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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김수현 지음 / 놀(다산북스)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책을 읽는 동안 상담 프로그램을 받은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소리내어서 읽었다.
"당신이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
당신이 사랑하며 살며 좋겠다."
정말 얼굴도 모르는 작가님이 나에게 진심으로 하는 말 처럼 들렸다.
모든 일들이 운명처럼 다가오는 상황들이 있는데, 그 일들 중 하나가 이 책을 읽은 것과 내가 상담을 받고 있는 것이다. 별 연관없는 일처럼 보이지만 갑자기 뜬금없이 상담을 받기 시작했고, 그 와중에 이 책이 선물로 왔다. 평소에 에세이집은 잘 읽지 않는데 전작이 워낙 유명한 베스트셀러라 궁금하기도 했다.
상담을 받아야 했던 작년은 오히려 그럴 정신이 없이 이 악물고 버텼고, 요즘은 아무런 이유가 없는데 상담을 받는다. 그래서 상담 선생님이 내게 "왜, 상담을 받으려고 하는지? "에 대해 2회기를 했다. 그러면서 이미 알고 있었지만 보고 싶지 않았던 나를 참 많이 보았다. 상담 말미에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애쓰고 싶지 않고, 편안하고 느긋한 삶을 살고 싶어요. 그래서 상담을 받고 싶어졌어요."
상담 선생님은 묵묵히 내 묵은 이야기를 들어주셨고, 내 감정을 잘 살펴봐주셨다. 그리고는 "지혜씨는 긴장속에서 살아오셨군요. 꽉 닫힌 3중 냄비에 밥을 짓고 있는 사람이었어요."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랬다. 나는 초조하고 긴장된 삶을 살고 있었다. 그것도 외부의 요인이 아니라 내 스스로가 말이다. 아- 주 어릴 때 부터 그랬다. 그런 내가 싫었지만 나도 나를 어찌할 수 없었다. 아마 앞으로도 어찌할 지 모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종종 그런 일이 있을 때, 아.. 내가 어떤 상태구나 진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이 좀 달라진 점일지 모른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가서, 책의 챕터마다 떠오르는 일화나 사람이 매번 있었다. 그래서 다시 그 상황을 생각해보고, 그 사람을 떠올렸다. 내 이야기를 하고, 글을 읽는 것 같아서 마치 초록이 가득한 정원에서 향기좋은 차를 마시는 기분이 들었다.
#1.교육관
내가 아이들을 가르칠 때 다짐하는 일 , 이제는 자식을 키우면서 가지고 싶은 마음
세상에 태어날 때 이미,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씨앗인 우리 아이들. 과도한 무언가를 투여하는 순간 그 씨앗은 원래 피워야 할 자연스러운 꽃이 아닌 , 다른 것이 되거나 아무것도 피지 못할 수 있다.
#2.알아차림
상담을 하면서 내 감정을 알아보면서 내가 그토록 미워하는 감정에는 -의존이라는 쌍둥이 감정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표현이 서툰 나는 아주 폭력적인 언어로만 내뱉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마음은 혀 끝에서 맴돌고만 있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
열심히 살면, 복이 올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고통은 다 참아야 한다 ' 이 논리로 30년을 넘게 살았는데, 아! 아니지.. 오늘 지금 행복하면 되지. 이렇게 아주 서서히 바뀌고 있다. 아직 느긋하고 편안한 상태가 되려면 좀 더 걸리지 싶지만 말이다.
# 모성애와 함께 생긴 '죄책감'
무얼해도 내 탓같이 느껴지고, 다 부족하게 생각되고는 엄마라는 자리.
내가 우리 엄마를 좋아하는 이유가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살아내는 모습을 봐서기에
나도 우리 딸이 날 좋아하는 이유가 엄마가 엄마 삶을 사랑하는 모습이 아닐까.
오늘, 이 책을 읽으며 큰 수확이 하나 더 있다.
내 이름을 가만히 찬찬히 보았다. 너무 흔하고 흔한 이름이라 싫었는데
내가 지혜라는 좋은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보게 되었다.
내가 살고 싶은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름이 내 이름 '지혜'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우리 엄마가 지어준 '지혜'로 '지혜롭게' 살려고 한다.
늘 행복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려면 자주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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