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동네
손보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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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오랫동안 나는 그 당시의 나를 멈추게 만든 것, 나를 결국 버스에 오르지 못하게 만든게 우리 가족, 더 엄밀히 말해서는 어머니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벗어나고 싶었던 대상도 어머니고, 나를 멈추게 한 대상도 어머니라고. 하지만 어쩌면 그 날 내가 진정으로 떠나고 싶었던 건 어머니가 아니라 그 작은 동네였는지도 모른다. "(p306, 작은동네)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딱 한번, '나'에게 나에 대한 진실을 이야기 해 주던 아버지와의 재회 때만 잠시 숨을 고르며 읽었다. <작은 동네>의 '나'는 아마 내 나이쯤일 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어머니와 우리 엄마를 비교해보기도 하고, 엄마와 딸 간의 보이지 않은 관계에 대하여 계속 생각했다. 처음에는 '나'에게 몰입해서 읽었다면, 이제 딸을 낳은 나는 서서히 그녀의 엄마에게도 마음이 움직였다.

간첩사건, 오빠의 죽음, 엄마의 가출, 이모와의 편지 이 모든게 퍼즐처럼 맞아나간다는 것에 '아..' 하며 입에서 나도 모르게 소리가 나왔다. 모두 단단한 끈하나를 잡고 애쓰면서 살았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럴 수 있냐고 비난할 수 있겠지만 부모는 모두 처음이라 잘 모른다. 줄 수 있는 '사랑'이 안전한 것이 목표일 때는 그녀의 엄마처럼 할 수 밖에 없다.

작가는 슬픔이라는 감정에 빈자리를 둘 줄 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엄청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읽어내려갔다. 완벽하게 밀착하여 심리를 묘사하지 않아서 부담을 덜 느끼며 읽을 수 있었다. 나 같은 독자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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