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에게 길을 묻다
송정림 지음, 유재형 그림 / 갤리온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지금 하루에도 수 십권의 신간이 쏟아지고 있는 책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그 수많은 책들 사이에서 명작이라는 칭호를 받을만한 책은 몇 권이나 있을까. 또 그 칭호가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리게 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책이여야 하는가. 이 책에는 위의 고민들을 언젠가는 해보게 했었던, 그리고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보고, 누구나 한 번쯤은 읽으라는 강요를 받았던 명작 55편을 모아놓았다. 보통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 명작들을 추천받곤 한다. 하지만 그 나이대에 적절하지 않은 작품들을 추천받기 일쑤고 왜 읽어야 하는지,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도 모르는 채 억지로 읽게 된다. 그래서 내 학창 시절의 명작에 대한 기억은 '재미 없는 소설들.. 졸린 책들..' 이다. 하지만 이제는 책을 감상할만한 여유가 생기고 그 책의 맛을 깊게 음미할 수 있는 나이가 된 지금은 그 작품들이 왜 명작이라 불리우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듯 하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명작의 소중함과 위대함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 명작을 읽어라. 그 안에 길이 있을지니..
 
대한민국의 학창시절을 지내온 사람이라면 이런 이야기를 한번 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책을 읽어라. 그 안에 길이 있다. 그 중에서도 명작을 읽어보아라. 사실 책이라는 매체는 단순한 글자들의 조합일 뿐이다. 그 단순한 글자들의 모음을 우리 독자들이 읽음으로서 단어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문단에 느낌을 받으며 책 한권에 감동을 받는다. 이런 식으로 책들에 스며들어 있는 인물들의 삶, 인생의 길을 바라보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게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인생은 지우개로 지우고 되돌아 갈 수 없는 일방적인 흐름을 지니고 있기에 책을 읽음으로서 주인공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고 더 완벽한 나의 삶이 되는 것을 도와준다. 미리 인생을 살아볼 수 있는, 또는 지금의 나와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볼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주는 것이 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책이라고 해서 무조건 배울만한 인생이 담겨있지는 않다. 만약 그러한 의미에서 무엇을 읽을지 고민하고 있다면 명작을 읽는 것이 좋다. 수 백년, 수 십년 전부터 사람들의 다양한 평을 받으며 칭송을 얻어낸 책들이라면 어느 정도 보장 받은 책이지 않은가.
 
# 라디오 작가의 친절한 소개..
 
사실 나는 책의 간단한 줄거리를 소개해놓은 책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는 고등학생들을 위한 한국문학, 세계문학 줄거리 모음들은 정말 경멸한다. 하지만 이 책은 달랐다. 라디오 작가의 따뜻한 문체와 친절한 명작 소개, 책의 흐름을 잘 살려서 설명해주는 글들이 내가 그 책을 읽은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거기에 문학사적 의미도 대체로 잘 살린 듯하여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만큼 저자의 개인적 느낌이 많이 들어가있기 때문에 그 점은 유의하면서 읽어야 할 것이다. 또는 미리 명작을 읽어보고 이 책을 읽어본다면 명작의 감동이나 느낌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선정된 책들이 사랑을 이야기한 책들이 많아서 조금은 비슷해 보였다는 점, 한국 작품은 구운몽 한 편 밖에 실려있지 않다는 점이다.
 
# 어머니와 아들의 아름다운 조화..
 
책을 읽다보면 그 내용과 어울리는 멋진 그림들과 만나게 된다. 미술을 전공한듯한 전문적인 그림들.. 그래서 읽는 동안에 그림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냥 그런 느낌이었는데 끝에 글쓴이의 말을 읽어보니 글을 어머니가 쓰고 그림은 아들이 그린 것이라 한다. 그래서일까. 글과 그림의 조화가 너무나 자연스러웠고 많은 감정의 교류가 이루어졌을 것 처럼 잘 어울렸다. 아마 그림이 없었다면 단순히 책을 소개한 책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림이 더해짐으로서 책에 쓰여있는 것 처럼 클래식처럼 품격있고 에스프레소처럼 향이 깊은 명작으로의 초대가 이루어진 듯 하다.
아마 이 책을 읽은 후에 휴유증이 남을 듯 하다. 읽고 싶은 책들이 그만큼 늘어났으니.. 얼른 알바를 해서 돈을 모아두어야겠다는 생각이 한동안 내 머리속의 한 부분을 차지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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