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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싫어, 떠난 세계여행
홍균 지음 / 하움출판사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한 때, 내가 읽는 책의 90%가 여행책이었을 때가 있었다. '여행'을 하기 위해 현실을 버티며 살고 있었던 때가 있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다음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던 때가 있었다.
그런 나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여행 에세이는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의 대리만족과 내가 갔던 곳의 공감을 얻기 위해 읽는편이다. 또, 작가가 찍은 사진에 작가만이 알 수 있는 말들을 괜히 알아듣고 싶어서 읽기도 했다. 언젠가부터 나는 여행책을 읽지 않았다. '이제 갈 수 없으니, 읽지도 말자'했었나?
여행은 현실도피였다. 말은 그럴듯하게 '자아를 찾고 싶다'였지만 남들이 가지 못한 나라를 길게 그것도 혼자 다녀오고 싶은건 내 스스로에게 또 다른 몰입을 주면서 일상을 잠시 잊게 해 주고 나를 완전 다른 사람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다.
남미를 제외하고 모든 대륙을 찍었다. 길게는 한달, 20일, 15일씩 베낭을 둘러메고 떠나버리면 그저 어디서 자고, 무얼먹지 이 두가지만 걱정하면 되어서 좋았다. 난 쫄보지만 여행에서는 대범했고, 아무도 가지 않은 곳을 가기 좋아했다. 그렇게 현지 사람들과 어울리면 김지혜는 사라지고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 좋았다.
그러나 오는 비행기 안에서 허무해지기만 했다. 다시 현실로 가고 싶지 않은데 어떻게 버틸까 그 생각뿐이었다. 기회가 되면 모든 것을 버리고 여행자로 살고 싶었다.
이런, 생각을
다시 꺼낼 수 있게 한 책이다.
'죽기 싫어, 떠난 세계여행'의 작가 홍균의 이야기는 나의 지난 순간을 꺼낼 수 있게 도와주었다.
몇 곳을 제외하고 간 여행지가 겹쳐서 지난 사진을 보면서 책을 읽었다.
홍균 작가의 글은 편안하고, 좋았다. 과장되거나 꾸밈이 없었으며 여행의 환상을 제공하지도 않은 담백한 글이었다. 그의 일기 같은 글은 너무 솔직했고, 그 마음의 일부는 내가 했던 거라 끄덕이게 했다.
맞다. 여행이 인생의 해답을 주지는 못한다.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다던지, 큰 깨달음을 주어 나를 급변하게 하지 못한다. 하지만 다른 책들은 그렇다고 하니, 왜 나만 여행에서 더 많은 질문을 가져올까 답답한 마음이 있었는데.
작가님이 이 책을 세상에 꺼내어 놓았기 때문에 이제 눈에 보이지 않는 여행을 눈에 보이게 했고, 우울했던 순간을 만질 수 있는 물리적인 것으로 만드셨다. 그렇기에 더 좋아지실거라 응원을 보낸다.
잠시 여행을 멈춘 나는,
일상도 소중하게 여기며 지금 여기 이순간을 사랑할 수 있는 그 날에 또 다시 여행을 시작하려고 한다 그렇다면 무모했던 그 때의 여행과는 다른 그냥 나로 여행할 수 있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