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학교 밖에서 떡볶이를 먹는 이유 - 열아홉 자퇴사용설명서
나은진 지음 / 라라의숲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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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학교 밖에서 떡볶이를 먹는 이유'를 읽는 내내 00이가 생각이 났다. 나 조차도 '학교 밖 아이들'에 대해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 어쩔 수 없이 밀려난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지 않다는 걸 00이를 통해 처음으로 생각해 본 것이다. 이 책은 '학교 밖 아이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도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무탈하게 졸업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자식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학교 안 청소년이 정상이고 밖 청소년이 정상이 아니다 라는 시각은 점점 벗어나는 시대가 아닐까? 그러나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면 아직도 남의 인생에 간섭하는 주제넘은 어른들이 많이 있는것 같은데.. 아무리 어리지만 어떻게 그런 말을 아무렇게나 하는지 내가 다 미안해진다.

이 책은 '학교 밖 청소년'이 되려는 학생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다. 생각없이 자퇴하는 것이 아니라 계획이 있고 부모님과의 갈등을 대비해야 한다는 것도 생각하게 한다. 또 자퇴 이후에 어떤 고민들이 있을지, 또 도움을 줄 곳은 어디인지도 알게 한다. 그렇다고 이 책을 예비 자퇴생만 읽기는 아깝다. 보통의 고등학생들도 함께 읽거나 나 처럼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읽어보기를 권한다.

다양한 시각을 존중한다면서, 막상 그러지 않은 사람도 많다.

내가 다시 고등학생이 된다면, 옆길도 한 번 보며 살고 싶다. 그 때의 숨막히던 느낌이 싫어서 졸업하고 10년을 넘게 그 앞을 지나가지 않았던 나만 해도 우리 나라 교육 시스템은 아이들을 한계에 도달하게 한다. 나도 그렇게 했기에 너도 참아라가 아니라, 나도 그렇게 겪었기에 너는 좀 더 행복한 학생이 되기를 바란다.

작가님의 선택을 존중하며, 앞날을 응원한다.

그리고 00이도 행복하게 잘 지내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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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동네
손보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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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오랫동안 나는 그 당시의 나를 멈추게 만든 것, 나를 결국 버스에 오르지 못하게 만든게 우리 가족, 더 엄밀히 말해서는 어머니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벗어나고 싶었던 대상도 어머니고, 나를 멈추게 한 대상도 어머니라고. 하지만 어쩌면 그 날 내가 진정으로 떠나고 싶었던 건 어머니가 아니라 그 작은 동네였는지도 모른다. "(p306, 작은동네)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딱 한번, '나'에게 나에 대한 진실을 이야기 해 주던 아버지와의 재회 때만 잠시 숨을 고르며 읽었다. <작은 동네>의 '나'는 아마 내 나이쯤일 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어머니와 우리 엄마를 비교해보기도 하고, 엄마와 딸 간의 보이지 않은 관계에 대하여 계속 생각했다. 처음에는 '나'에게 몰입해서 읽었다면, 이제 딸을 낳은 나는 서서히 그녀의 엄마에게도 마음이 움직였다.

간첩사건, 오빠의 죽음, 엄마의 가출, 이모와의 편지 이 모든게 퍼즐처럼 맞아나간다는 것에 '아..' 하며 입에서 나도 모르게 소리가 나왔다. 모두 단단한 끈하나를 잡고 애쓰면서 살았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럴 수 있냐고 비난할 수 있겠지만 부모는 모두 처음이라 잘 모른다. 줄 수 있는 '사랑'이 안전한 것이 목표일 때는 그녀의 엄마처럼 할 수 밖에 없다.

작가는 슬픔이라는 감정에 빈자리를 둘 줄 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엄청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읽어내려갔다. 완벽하게 밀착하여 심리를 묘사하지 않아서 부담을 덜 느끼며 읽을 수 있었다. 나 같은 독자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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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하게 귀엽고 엉뚱하게 재미있는 공룡 도감 이야기 도감 2
마이크 로워리 지음, 김은영 옮김, 박진영 감수 / 웅진주니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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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도감이라하면 마니아를 제외하고는 읽기가 힘이든다. 가끔 필요할 때 찾아볼 때 말고는 말이다. 내가 공룡에 관심이 생긴건 아이를 낳고 아이가 2세가 되었을 때 부터 발달 단계상 공룡과 관련된 노래나 장난감을 접하면서 시작되었다. 아이랑 놀면서 공룡 이름이라고는 '티라노사우르스'밖에 모르던 무지한 엄마는 처음으로 '브라키오사우르스'도 알게되고 '트리케라톱스'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아이가 아닌 내가 공룡에 눈을 뜬 거다. 지금 우리 반 아이들은 6학년인데 남자아이들 중에서는 공룡에 관심이 있는 아이들이 많다. 그래서 이 책을 짠 하고 보여주자 마자 반응하는 건 역시 남자아이들! 

 이 책의 구성은 '인포그래픽'이 중심이 된다. 정보를 이미지로 확실하게 보여주면서 필요한 정보들을 다양한 색감과 글씨체로 그야말로 독자의 눈에 잘 띄게 표현하였다. 또 각 공룡의 특징만을 모아놓은 것이 아니다. 공룡이 살던 시기의 역사부터 기후 공룡 이전의 생물체를 시작으로 공룡의 멸종 이후의 화석발견까지, 또 고고학자들의 이야기까지 체계적으로 잘 구성되어있다. 이미지가 제목에 맞게 '아찔하게 귀엽고' 내용도 '엉뚱하게 재미있는' 것이 맞다!

 요즘 어린이 독자에 맞게 만화적인 구성이 있어서 공룡에 관심이 없던 친구들도 읽기가 좋다! 아마 너덜너덜 해 질 때까지 학급문고에서 인기가 있을 거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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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 우리 작가 그림책 (다림)
조영지 지음 / 다림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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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제1437호. 달 항아리는 눈처럼 흰 바탕색과 둥근 형태가 보름달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백자 달항아리는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정서가 가장 성공적으로 표현된 예술품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미술사학자 고(故) 최순우 선생은 “흰빛의 세계와 형언하기 힘든 부정형의 원이 그려 주는 무심한 아름다움을 모르고서 한국 미의 본바탕을 체득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 아주 일그러지지도 않았으며 더구나 둥그런 원을 그린 것도 아닌 이 어리숙하면서 순진한 아름다움에 정이 간다." 라고 백자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찬미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한 권의 그림책을 보았다. 그건 하나의 예술품을 본 것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일기를 본 것이기도 하고, 달 항아리 자체를 본 것이기도 하다.

조영지 글.그림의 <달항아리>는 표지에서 마음을 우선 멈추게 한다. 분명 움직임이 없는 평면 그림인데 목련꽃이 사뿐사뿐 팔랑이는 것 같으면서 보드라운 기운이 손 끝으로 전해져 오게 한다. 희고 고운 꽃 선을 따라가보면 그것은 달항아리다. 조심스럽게 달항아리를 안아보게 된다.

면지는 피지 않은 목련꽃이 앙상한 가지위에 무심히 올려져있다. 보슬하게 속을 감춘 목련은 이 그림책에서 많은 것을 함축한다.

목련은 달항아리에서 느껴지는 색과 분위기가 닮았다.

또, 피지 않은 .. 아직 모든 것을 숨기고 있는 그것은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슬픔을 목구멍으로 삼켜야만 했던 억척네이기도 하다. 억척네는 일본인 지주의 식모로 살았고, 해방 이후에는 정치적 이념 갈등 속에서 어느편도 될 수 없었다. 그런 것은 억척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세 아이와 '살아남아야 한다' 라는 생존 목적 하나로 억척스럽게 견딜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억척네에게 유일한 희망이었던 '달항아리' 그것은 생존을 위한 도구이기도 했지만 억척네에게는 종교적인 신성한 의미의 물건이기도 했다.

"한 번은 북에서 온 군인들에게

한 번은 미군과 함께 온 경찰들에게

나는 자꾸만 비어가는데

총소리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짧은 문장에 지난 날의 슬픔과 억울함과 분함과 고통이 녹아나 있다.

전쟁은 한 개인의 삶을 송두리채 망가뜨린다.

그 역사를 정의하고 되짚을 때, 개개인의 사연은 빠져있다.

<달항아리> 그림책은 전체를 조망하면서 억척네의 삶도 보듬어 주고 있다.

옅은 미소로 달항아리를 어루만지는 여인이 나오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안도하는 마음이 생긴다.

다시 만난 뒷 면지에 목련이 사알짝 핀 것을 보면서 그 모진 세월을 잘 견뎌준 억척네가 피어났구나.

봄은 다시 오고, 꽃은 피고 슬픔도 이만큼 많은 시간이 흘러 달항아리의 넉넉함으로 보듬을 수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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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소리가 말했어 알맹이 그림책 49
오승한 지음, 이은이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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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은이 말했어. 난 내가 싫어. 나는 맨날 혼만 나.

네탓이야. 네맘이니? 너무해. 네가 그랬지? 또 늦었니?"

엄마소리가 말했어. 남달리 너그럽고 남과 잘 나누는 니은아, 힘내렴

네가 있어야 내가 있어. 너 없이는 나도 없지.

누구보다 날 닮은 널 사랑해."

<엄마소리가 그랬어>는 한글 자음이 하는 이야기들을 엄마소리가 잘 듣고 따뜻하게 말해주는 형태를 가지고 있다.

자음 기역부터 히읗까지 부정적인 단어들을 내뱉으면서 그래서 너무 속상해, 싫어, 힘들어를 이야기 한다.

그 말을 다 들은 엄마소리는 "아니야" 하며 기역부터 히읗까지 낱자에 맞는 긍정적인 말들로 토닥여준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금세 스르륵 화가 풀리며 엄마소리에게 안기고 싶어진다. 소리내어 읽으면 혀 안에서 각각의 소리마다 느껴지는 분위기도 함께 느낄 수 있다.

작품은 따뜻하다. 엄마소리의 말도 따뜻하고, 꿰매어서 표현한 자음들의 모습도 따뜻하다. 두 손을 맞잡은 니은 뽀뽀하는 디귿, 동글동글 웃고 있는 이응도 무엇하나 따뜻하지 않은게 없다. 글작가의 아이디어 만큼 그림작가(꿰맨작가)의 표현도 좋다.

한글을 처음 배우는 5세는 그림을 보고 자음을 찾아내는 놀이를 할 수 있고, 이미 한글을 터득한 6-8세는 각각의 낱자가 들어간 말들을 찾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글도 그림 따로 보면서 글자공부도 마음공부도 할 수 있는 책이다.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었다면 독자들은 이제 새로운 그림책을 만들고 싶어질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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