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풍경 - 김형경 심리 여행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예담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인식하는 성향이 있는 듯 하다. 꿈많은 여대생으로 살아가는 나에게 여행은 항상 나에게 소원이고 바람이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표지가 예쁘다라는 것과 여행 에세이라는 단어가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아니, 여행이라는 단어 앞에 심리라는 단어는 보지도 못한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물론 이런 착각들은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천천히 없어졌지만...

 

# 책을 쓰는 동안 비전문가로서 배타적 전문 영역을 침해하는 듯한 '마음'이 있었다.

 

작가는 여행을 배경으로 한 인간의 심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계의 이곳 저곳을 둘러보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추억과 기억들을 남긴다. 그리고 그 이면에서 작가는 인간의 심리, 의식을 떠올린다. 그 심리들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들과 근원들을 적절하게 잘도 찾아낸다. 처음에는 약간 어렵게 느껴지던 책의 내용이 점차 나의 내면도 되돌아보게 하였고 이러한 점들이 이 책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게 한 힘이었던 것 같다.

 

# 로마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고대 유적과 중세 문화와 현대 문명 사이를 몇 걸음 차이로 지날 때면 우리 정신에 대해서도 그 도시처럼 하면 될 것 같았다. 고대 유적 때문에 지하철을 더 많이 건설하지 못하는 불편을 감수하듯 무의식 때문에 생에 반복되는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며, 그럼에도 바로 그 유적들을 자원으로 엄청난 관광수입을 올리는 것처럼 우리도 무의식을 자원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을 아는 일이다.

 

위의 내용은 무의식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다. 나는 무의식이라는 단어와 행동을 굉장히 좋아한다. 주변에서 내가 이런 말을 하면 ;그게 뭐여..- _-' 이런 반응을 보이겠지.. 나는 아무 생각없이 멍하니 책상에 앉아 있거나 집 마루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게 하고 나면 자고 일어난 것 보다 더 상쾌해져 있고 복잡했던 마음들이 모두 해결되어 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이러한 나의 행동이 그저 시체놀이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위의 문구를 읽는 순간.. 나는 무의식을 즐기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제, 엄마가 '또 할일 없이 누워있니!!'라고 꾸중하신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시간을 소비하는 만큼 지금의 무의식은 내 삶의 에너지가 될 수 있다'라고.. 어머니께 너무 진지한 답변일까....

 

# 이제 나는 누군가가 '겁이 많다.', 무서운 것이 정말 싫다'고 진저리치듯 이야기하면 속으로 생각한다. '좋은 사람'이라는 평을 듣는 사람이겠구나. 쉽게 화를 내지도 않겠구나. 그러나 내면에는 엄청난 양의 분노가 억압되어 있겠구나. 그 억압된 분노로 인해 서서히 자신의 삶을 파괴하고 있겠구나....

 

이 책을 읽는 동안은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내가 생각없이 행하던 행동들, 생각들이 모두 적용될 수 있는 책이었다. 중간중간 특이한 작가(개인적인 생각..)의 성격 탓에 갸우뚱하는 부분도 있지만 위의 글처럼 마치 나 자신의 일기와 같은 부분이 눈에 띄면 책을 읽다 말고 무의식에 빠져든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다른 책을 읽는 멀티 독서가 불가능했다. 그리고 보통의 책 같은 경우에는 3일이면 완독할 것을 이 책은 꼬박 일주일에 걸쳐 완독하였다.

 

# 질투심을 극복하는 데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상대방의 노력이다. 상대방에게서 완전한 인정과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 어떠한 감정이나 행위도 무시되지 않고 받아들여진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질투심이 극복되므로 상대바에에게 어려움을 털어놓고 도움을 청하는 방법도 좋다고 한다.

 

이 책의 구성 중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는 것이다. 다른 책은은 실컷 앞에 문제제기만 해놓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항상 실망하고 김빠지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 책은 접근하기 쉽게 여행의 이야기를 앞에 배치해둔다. 여행기에 푹 빠져있을 때쯤 작가는 그에 걸맞는(어떻게 그리 적절한 인간의 심리를 적용시키는지 감탄스러원다..) 인간의 심리의식들을 적용시키고 그에 대해 설명해준다. 그리고 마지막에 깔끔한 마무리를 지어준다. 만일 당신이 이렇다면 이렇게 해보라.. 라는 식은 아니지만 은근한 해결식을 지어주는 것이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일 것이다.

 

# 세상풍경, 그리고 내 마음의 풍경을 바라보다

 

책의 제목은 어찌 이리 잘 지었을까. 겉의 포장은 풍경으로 감싸고 있지만 안은 사람으로 알차게 채워놓았다. 상처가 많은 작가는 여행을 떠남으로서 자신의 상처도 치유하고 동시에 독자들의 상처도 치유해준다. 나도 이번 여름방학 때에는 유럽여행을 떠날 생각이다. 이 책을 통해 치료 가능성을 열어둔 나의 상처를 진정한 여행을 떠나서 치유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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