과, 꿈과, 환상이 얽힌 기묘한 이야기로 빠져 들어갔다.

 

# '무사시노 시는 이 길을 따라 저쪽으로 곧장 가면 된다. 혼자 갈 수 있겠니? 공연히 옆길로 새지 말고 똑바로 가야해. 어두워지면 요괴가 나오는 길이니까'......... 뒤를 돌아봤지만, 이미 나무들과 주택들에 가려서 내가 걸어온 길은 보이지 않았다. 아스팔트 도로로 나서고 보니 이상한 비포장 길을 걸어온 것이 왠지 꿈만 같았다.

 

귀신의 길, 죽은 자의 길, 혼령의 길, 나무 그림자의 길, 신의 통행로 고도, 고도 안의 물건은 인간 세계로 가지고 나갈 수 없다. 계속 걸으면 여기저기로 갈라지기를 거듭해서 미로처럼 온 일본으로 뻗어 있다고 한다. 어디로든 이어져 있다. 이게 왠 뚱딴지 같은 이야기인가.. 평소에 이런 얘기를 들었다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도 흘려 들었겠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잠시라도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정말 있을 수도 있겠구나..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할까.. 나는 마치 고도의 미로 같은 길에 같힌 듯 정신없이 책을 읽었다..

 

# 틀렸어, 죽었어. 네가 나갈 수 없었던 것은 등에 업은 가즈키가 죽었기 때문이야. 고도에는 그곳 소유물이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규칙이 있다고 했지? 고도의 소유물 중에는 고도에서 죽은 사람도 포함되거든. ..... 고도를 통해 갈 수 있는 지방 중에 소생의 비의가 전해지는 곳도 있어. 그곳에서는 죽은 육체를 다시 살려낼 수 있다고 들었다.

 

친구를 잃어버렸다. 게다가 고도에서 죽었기 때문에 데리고 나갈 수도 없다. 방법은 오직 한가지.. 전설과 소문으로만 들려오는 비의 사원으로 가면 친구를 소생시킬 수 있다. 그렇게 렌과 나는 고도를 통한 여행을 시작한다.

작가의 글 솜씨가 굉장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이야기를 내가 써놨다면 글을 읽은 사람들은 '뭐 이런 말도 안되는 얘기가 다있어~'라고 정신 차리라고 나에게 온갖 핀잔을 다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마치 이런 곳이 정말 있는 것 마냥 너무나 자연스럽게 써주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렌의 출생비화와 그가 왜 고도에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에피소드들을 적절히 넣어주어 환상의 공간에서의 여행을 흥미롭게 그려내려갔다. 그리고 그들은 비의 사원을 찾아낸다.

 

# 고도에서 죽은 자는 다시 살아난다고 해도 고도의 것입니다.

 

친구가 살아난다고 한들 함께 인간 세계로 나갈 수 없다. 고도에 선택된 자는 죽을 때까지 고도를 여행할 운명을 타고난 자인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은 홀로 고도를 빠져나간다. 내가 주인공이었다면 평생을 죄책감에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나 때문에 친구가 죽었다. 그리고 그 친구를 버리고 나 혼자 살아돌아왔다는 죄책감에 항상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도를 빠져나온 주인공은 덤덤하다. 감정에 얽매이지 않은 마무리가 나의 정서에는 잘 맞지 않았지만 더 없이 깔끔한 마무리였다. 만약 감정에 얽매인 결말이었다면 이 단편의 완성도는 떨어졌을 지 모른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 야시.. 밤에만 열리는 시장이라는 의미..

 

# 오늘 밤 야시가 선다.

 

우연히 친구를 따라 간 야시.. 그런데 평범하지 않다. 주인은 외눈박이 고릴라, 팔고있는 물건은 뭐든지 베는 검. 그리고 길을 잃었다는 친구.. 그리고 물건을 사지 않는 한 아침은 오지 않는다. 물건을 사지 않으면 야시도 끝나지 않는다. 어쩌면 이런 상상을 하게 되었을까.. 판타지적인 배경 안에서 깔끔하고 흥미롭게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 나는 주인공들과 야시를 헤메었고 불안감을 함께 느꼈다. 지금 내가 살고있는 세상이 아닌,,, 상상 속의, 아니 어느 깊숙한 산 속에서 열리고 있는 야시는 더없이 매력적인 소재였다.

 

# 돈이 없던 너는..... 동생을 팔았니? 그런거야?

 

친구 유지만을 믿고 야시에 따라왔던 이즈미는 그의 숨겨왔던 과거를 듣게 된다. 어렸을 적 유지와 동생은 야시에 왔었고 그 곳에서 동생을 팔아 야시에서 떠날 수 있었다. 그리고 유지는 동생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팔아달아고 부탁한다. 그런데 팔리고 나서 보니 진짜 동생은 자신들을 안내해주었던 노신사.... 어쩜 이야기가 이렇게 딱딱 맞아떨어질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치밀한 구성.. 강풀의 만화를 보았을 때 느꼈던 오싹함이었다.

 

바람의 도시와 야시는 다르지만 비슷한 이야기였다. 배경은 환상의 공간, 고도와 야시.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은 그 환상의 공간에서 숨겨두었던 과거들이 있었다. 그 안에 숨겨두었던 슬픈 이야기들이 하나하나씩 흘러나오면서 나는 정신없이 이 책을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주인공들은 그 곳에 쉽게 발을 들이지만 쉽게 빠져나갈 수 없고 소중한 것들을 두고 나올 수 밖에 없었다. ... 그들은 끝없는 미로 한가운데 있었던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등장인물들과 같지 않을까.. 사람들은 삶이라는 끝없는 미로에서 하나를 얻는 대신 다른 하나를 잃어가면서 긴장되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잘못된 일을 뒤늦게 후회하지만 되돌릴 수 없다. 잘은 모르지만 지금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나도 고도의 어느 길을, 또는 야시의 어느 부분을 헤메고 있는 걸지도 모를 일이다.

 

엇.. 그러고 보니 이 책은 호러소설이었잖아~ 무서운 부분이 하나도 없었는데 무슨 호러 소설이야.. 그런데 천천히 생각해보니 이 책만큼 무서운 책도 없는 듯 하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다가 아니라는 오싹한 이야기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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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풍경 - 김형경 심리 여행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예담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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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인식하는 성향이 있는 듯 하다. 꿈많은 여대생으로 살아가는 나에게 여행은 항상 나에게 소원이고 바람이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표지가 예쁘다라는 것과 여행 에세이라는 단어가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아니, 여행이라는 단어 앞에 심리라는 단어는 보지도 못한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물론 이런 착각들은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천천히 없어졌지만...

 

# 책을 쓰는 동안 비전문가로서 배타적 전문 영역을 침해하는 듯한 '마음'이 있었다.

 

작가는 여행을 배경으로 한 인간의 심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계의 이곳 저곳을 둘러보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추억과 기억들을 남긴다. 그리고 그 이면에서 작가는 인간의 심리, 의식을 떠올린다. 그 심리들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들과 근원들을 적절하게 잘도 찾아낸다. 처음에는 약간 어렵게 느껴지던 책의 내용이 점차 나의 내면도 되돌아보게 하였고 이러한 점들이 이 책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게 한 힘이었던 것 같다.

 

# 로마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고대 유적과 중세 문화와 현대 문명 사이를 몇 걸음 차이로 지날 때면 우리 정신에 대해서도 그 도시처럼 하면 될 것 같았다. 고대 유적 때문에 지하철을 더 많이 건설하지 못하는 불편을 감수하듯 무의식 때문에 생에 반복되는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며, 그럼에도 바로 그 유적들을 자원으로 엄청난 관광수입을 올리는 것처럼 우리도 무의식을 자원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을 아는 일이다.

 

위의 내용은 무의식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다. 나는 무의식이라는 단어와 행동을 굉장히 좋아한다. 주변에서 내가 이런 말을 하면 ;그게 뭐여..- _-' 이런 반응을 보이겠지.. 나는 아무 생각없이 멍하니 책상에 앉아 있거나 집 마루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게 하고 나면 자고 일어난 것 보다 더 상쾌해져 있고 복잡했던 마음들이 모두 해결되어 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이러한 나의 행동이 그저 시체놀이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위의 문구를 읽는 순간.. 나는 무의식을 즐기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제, 엄마가 '또 할일 없이 누워있니!!'라고 꾸중하신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시간을 소비하는 만큼 지금의 무의식은 내 삶의 에너지가 될 수 있다'라고.. 어머니께 너무 진지한 답변일까....

 

# 이제 나는 누군가가 '겁이 많다.', 무서운 것이 정말 싫다'고 진저리치듯 이야기하면 속으로 생각한다. '좋은 사람'이라는 평을 듣는 사람이겠구나. 쉽게 화를 내지도 않겠구나. 그러나 내면에는 엄청난 양의 분노가 억압되어 있겠구나. 그 억압된 분노로 인해 서서히 자신의 삶을 파괴하고 있겠구나....

 

이 책을 읽는 동안은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내가 생각없이 행하던 행동들, 생각들이 모두 적용될 수 있는 책이었다. 중간중간 특이한 작가(개인적인 생각..)의 성격 탓에 갸우뚱하는 부분도 있지만 위의 글처럼 마치 나 자신의 일기와 같은 부분이 눈에 띄면 책을 읽다 말고 무의식에 빠져든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다른 책을 읽는 멀티 독서가 불가능했다. 그리고 보통의 책 같은 경우에는 3일이면 완독할 것을 이 책은 꼬박 일주일에 걸쳐 완독하였다.

 

# 질투심을 극복하는 데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상대방의 노력이다. 상대방에게서 완전한 인정과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 어떠한 감정이나 행위도 무시되지 않고 받아들여진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질투심이 극복되므로 상대바에에게 어려움을 털어놓고 도움을 청하는 방법도 좋다고 한다.

 

이 책의 구성 중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는 것이다. 다른 책은은 실컷 앞에 문제제기만 해놓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항상 실망하고 김빠지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 책은 접근하기 쉽게 여행의 이야기를 앞에 배치해둔다. 여행기에 푹 빠져있을 때쯤 작가는 그에 걸맞는(어떻게 그리 적절한 인간의 심리를 적용시키는지 감탄스러원다..) 인간의 심리의식들을 적용시키고 그에 대해 설명해준다. 그리고 마지막에 깔끔한 마무리를 지어준다. 만일 당신이 이렇다면 이렇게 해보라.. 라는 식은 아니지만 은근한 해결식을 지어주는 것이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일 것이다.

 

# 세상풍경, 그리고 내 마음의 풍경을 바라보다

 

책의 제목은 어찌 이리 잘 지었을까. 겉의 포장은 풍경으로 감싸고 있지만 안은 사람으로 알차게 채워놓았다. 상처가 많은 작가는 여행을 떠남으로서 자신의 상처도 치유하고 동시에 독자들의 상처도 치유해준다. 나도 이번 여름방학 때에는 유럽여행을 떠날 생각이다. 이 책을 통해 치료 가능성을 열어둔 나의 상처를 진정한 여행을 떠나서 치유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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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1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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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칼의 노래의 작품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도서관에 갈 때마다 이 책은 매번 대여 중이었고 그 때문에 김훈 작가의 다른 책들을 먼저 읽게 되었다. 현의 노래, 개, 빗살무늬 토기의 추억.... 내가 접한 김훈의 작품들은 빈틈이 없다는 느낌과 문체의 솔직함과 깔끔함, 차분함이었다. 분명 긴장되고 빠르게 진행되어가는 부분에서도 작가는 천천히 숨을 고르며 글을 써내려갔다. 그 매력에 작가의 책을 읽은 2~3일 정도는 그 휴유증에 빠졌던 것 같다.

 # 신의 몸이 아직 살아 있는 한 적들이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입니다.

명장 이순신의 이야기이다. 내가 지금까지 읽었었던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들은 비범한 어린 시절과 나라를 위해 온 몸을 다 바친 강인하고 영웅적인 이야기들이었다. 그 때문에 내 머리속 그의 이미지는 세종로에 서 있는 동상처럼 언제나 각을 잡은 자세로 일본을 노려보는 듯한 형상이다. 또한 내가 어렸을 적 부터 '위인은 인간이 아니다. 영웅일 뿐이다'와 같은 어른들의 은근한 가르침에 그런 생각을 지니게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 크고 확실한 것들은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 않았으므로, 헛것인지 실제인지 알 수가 없었다. 모든 헛것들은 실체의 옷을 입고, 모든 실체들은 헛것의 옷을 입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도 인간이라는 것을 이야기해준다. 소설이라 그럴까. 지금까지 접해온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들 중에 가장 사람답게 다룬 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도 사랑을 하였고,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을 지니고 있었고, 적들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있었다. 시절이 시절인 만큼 고뇌도 깊었고 그 고뇌들의 무게감도 대단하였을 것이다. 김훈 작가는 그러한 점을 굉장히 잘 서술해주고 있다. 그래서 책을 읽어내려가는 내가 마치 임진년의 이순신 장군이 된 듯한 착각을 갖게 되면서 심각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젊은날, 국경에서 돌아와 면을 처음 안았을 때, 그 따스한 젖비린내 속에서 뭉클거리며 솟아오르던 슬픔을 생각했다. ............. 몸 깊은 곳에서 치솟는 울음을 이를 악물어 참았다. 밀려내려 갔던 울음은 다시 잇새로 새어나오려 했다.

 # 면은 죽고 아베는 살아서 내 앞에 묶여 있었다. 면의 죽음과 아베의 죽음을 되물려서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 살려주자, 살게하자, 살아서 돌아가게 하자. 내 속에서 내가 아닌 내가 그렇게 소리치고 있었다. 아베를 죽여서는 안 된다는 울음과 아베를 살려두어서는 안 된다는 울음이 내 몸 속에서 양 쪽 다 울어지지 않았다. ........ 나는 아베를 베었다. 목숨을 가로지르며 건너가는 칼날에 산 것의 뜨겁고 뭉클한 진동이 전해졌다.

그의 아들이 전사하였을 때 그의 아픔이 나에게까지 전해지는 듯 했다. 그도 아버지였기에 아들의 죽음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의 아픔이었을 것이다. 면과 같은 또래의 일본 포로를 보았을 때는 마치 아들을 보는 듯한 안타까움에 살려주고 싶다는 마음을 갖기까지 한다. 그의 아픔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슬프고 안타까운 부분이었다. 어머니의 죽음을 직접 보지 못하고, 자신이 지켜주어야 할 가족들을 잃은 그의 죄책감도 전해지는 듯 하였다. 하지만 나라를 지키기위해 몸을 흐트러지지 않게 하려는 그의 모습은 바로 영웅이었다.

 # 이 끝없는 전쟁은 결국은 무의미한 장난이며, 이 세계도 마침내 무의미한 곳인가. 내 몸의 깊은 곳에서, 아마도 내가 알 수 없는 뼛속의 심연에서, 징징징, 칼이 울어대는 울음이 들리는 듯 했다.

이 책에서는 전쟁의 실상을 객관적이면서 자세하게 서술해준다. 그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없고, 전쟁이라는 윗대가리(너무 과격한가;;)의 놀음에 괴로워하는 하위층의 아픔은 나로하여금 점차 분노로 바뀌어 갔다. 이책에서는 전쟁을 처참하게 그려낸다. 전쟁이라는 살육의 현장에서 휴머니즘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보기 힘들었고 그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지만 눈살이 찌뿌려지기도 하였다. 지금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종갈등과 이라크, 아프간 전쟁에서도 이러한 일들이 행해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래의 역사학자들은 지금의 전쟁을 어떻게 표현할까. 아마도 그 역사서들에는 우리가 읽어온 위인전처럼 승리자와 영웅들의 이름들로 가득 찰 것이다.

 # 나는 정치적 상징성과 군사를 바꿀 수는 없었다. 내가 가진 한움큼이 조선의 전부였다.

하지만 그는 영웅이었다. 자신의 안위만을 바라는 임금과 그를 경게하는 온갖 관리들, 그리고 그의 목숨을 노리는 왜적들 사이에서 그는 나라를 지켜야했다. 왜적들의 만행에 모두가 정신없이 자기 살 궁리만 할 때에 그는 백성들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였고 살아남은 백성들을 위하여 밤낮으로 고뇌하고 슬퍼하였다. 그랬기에 그는 현재를 살아가는 후손들에게 위인으로 남아있고 영웅으로 치적받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은 소설이다. 객관적 역사서가 아니기에 이 책에 담긴 이순신의 모습은 허구일 것이다. 물론 객관적 자료들을 토대로 만들어낸 이야기일테지만 그의 심리상태를 지금의 우리가 어찌 짐작조차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눈을 갖게 된 것 같다. 영웅 이순신의 이면에는 인간 이순신이 있었고 그의 치적들 뒤에는 고통스러운 고뇌와 고민들로 가득 차 있을 것이라는 걸 왜 지금까지는 인식하지 못하였을까. 김훈 작가에 따르면 이순신 장군은 무(無)로 가득찬 세상에서 무(武)를 위해 싸우다 죽었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이순신이란 명장이 어떻게 지금까지 우리의 역사 속에서 살아 있을 수 있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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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로시카 다이어리
메리 발렌티스 외 지음, 어윤금 옮김 / 마디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여성을 위한 책. 이 한마디로 이 책의 소개가 가능할 것이다. 요즘 시대에 여성이 지녀야 할, 성공하는 여성이 지녀야 할 덕목들이 보기 편하게 나뉘어져 있고 또 그 덕목들에 맞는 적절한 예들이 있어 와 닿는 이야기들이었다. 실제 존재하는 여성들의 예는 우리 곁에서 일어나는 산 경험이기에 더 와 닿을지 모르겠다. 요즘 된장녀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끓고 있다. 여권이 신장된 만큼 남성들의 위치에 다다르면서 여성들의 자부심은 강해졌다. 그러면서 몇몇 의존적인 여성들이 생겨났고 그녀들의 공통점들이 남성들의 질시를 받고 있는 것이다. 비판받고 있는 그녀들이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녀들이 나보다 더 멋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 문득 느껴졌다. 물론 철없이 그냥 멋만 내고 남자들에게 밥만 얻어먹는 된장녀들이라면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 용기를 낼 수 있는 그녀들의 내재적인 힘은 무한한 것이다. 이 책은 여성들이 의존적이기 보다는 의지적이고 자아를 깨우쳐서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리더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마트로시카는 러시아의 전통 인형이다. 인형 안에 인형, 인형 안에 인형, 인형 안에 인형.... 마치 양파와 같은 구조라고나 할까. 이 책을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가면서 나의 부끄럽고 고쳐야 할 것들이 하나하나씩 벗겨져가는 느낌이 들었다. 사회에 대한 두려움. 나 자신에 대한 자괴감. 여성은 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 내일도 마찬가지 일거라는 한계.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이 모든 것들이 고쳐졌다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나에게 이러한 것들을 벗겨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주었고 그 것 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멋진 여성이 되기 위해서는 굉장한 노력과 어려움이 닥칠 것이다. 하지만 내 안의 용기가 천천히 불러 일으켜지는 쾌감에 이 책을 읽는 동안 의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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