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에게 길을 묻다
송정림 지음, 유재형 그림 / 갤리온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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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는 지금 하루에도 수 십권의 신간이 쏟아지고 있는 책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그 수많은 책들 사이에서 명작이라는 칭호를 받을만한 책은 몇 권이나 있을까. 또 그 칭호가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리게 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책이여야 하는가. 이 책에는 위의 고민들을 언젠가는 해보게 했었던, 그리고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보고, 누구나 한 번쯤은 읽으라는 강요를 받았던 명작 55편을 모아놓았다. 보통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 명작들을 추천받곤 한다. 하지만 그 나이대에 적절하지 않은 작품들을 추천받기 일쑤고 왜 읽어야 하는지,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도 모르는 채 억지로 읽게 된다. 그래서 내 학창 시절의 명작에 대한 기억은 '재미 없는 소설들.. 졸린 책들..' 이다. 하지만 이제는 책을 감상할만한 여유가 생기고 그 책의 맛을 깊게 음미할 수 있는 나이가 된 지금은 그 작품들이 왜 명작이라 불리우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듯 하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명작의 소중함과 위대함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 명작을 읽어라. 그 안에 길이 있을지니..
 
대한민국의 학창시절을 지내온 사람이라면 이런 이야기를 한번 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책을 읽어라. 그 안에 길이 있다. 그 중에서도 명작을 읽어보아라. 사실 책이라는 매체는 단순한 글자들의 조합일 뿐이다. 그 단순한 글자들의 모음을 우리 독자들이 읽음으로서 단어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문단에 느낌을 받으며 책 한권에 감동을 받는다. 이런 식으로 책들에 스며들어 있는 인물들의 삶, 인생의 길을 바라보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게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인생은 지우개로 지우고 되돌아 갈 수 없는 일방적인 흐름을 지니고 있기에 책을 읽음으로서 주인공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고 더 완벽한 나의 삶이 되는 것을 도와준다. 미리 인생을 살아볼 수 있는, 또는 지금의 나와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볼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주는 것이 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책이라고 해서 무조건 배울만한 인생이 담겨있지는 않다. 만약 그러한 의미에서 무엇을 읽을지 고민하고 있다면 명작을 읽는 것이 좋다. 수 백년, 수 십년 전부터 사람들의 다양한 평을 받으며 칭송을 얻어낸 책들이라면 어느 정도 보장 받은 책이지 않은가.
 
# 라디오 작가의 친절한 소개..
 
사실 나는 책의 간단한 줄거리를 소개해놓은 책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는 고등학생들을 위한 한국문학, 세계문학 줄거리 모음들은 정말 경멸한다. 하지만 이 책은 달랐다. 라디오 작가의 따뜻한 문체와 친절한 명작 소개, 책의 흐름을 잘 살려서 설명해주는 글들이 내가 그 책을 읽은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거기에 문학사적 의미도 대체로 잘 살린 듯하여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만큼 저자의 개인적 느낌이 많이 들어가있기 때문에 그 점은 유의하면서 읽어야 할 것이다. 또는 미리 명작을 읽어보고 이 책을 읽어본다면 명작의 감동이나 느낌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선정된 책들이 사랑을 이야기한 책들이 많아서 조금은 비슷해 보였다는 점, 한국 작품은 구운몽 한 편 밖에 실려있지 않다는 점이다.
 
# 어머니와 아들의 아름다운 조화..
 
책을 읽다보면 그 내용과 어울리는 멋진 그림들과 만나게 된다. 미술을 전공한듯한 전문적인 그림들.. 그래서 읽는 동안에 그림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냥 그런 느낌이었는데 끝에 글쓴이의 말을 읽어보니 글을 어머니가 쓰고 그림은 아들이 그린 것이라 한다. 그래서일까. 글과 그림의 조화가 너무나 자연스러웠고 많은 감정의 교류가 이루어졌을 것 처럼 잘 어울렸다. 아마 그림이 없었다면 단순히 책을 소개한 책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림이 더해짐으로서 책에 쓰여있는 것 처럼 클래식처럼 품격있고 에스프레소처럼 향이 깊은 명작으로의 초대가 이루어진 듯 하다.
아마 이 책을 읽은 후에 휴유증이 남을 듯 하다. 읽고 싶은 책들이 그만큼 늘어났으니.. 얼른 알바를 해서 돈을 모아두어야겠다는 생각이 한동안 내 머리속의 한 부분을 차지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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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하게 세속적인 삶
복거일 지음 / KD Books(케이디북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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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올바른 삶의 모습은 무엇일까. 이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것 만큼이나 다양한 삶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가면서 나름의 인생 철학을 지니고 그에 의존하여 살아가고 있다. 셀 수 없을 만큼이나 다양한 인생들이 공존하고는 있지만 올바른 삶, 잘못된 삶, 이렇게 살면 정답이다라고 할 수 있는 삶을 콕 집어낼 수 있을까. 이 책은 잘못된 삶은 몰라도 올바른 삶의 기본 기틀은 도덕과 규칙의 정당성이라 이야기 한다. 그리고 저자의 생각에 따라 이 책을 집필하였다고 하였다.

이 책의 제목은 '현명하게 세속적인 삶'이다. '눈 뜨고 코 베어간다'는 속고 속이는 요즘 시대는 말 그대로 세속적인 사회이다. 세속이라는 단어가 언뜻보면 약간은 부정적으로 보이고 피해야 할 단어처럼 보인다. 과거 선조들의 고전 시가나 글들을 보면 '세속적인 삶을 피하라'고 처음부터 끝까지 외치지를 않았던가. 하지만 세속적으로 흘러가고 있는 사회 속에서 우리가 세속적인 삶을 살지 못한다면 도태되는 것은 보지 않아도 뻔한 시나리오일듯 싶다. 그런 세속적인 삶을 저자는 현명하게 살아가라고 한다. '세속적으로 현명한 삶'보다는 '현명하게 세속적인 삶'이 몇 배는 더 도덕적으로 느껴진다. 우리말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하지만 앞뒤 순서만 바꾼다고 이렇게 의미가 달라지다니.. 순서만으로도 의미가 전혀 달라지는데 우리 인생은 더 심할 것이다. 똑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어떠한 생각,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전연 다른 이미지를 보이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우리네 삶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자.

 

&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사회를 바라보는 눈

 

이 책은 제목이 '삶'인 것 처럼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우리가 깊이 공감할만한 효에 대한 이야기, 자녀에 대한 사랑 이야기들도 담고는 있지만 '요덕 스토리'나 '시장에서 모은 재산의 뜻'처럼 사회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도 담고 있다. 굉장히 차분하고 따뜻한 문체로 이어져가는 짧은 에세이들이지만 저자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알차게 담겨 있고 적절한 인용구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이해하기 쉽고 수긍하기 쉽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느낀 것이 글의 무서움이다. 쉽게 쉽게 읽어내려가면서도 저자의 생각에 수긍해가는 나를 바라보면서 저자의 문체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논리적이면서도 따뜻한 내면을 지닌 에세이들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던 책이었다.

 

&  혹시 나의 이야기??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수험생 딸에 대한 이야기가 제일 가슴에 와 닿았다. 나도 불과 2년 전에는 저자의 딸 처럼 수험생 딸이었기에 우리 아버지가 나에게 하고픈 이야기들이 이 내용들이 아닐까하는 생각으로 읽었다. 딸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나의 가슴 속 깊이 숨겨두었던 딸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많은 것들에 질문을 던지는 편이다. 바르게 사는 삶뿐만이 아니라 공부를 해야하는 이유, 책을 읽는 이유 등 내가 하는 모든 행위들, 모든 생각들이 질문을 던지고 의문을 갖는다. 그런 의문들의 답을 얻는 통로는 거의 책이 되곤 한다. 본디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것만을 눈여겨 보기 때문에 책을 읽다보면 내가 원하는 답을 우연히 찾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런데 이 책은 내가 했던 그 질문들을 모아서 답변을 달아놓은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한번 쯤은 내가 해본 생각들에 대해 저자가 자신의 생각을 밝혀 놓고 고개를 끄덕일만한 깔끔한 마무리들을 해 주어서 읽는 내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만족감을 느꼈다.

 

&  이 책은 중독이었다

 

나는 긴 이야기는 잘 읽지 못하는 편이다. 집중력이 약해서일지는 모르겠지만 길게 한 챕터로 구성된 책들보다는 짧게 짧게 구성된 책들을 즐겨 읽고 쉽게 읽는다. 이 책은 2장에서 5장까지의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이 챕터 하나만 읽고 말아야지'라는 생각으로 그 챕터를 읽고 나서 '에이.. 이거 딱 하나만 더 읽고 자야지'라는 생각에 더 읽고만다. 그런 식으로 하루만에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담고 있는 이야기들은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해주는 소재들이지만 글 만큼은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아마도 최근에 읽은 책들 중에 쉽게 읽고도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었던 최고의 책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참 많은 것들에 대해 의문을 갖고 그에 맞는 추억들을 끄집어낸다. 그와 내가 다른 점은 그는 기록했다는 것이고 나는 생각으로 끝냈다는 것이다. '나의 생각을 정리해두면 좋은 자료, 좋은 추억거리가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짧은 생각들, 나의 보잘 것 없는 의견들을 이제부터라도 끄적거려둘까 하는 생각이다. 또 모르지.. 내가 이 책에서 느꼈던 감정을 내 글을 읽는 독자가 느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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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명진출판사) 1
신웅진 지음 / 명진출판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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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세계의 대통령, 유엔 사무총장이 선출되었다. 비록 북한 핵문제 등과 시기가 겹쳐지는 바람에 그 즐거움이 약간 줄어들기는 했지만 이 정도의 영광스런 일이라면 가두행진을 해도 족할 경사이다. 내가 반기문 총장을 처음 알았던 것은 외교부장관 시절부터였다. 연일 터지는 급박한 세계 정세 속에서 언제부터인가 뉴스의 헤드라인들은 외교부가 차지하였고 그 때마다 반기문 장관을 볼 수 있었다. 다른 장관이나 의원들은 약간은 뺀질거릴 것처럼 보이고 뒤로 무엇인가를 숨겼을지도 모르겠다는 음흉함이 느껴졌지만 (첫인상에 의한 편견의 오류일것이다..) 반기문 장관은 편안한 할아버지 같은 기분이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고등학교 때 나를 어여쁘게 여겨주시던 교감 선생님과 참으로 닮으셨다. 내가 느꼈던 친근함은 어디에선가 본 듯한.. 그를 보면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하는 그 미소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그가 유엔 사무총장의 후보로 올랐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평범했던 소년, 너무나 성실했던 소년.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모범생은 있게 마련이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공부를 즐거워하고 어른들에게 이쁨을 받으며 그런 반응들을 통해 더 뛰어난 실력을 뽐낸다. 반기문 총장도 내 주변에 있었던 범생이들과 다를 것이 없어보일 정도로 평범한 소년이었다. 그리고 우리 아빠처럼 동생들을 거두어야 했던 장남이었고 우리 엄마처럼 부모님의 마음을 먼저 헤아릴 줄 알았던 효자였다. 하지만 다른 범생이들과는 달리 끝까지 성실했던 소년이었고 우리 아빠와는 달리 장남이라는 위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런 작은 차이가 평범했던 소년을 세계의 대통령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 책이 약간은 위인전스럽게 쓰여져 있어서 그의 멋진 부분만, 감동적인 인생의 장면들만 담아 놓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 책에 밝혀져 있는 그의 모습들이 그를 지금의 위치에 있게 해준 원동력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실 나도 공부 빼고는 할 줄 아는 것이 없다. (그렇다고 공부를 잘 하는 것도 아니지만..;;) 노래도 못하고 춤도 못추고 그렇다고 얼굴이 예쁜 것도 아니다. 그래서 나는 항상 하늘을 탓했었고 가끔은 부유하지 못한 집을 탓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역시 난 사람은 다른 걸까. 그는 다른 것들을 못했었기에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진 공부를 즐겁게 하였다. 그리고 공부에 최선을 다했었기에 1등 자리를 놓친 적이 없었고 지금의 성공에 이르게 되었다. 22살이나 먹어서 청소년을 위한 책을 읽고 이런 교훈을 얻었다는 것이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주어진 것에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 지금 품고 있는 꿈, 언젠가 이루어 질지도 몰라~

 

언젠가 책을 읽으면서 이런 문구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무슨 책인지는 기억이 잘..;;) '꿈을 함부로 꾸지 마라. 언젠가는 이루어 질지도 모르니까...' 나도 어렸을 적에는 꿈이 참 많았다. 파일럿, 우주비행사, 사학자, 로봇 개발 과학자 등등.. 하지만 점점 커가면서 이것 저것 조건들, 단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난 눈이 나빠서 파일럿은 안돼.. 넌 우주 비행사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니? 사학자는 돈을 많이 못번대.. 넌 여자가 되서 무슨 로봇 과학자니..' 결국 하나하나 제외하다보니 나의 그 많던 꿈들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린지 오래이다. 그저 지금은 다니고 있는 대학교 학점 잘 따서 그럴 듯한 대기업에 취직하여 평범하게 사는 것이 꿈이 되었다. 꿈이 뭐야.. 그냥 생각없이 그렇게 되는 것을 예상하고 있다. 지금의 이런 초라한 모습을 하고 있는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부럽다' 라는 것이다. 반기문 총장이 살던 시절 지방에 다니고 있는 학생이 공부 조금 잘 한다고 외교관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갖었던 것은 내가 우주 비행사를 꿈꾸고 있었던 것과 비슷했을지도 모른다. (요즘에 한국인 우주비행사들이 생겨나고 있으니..) 하지만 그는 꿈을 향해 천천히 한발 한발 내딛었고 노력했다. 그랬더니 미국에 갈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고 결국 외교관이 될 수 있었다. 나도 다시 꿈을 꾸어보려 한다. 지금의 내 모습에서 불가능한 꿈을 하나하나 지워가는 것이 아니고 하고 싶은 꿈을 천천히 새겨 내려가려 한다.

 

§ 꿈 많은 청소년들이 읽으면 큰 도움이 될 만한 책..

 

이 책은 표지에도 써 있지만 청소년을 타겟으로 한 책이다. 그래서인지 책의 구성도 전기 형식이고 3인칭 시점으로 읽기 편하게 쓰여져 있다. 덕분에 약 3시간만에 완독할 수 있었다.

요즘에는 위인전 전기의 형식이 많이 변화한 것 같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이순신 장군은 어렸을 적 부터 기골이 장대했고 골목대장이었으며 그런 추세를 몰아 왜적을 쫓아낸 명장이 되었다라는 식의 비범한 인물전들이었다. 그런 책들을 보면 물론 '나도 그런 위대한 사람이 되야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조금 무언가를 알기 시작했을 때부터는 '그 사람들은 원래 나랑 달라'라는 자괴감 비슷한 감정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은 나처럼 평범한 반기문 총장 이야기였다. 나와 같은 시작점에서 출발하여 노력의 결과가 지금의 위상을 세울 수 있었다. 꿈 많고, 특히 외교관이 되고자 하는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읽는다면 그 꿈을 더 원대하게 꾸밀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나에게도 삶의 원동력을 조금은 쥐어준 고마운 책이었다.

이제 반기문 총장의 머나먼 여정에서 첫 발을 내딛었다. 그의 위대한 시작에 끊임없는 응원을 하리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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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번째 사도의 편지 1 뫼비우스 서재
미셸 브누아 지음, 이혜정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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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코드 이후로 수 많은 종교 관련 팩션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성 수의 기사단, 세번째 비밀, 비밀의 만찬 등등... 전 세계적으로 기독교인들이 굉장히 많고, 지구 곳곳에 널리 분포되어 있다. 그리고 그들이 세계의 경제나 큰 짐들을 짊어지고 있기 때문에 기독교가 팩션 소설의 주요 소재가 되는 것일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소설들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가 그것 뿐일까? 비종교인인 내 생각으로는 타 종교들은 다른 종교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 내가 아주 잠~시 다녀본 교회는 성금이 굉장한 비중을 차지하고 목사님이 설교를 할 때 많은 성금이 천국으로 가는 지름길(물론 간접적으로 얘기했었지만..)이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었다. 그리고 다른 교회로 옮기는 것조차 배신을 하는 것이라는 식의 반응들은 나를 질리게 만들었다.(약 4~5군데의 교회들을 2~3개월씩 다녀보았다.) 물론 내가 가본 곳들만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 기독교는 그닥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지 않다. 사실 종교는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굉장히 조심스러운 부분이라 리뷰에 이런 글을 쓰는 것이 두렵기도 하지만 이왕 여기까지 썼으니.... 쩝.... 다시 리뷰로 돌아가서~ 이런 책이 나오면 기독교인들은 불매운동을 벌이거나 설교 중에 그 책 읽지 말라고 바로바로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더 호기심을 갖게 되고 다른 종교인이나 비종교인들도 호기심으로 읽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어떤 소재들보다 대상 독자를 넓게 가진 이야기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 역시 기독교를 둘러싼 거대한 비밀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소설이다. 그리고 다른 기독교의 비밀을 파내는 팩션소설들과 거의 엇비슷한 전개로 우리를 끌어들인다. 하지만 너무 비슷했다. 살인사건으로 시작되는 도입부, 그리고 남겨진 사람에게 주어진 임무와 그 비밀을 찾아가는 과정들이 너무 평범했고 다른 소설들과 비슷했으며 소설이긴 하지만 우연들이 너무나 만무했다. 그리고 이천년의 서구문명을 뒤바꿀 거대한 비밀도 실망스러웠다. 예수가 신이 아니라 사람이었다는 사실은 너무 그저 그런 비밀아닌가. 성경에 쓰여있다는 예수님의 부활 같은 것을 정말 믿고 있지도 않았었기에 예수가 사람이었다는 설정은 나에게 너무나 평범하게 다가왔다. 물론 예수의 무덤이 진짜로 발견된다면 전 세계의 이슈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또 콥트어 수사본과 같은 기독교 언어들은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 생전 처음보는 단어들과 소설을 엇맞추어 가기에는 나의 의지도 약했고 흥미로 부족했다. 하지만 단 하나 흥미로웠던 부분은 이슬람교의 마호메트가 예수를 믿는 기독교인이었다는 것이다. 열 세번째 제자가 남긴 이야기를 믿고 마호메트가 책을 썼는데 그 책이 바로 코란이라는 설정은 기독교와 이슬람이 한 뿌리에서 태어난 종교라는 것이 아닌가. 현재 중동에서 두 종교간의 갈등이 깊다고 하는데 이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물론 작가의 상상이 뻗어나간 팩션이긴 하지만....

 

언제나 우리가 알고 있던 사실을 뒤집어 엎는 음모론은 우리의 관심을 끈다. 우리가 철썩같이 믿고 있던 사실이 거짓이라고 밝혀졌을 때 우리의 충격은 대단할 것이다. 그런 것을 타겟으로 이런 소설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 시초가 된 다빈치 코드는 전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독자들을 갖게 되었고 많은 비판과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아류들이 나오면서 점차 우리의 관심은 줄어들었고 그 작품성 또한 낮아졌다. 그런 흐름 속에 이 책이 발간된 듯 하다. 두 권을 읽으면서 약간은 지루함을 느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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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프로젝트 - 얼렁뚱땅 오공식의 만화 북한기행
오영진 지음 / 창비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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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우리 집안에서는 만화책을 금기시해왔다. 만화책은 공부할 때의 집중을 방해하고 안정적인 정서를 흐트러 놓는다는 어른들의 주장 때문이었다. 물론 지금이야 내가 읽고자 한다면 책방에 가서 마음껏 만화책을 대여해서 읽을 수 있긴 하지만 어렸을 적 부터 안 읽어버릇한 만화책은 그냥 일반 책 보다 읽기가 어렵고 읽고 나서도 기억해내기가 어렵다. 주변에 사람들은 이런 나를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고들 하는데 어쩌겠는가.. 종이 한 페이지에 여기저기 박혀있는 글씨들을 찾아다니느라 진을 빼고나면 너무나 힘들어지는 것을....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약  2년이 지난 지금은 많이 나아진 편이다. 쉽고 간단 간단한 만화책들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정도의 경지에 올라있다. 평양 프로젝트, 이 책도 내가 쉽게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쉽고, 재미있고, 유쾌한 만화책이었다.
 
♪ 북한, 멀고도 가까운 나라
 
내가 태어나기 이전에는 북한을 빨갱이로 몰아넣고 무조건 나쁜 이들이라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아버지께서는 북한 사람들이 팔이 하나가 더 달렸다거나, 눈이 하나 밖에 없는 외계인 처럼 생겼을거라고 생각하셨다고 한다. 그러던 북한이 이제는 한민족이라는 이념 아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자연스레 외칠 수 있게 되었고 틈만 나면 남북교류라는 명목 아래에 다양한 문화교류들이 행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점점 빈곤과 인권 유린의 상황에 빠지고 있고 미국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핵무기와 같은 극단의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좀 친해지자고 나눠준 곡물, 곡식 등의 구호품들의 의미가 상실되는 순간이다. 이 책은 이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들을 담고 있지 않다. 만일 이 책 역시도 모든 사람들이 논하는 북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면 그다지 읽고 싶은 마음도 나지 않았을 것이고, 재미있게 읽지도 못했을 것이다. 다행이 이 책은 평범한, 내 주변에 사람들처럼 지극히 평범한 북한 사람들의 일상을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남한의 글쟁이인 주인공은 남북 교류의 목적으로 북한에 방문하게 되고 다양한 북한 사람들과 문화들을 접하게 된다. 그러면서 일어나는 예기치 못했던 상황, 서로의 통하지 않는 언어 때문에 일어나는 웃지 못할 상황들을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북한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는 사람 사는 고장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 통일, 외면할 수 없는.. 언젠가는 다가올 현실
 
어떤 이들은 통일이 자신이 죽고 난 후에 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통일이 되면 남, 북한 사람들 사이에 일어날 문화적 충격은 당연지사고, 현재로서 북한보다 남한이 더 부유하기 때문에 우리가 피해볼 것이 더 많다는 것이다. 또한 통일 전후로 일어날 복잡하고 위험한 정치 상황들은 말하지 않아도 다들 예상할 수 있을 것이고.. 하지만 통일은 언젠가는 도래하게 된다. 우리가 바라건 바라지 않건간에, 10년 후가 될지 100년 후가 될지는 모르더라도 언젠가는 다가오게 될 우리의 현실이다. 북녁을 생각하면 안타깝고, 화가 나고, 외면하고 싶지만 언젠가 다가올 통일을 위해서는 그 때의 충격을 덜기 위한 준비들이 필요하다. 그 역할을 이 책이 어느 정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와 북한의 다른 말들은 읽는 나를 혼란스럽게도 만들었지만 즐겁게도 만들어 주었다. 시어머니와 시누이를 벼룩이나 뵈기 싫은 곤충으로 부르는 것도 굉장히 재미있었다. 또 북한에서도 부자와 빈자가 있고, 사람들끼리 모여서 당구를 친다거나, 시장에서 불법 남한 드라마 비디오들이 떠돌아 다닌다는 부분들에서는 굉장히 놀라웠다. 꽉 막히고 답답하기만 할 것 같은 북한도 자본주의의 물결에 약간씩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이야기들일 것이다.
 
♪ 다양한 캐릭터들, 북한의 일상을 전해주는 유쾌한 작가
 
지금까지는 이 책의 의미들 위주로 이야기하였다면 이 책의 속 이야기에 대해 논해볼까 한다. 이 책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약간은 엉뚱한 남한 작가, 소심하지만 한 여인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한결 같은 김철수, 그리고 그의 사랑 리순옥, 그들이 전해주는 북한의 일상 이야기는 전혀 거리낌 없이 자연스럽다. 만약 이 책의 작가가 그림이나 글들을 잘못 썼다면 북한에 대한 잘못된 정보나 약간은 눈살 찌뿌려질 내용들을 전달해줄 수도 있는 위험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일상을 받아들일 수 있게끔 구성되어 있다. 아마도 우리가 항상 들어온 정치나 이념, 국가의 문제가 아닌 사람들의 향기를 전해주기 위한 책이기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 부분에 주인공 작가가 남한으로 돌아가면서 눈물고인 얼굴로 한마디 한다. '리순옥 동무, 울지마세요. 뭐.. 멀리가는 것도 아닌데요..' 이 한 문장이 내 가슴 속 깊은 곳에 박혀버렸다. 평양과 서울, 자가용으로 2~3시간도 안 걸릴 가까운 거리. 그 가까운 거리를 우리는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에 그저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은 분단국가. 하지만 북한은 남한과 다르지 않았다. 그들도 한글을 쓰고 있고 밥을 주식으로 하며 같은 조상에서 나뉘어진 한민족이다. 평화의 시대에 발 맞춰 그들을 조금더 친근한 마음으로 그들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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