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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로빈 - 열네 살, 미국으로 떠난 소녀의 성장 일기
로빈 하 지음, 김선희 옮김 / 길벗스쿨 / 2021년 12월
평점 :
절판
어느날 갑자기 너무나 잘 지내던 일상이 사라지고 낯선 곳, 낯선 사람들, 심지어 의사소통도 할 수 없는 관계들에 놓인다면?!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힘들거라 생각한다. 가장 믿고 의지하는 엄마가 나에게 한마디 상의도 없이 여행가듯 이민을 가서 새로운 가족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말한다면 얼마나 막막하고 외로울까.
누구보다 즐거운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는 춘하는 어느 날 엄마와 함께 미국에 살아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학교에서는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고, 인종차별을 하며 놀려대는 남자아이들과 투명인간 취급하는 다수의 아이들 속에서 견딘다는 것 자체가 너무 고통이다. 그것도 어떤 마음의 준비 없이 엄마가 모든 것을 숨기고 이민을 왔다는 것에 충격을 받는다.
중반까지도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 수록 엄마를 이해하게 되었다. 80-90대 미혼모로 대한민국에 당당하게 살아낸다는 자체가 늘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런 엄마를 위해 열심히 공부했던 춘하. 엄마는 춘하에게 큰 나무이자 버팀목이었다. 그렇게 엄마는 딸이 있기에 씩씩하고 굳건하게 그 자리를 지켰을거다. 온갖 멸시와 차별을 견디게 했던 존재도 바로 춘하다.
로빈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살아가는 춘하의 미국 생활이야기. 한 권에 그 이야기를 짧게 담아냈지만 외로움과 슬픔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 속에서 만화를 통해 마음에 맞는 친구를 만나고 또 다른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잘 해낸 로빈이 자신의 이야기를 그래픽 노블을 통해 담아냈다.
촌지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선생님, 아무리 노력해도 이뻐하지 않은 그 선생님의 존재가 너무 불편하다. '아빠가 없는 아이랑 놀지말라' 라고 아무렇게나 말하는 동네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런 송곳같은 아픔을 준 기억들이 생생해서 이렇게 묘사하며 한 번더 아팠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지금 우리나라는 그 때 보다 한 발 더 나아갔을까? 평범하다는 것을 기준으로 다른 것을 가진 사람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
작가 '로빈 하'가 한국에서 아팠던 기억들로 더이상 힘들어하지 않고, 미국에서 그림을 그리며 즐겁게 살기를 바래본다.