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달항아리 ㅣ 우리 작가 그림책 (다림)
조영지 지음 / 다림 / 2020년 6월
평점 :
보물 제1437호. 달 항아리는 눈처럼 흰 바탕색과 둥근 형태가 보름달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백자 달항아리는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정서가 가장 성공적으로 표현된 예술품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미술사학자 고(故) 최순우 선생은 “흰빛의 세계와 형언하기 힘든 부정형의 원이 그려 주는 무심한 아름다움을 모르고서 한국 미의 본바탕을 체득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 아주 일그러지지도 않았으며 더구나 둥그런 원을 그린 것도 아닌 이 어리숙하면서 순진한 아름다움에 정이 간다." 라고 백자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찬미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한 권의 그림책을 보았다. 그건 하나의 예술품을 본 것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일기를 본 것이기도 하고, 달 항아리 자체를 본 것이기도 하다.
조영지 글.그림의 <달항아리>는 표지에서 마음을 우선 멈추게 한다. 분명 움직임이 없는 평면 그림인데 목련꽃이 사뿐사뿐 팔랑이는 것 같으면서 보드라운 기운이 손 끝으로 전해져 오게 한다. 희고 고운 꽃 선을 따라가보면 그것은 달항아리다. 조심스럽게 달항아리를 안아보게 된다.
면지는 피지 않은 목련꽃이 앙상한 가지위에 무심히 올려져있다. 보슬하게 속을 감춘 목련은 이 그림책에서 많은 것을 함축한다.
목련은 달항아리에서 느껴지는 색과 분위기가 닮았다.
또, 피지 않은 .. 아직 모든 것을 숨기고 있는 그것은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슬픔을 목구멍으로 삼켜야만 했던 억척네이기도 하다. 억척네는 일본인 지주의 식모로 살았고, 해방 이후에는 정치적 이념 갈등 속에서 어느편도 될 수 없었다. 그런 것은 억척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세 아이와 '살아남아야 한다' 라는 생존 목적 하나로 억척스럽게 견딜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억척네에게 유일한 희망이었던 '달항아리' 그것은 생존을 위한 도구이기도 했지만 억척네에게는 종교적인 신성한 의미의 물건이기도 했다.
"한 번은 북에서 온 군인들에게
한 번은 미군과 함께 온 경찰들에게
나는 자꾸만 비어가는데
총소리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짧은 문장에 지난 날의 슬픔과 억울함과 분함과 고통이 녹아나 있다.
전쟁은 한 개인의 삶을 송두리채 망가뜨린다.
그 역사를 정의하고 되짚을 때, 개개인의 사연은 빠져있다.
<달항아리> 그림책은 전체를 조망하면서 억척네의 삶도 보듬어 주고 있다.
옅은 미소로 달항아리를 어루만지는 여인이 나오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안도하는 마음이 생긴다.
다시 만난 뒷 면지에 목련이 사알짝 핀 것을 보면서 그 모진 세월을 잘 견뎌준 억척네가 피어났구나.
봄은 다시 오고, 꽃은 피고 슬픔도 이만큼 많은 시간이 흘러 달항아리의 넉넉함으로 보듬을 수 있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