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하게 세속적인 삶
복거일 지음 / KD Books(케이디북스)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올바른 삶의 모습은 무엇일까. 이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것 만큼이나 다양한 삶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가면서 나름의 인생 철학을 지니고 그에 의존하여 살아가고 있다. 셀 수 없을 만큼이나 다양한 인생들이 공존하고는 있지만 올바른 삶, 잘못된 삶, 이렇게 살면 정답이다라고 할 수 있는 삶을 콕 집어낼 수 있을까. 이 책은 잘못된 삶은 몰라도 올바른 삶의 기본 기틀은 도덕과 규칙의 정당성이라 이야기 한다. 그리고 저자의 생각에 따라 이 책을 집필하였다고 하였다.

이 책의 제목은 '현명하게 세속적인 삶'이다. '눈 뜨고 코 베어간다'는 속고 속이는 요즘 시대는 말 그대로 세속적인 사회이다. 세속이라는 단어가 언뜻보면 약간은 부정적으로 보이고 피해야 할 단어처럼 보인다. 과거 선조들의 고전 시가나 글들을 보면 '세속적인 삶을 피하라'고 처음부터 끝까지 외치지를 않았던가. 하지만 세속적으로 흘러가고 있는 사회 속에서 우리가 세속적인 삶을 살지 못한다면 도태되는 것은 보지 않아도 뻔한 시나리오일듯 싶다. 그런 세속적인 삶을 저자는 현명하게 살아가라고 한다. '세속적으로 현명한 삶'보다는 '현명하게 세속적인 삶'이 몇 배는 더 도덕적으로 느껴진다. 우리말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하지만 앞뒤 순서만 바꾼다고 이렇게 의미가 달라지다니.. 순서만으로도 의미가 전혀 달라지는데 우리 인생은 더 심할 것이다. 똑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어떠한 생각,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전연 다른 이미지를 보이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우리네 삶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자.

 

&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사회를 바라보는 눈

 

이 책은 제목이 '삶'인 것 처럼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우리가 깊이 공감할만한 효에 대한 이야기, 자녀에 대한 사랑 이야기들도 담고는 있지만 '요덕 스토리'나 '시장에서 모은 재산의 뜻'처럼 사회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도 담고 있다. 굉장히 차분하고 따뜻한 문체로 이어져가는 짧은 에세이들이지만 저자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알차게 담겨 있고 적절한 인용구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이해하기 쉽고 수긍하기 쉽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느낀 것이 글의 무서움이다. 쉽게 쉽게 읽어내려가면서도 저자의 생각에 수긍해가는 나를 바라보면서 저자의 문체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논리적이면서도 따뜻한 내면을 지닌 에세이들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던 책이었다.

 

&  혹시 나의 이야기??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수험생 딸에 대한 이야기가 제일 가슴에 와 닿았다. 나도 불과 2년 전에는 저자의 딸 처럼 수험생 딸이었기에 우리 아버지가 나에게 하고픈 이야기들이 이 내용들이 아닐까하는 생각으로 읽었다. 딸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나의 가슴 속 깊이 숨겨두었던 딸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많은 것들에 질문을 던지는 편이다. 바르게 사는 삶뿐만이 아니라 공부를 해야하는 이유, 책을 읽는 이유 등 내가 하는 모든 행위들, 모든 생각들이 질문을 던지고 의문을 갖는다. 그런 의문들의 답을 얻는 통로는 거의 책이 되곤 한다. 본디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것만을 눈여겨 보기 때문에 책을 읽다보면 내가 원하는 답을 우연히 찾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런데 이 책은 내가 했던 그 질문들을 모아서 답변을 달아놓은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한번 쯤은 내가 해본 생각들에 대해 저자가 자신의 생각을 밝혀 놓고 고개를 끄덕일만한 깔끔한 마무리들을 해 주어서 읽는 내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만족감을 느꼈다.

 

&  이 책은 중독이었다

 

나는 긴 이야기는 잘 읽지 못하는 편이다. 집중력이 약해서일지는 모르겠지만 길게 한 챕터로 구성된 책들보다는 짧게 짧게 구성된 책들을 즐겨 읽고 쉽게 읽는다. 이 책은 2장에서 5장까지의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이 챕터 하나만 읽고 말아야지'라는 생각으로 그 챕터를 읽고 나서 '에이.. 이거 딱 하나만 더 읽고 자야지'라는 생각에 더 읽고만다. 그런 식으로 하루만에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담고 있는 이야기들은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해주는 소재들이지만 글 만큼은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아마도 최근에 읽은 책들 중에 쉽게 읽고도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었던 최고의 책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참 많은 것들에 대해 의문을 갖고 그에 맞는 추억들을 끄집어낸다. 그와 내가 다른 점은 그는 기록했다는 것이고 나는 생각으로 끝냈다는 것이다. '나의 생각을 정리해두면 좋은 자료, 좋은 추억거리가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짧은 생각들, 나의 보잘 것 없는 의견들을 이제부터라도 끄적거려둘까 하는 생각이다. 또 모르지.. 내가 이 책에서 느꼈던 감정을 내 글을 읽는 독자가 느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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